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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특종은 안하는 게 낫다?

[길 잃은 방송 뉴스 ① KBS] 권력 비리 의혹 보도 축소·불방 잇따라 박수선 기자l승인2011.06.21 22:3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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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취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정권 핵심 인사를 비판하는 보도를 계속 막고 있다. ‘취재를 얼마나 해야지 충분한 것인지로 접근하면 정답이 없다.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회사에서 일선 기자들에게 ‘물먹었다’고 추궁하지도 말아야 한다.”

요즘 KBS뉴스가 권력 비판에 ‘소극적이다’는 외부의 지적에 KBS 한 기자는 넋두리처럼 이렇게 답변했다. KBS뉴스에서 특종이 낙종으로 둔갑하고 불방 되는 일이 연거푸 벌어지면서 내부 불만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방송된 KBS <뉴스 9>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조현오 경찰청장, 김해수 전 청와대 비서관과 관련한 보도가 축소나 불방을 겪으면서 문제가 됐다.

모두 정부 핵심 인사에게 불리하거나 비판의 화살이 청와대를 겨냥한 보도였다. KBS 안팎에서는 “뉴스 보도에 정치적 판단이 개입되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종이 낙종으로 = KBS는 지난 13일 김해수 전 비서관의 금품 수수 의혹 사실을 미리  포착했지만 ‘취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관련 보도를 미뤄 ‘특종’을 결국 ‘낙종’으로 만들었다. 그 사이 SBS <8뉴스>는 지난 14일 단독으로 '김 전 비서관과 서갑원 전 민주당 의원이 부산저축은행 비리와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내보냈다.

부산저축은행 비리가 청와대까지 이어지는지 여부가 큰 관심사였던 만큼 주요 일간지도 지난 15일자 신문에 검찰의 김 전 비서관 수사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지난 14일 보도된 뉴스 리포트는 당초 취재 내용과 차이가 없었다. 김 전 비서관의 금품 수수 금액이 ‘수천만 원’으로 구체화된 정도였다. 크게 바뀐 부분은 김 전 비서관의 해명이었다. 김 전 비서관은 지난 14일 보도 이전인데도 녹취 내용을 언급하면서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승규 KBS 사회2부장은 이번 보도와 관련해 “몇 번 만나서 용돈으로 줬다는 진술로는 기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며 “항의를 했을 경우 반론을 실어주는 게 맞다는 평소의 소신대로 재녹취를 한 것”이라고 외압 의혹에 대해선 부인했다.

■“뉴스 가치보다 정부 인사 보호에 급급”=정권 핵심 관계자를 비판하는 내용의 뉴스 보도를 앞두고 ‘취재 부족’과 ‘아이템 부적절’을 이유로 보도가 축소·누락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논문 이중 게재 의혹 보도는 지난 5월과 지난해 두 차례나 무산됐다. <뉴스9> 5·6개각 보도에서 박재완 기재부 장관에 대한 논문 이중 게재와 연구비 수령 규정 위반 보도가 누락됐다.

지난해 5월 KBS <뉴스9>는 교수 출신 공직자들의 논문 이중 게재 의혹을 다룰 예정이었으나 당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을 지낸 박재완 리포트는 또 삭제됐다. 당시 이화섭 시사제작국장은 사내 게시판에 "<뉴스9> 리포트는 2분 정도의 요약 리포트로 검증 대상이 된 논문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거나 반론권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며 "쟁송 등 위험 관리도 중요하다"라는 글을 올렸다.

지난해 8월 ‘막말 동영상’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조현오 경찰청장 관련 보도도 축소 논란이 일었다. 당시 <추적60분> 취재팀이 당시 조 후보자의 ‘막말 동영상’을 입수하고도 간부들의 반대로 방송을 내보내지 못했다. ‘차명 계좌 여부를 취재하는 것이 아니라면 방송에 부적합하다’ ‘아이템 가치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후 KBS <뉴스9>를 통해 이 내용이 보도 됐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차명계좌 때문에 자살했다’는 단순 보도에 그쳤다.

■“정치적 판단으로 보도 자율성 제약”=이 같은 KBS의 보도 태도에 내부에서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KBS는 뉴스 보도에 관련해 책임자와 실무자간 보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양쪽의 의견을 확인하는 선에서 그치는 경우가 태반이다.

유원중 KBS기자협회장은 “보도 책임자들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보도할만한 가치가 있는지 가치 판단에 대한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며 “(소송 등) 앞으로 생길지 모르는 위험을 피한다는 주장은 변명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유영주 언론개혁시민연대 상임집행위원은 “시사보도 프로그램은 특히 기사 소스를 선택하는 자율성이 중요한데 내부에서 자율성이 제약받는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KBS가 게이트 키핑을 강화하면서 정치적 편향과 통제가 정착된 결과”이라고 말했다.


박수선 기자  susun@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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