KBS, 금속노조 정정보도 요청에 ‘발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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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주례 연설, 정정보도 성격 아니다”

KBS가 대통령 주례연설과 관련한 전국금속노동조합의 정정보도 요청을 거부했다. ‘대통령 주례 연설은 정정보도 대상이 아니다’는 이유 때문이다.

KBS 홍보실 관계자는 지난 20일 “법무실의 검토를 거쳐 정정보도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대통령 주례 연설 내용과 관련해 정정·반론보도를 한 전례도 없고 대통령 연설은 정정·반론보도의 성격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KBS는 대통령 주례연설을 직접 제작하지 않고 야당 쪽에 반론 기회를 주고 있어 정정·반론 보도 책임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는 언론중재위원회 제소와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대통령 주례연설에 따른 KBS의 법적·도덕적 책임을 따지겠다는 입장이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유성기업 파업과 관련한 대통령 연설에서 적법한 파업을 불법파업이라고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최소한의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고 유성기업 노동자 연봉이 7000만 원이라는 대통령의 거짓말을 KBS는 여과 없이 방송했다”라고 주장했다.  

▲ KBS 안팎에서 대통령 주례연설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서울 여의도 KBS신관 앞에서 ‘주례연설·친일·독재 비호 방송 규탄대회’를 진행했다. ⓒPD저널

금속노조는 라디오 주례연설이 녹화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관계를 확인 하지 않고 방송을 내보낸 데 대한 편성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KBS의 편성을 둘러싸고 말이 많았던 대통령 주례 연설에 대한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대통령 주례연설에 대한 법정 공방이 벌어질 경우 KBS의 책임 여부가 판단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언론보도에 피해를 입은 경우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KBS 입장에서는 스스로 편성하지 않은 라디오 연설이 문제가 되는 게 곤혹스러울 것”이라며 “하지만 대통령 연설이 반론 정정보도의 대상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이해를 달리하는 쪽의 목소리를 청취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KBS는 이번 일을 계기로 과연 대통령에게 정례적으로 시간과 전파를 할애하는 게 옳은 것인가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종천 변호사(법무법인 태웅)는 “언론사가 명예훼손이 되는 내용을 차단하거나 수정할 수가 있었음에도 이를 그대로 방송했다면 책임을 면키 어렵다”면서도 “방송 내용이 사전에 조율되지 않고 알았더라도 이를 막거나 수정하기 어려웠다면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KBS의 책임을 인정한다면 불법파업이라는 부분은 구체적 사실을 적시한 것이고 이로 인해 명예가 훼손되기 때문에 정정보도청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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