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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일그러진 ‘전쟁 영웅’

[방송비평]KBS ‘전쟁과 군인’ 친일 인사 미화 후폭풍 박수선 기자l승인2011.06.27 19:4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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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백선엽 미화’는 우려에서 평가가 됐다.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6·25특집기획 <전쟁과 군인>을 밀어붙인 KBS는 수신료 인상 처리를 앞두고 있는 민감한 시기에 스스로 발등을 찍는 꼴이 됐다.

   
▲ 지난 24일, 25일 양일간 방송된 KBS 1TV 625특별기획 <전쟁과 군인>. ⓒKBS
<전쟁과 군인> 주인공은 ‘전쟁 영웅’으로 추앙받지만 친일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백선엽 장군이다. 방송은 1편 ‘기억의 파편을 찾아서’(24일), 2편 ‘싸움의 능선을 넘어’(25일) 나눠 100분 동안 30살의 젊은 지휘관 백선엽의 시선으로 한국전쟁을 복기해냈다.

<전쟁과 군인>은 당시 한국군 1사단장을 지낸 백선엽이 다부동 전투, 평양 입성 등 굵직한 전투에서 보인 활약을 주로 조명했다. ‘백선엽의 1사단’이라는 표현에서 드러나듯이 그를 중심에 놓고 회고한 한국전쟁이었다. 방송은 큰 전투에서 공을 세워 “미군 지도부의 신뢰를 얻었다”고 그의 활약상을 묘사했다. 

91세의 노장 백선엽은 60년 전의 격전을 어제 일처럼 기억해 냈다. 그는 “다부동에서 반격할 때 사진 같다. 유학산 밑이다”라고 한국전쟁 영상을 보면서 당시 상황과 장소를 정확히 짚어냈다. “내가 선두에 설 테니, 나를 따르라. 후퇴하면 나를 쏴라”라는 외침을 입에 올리는 그의 모습은 전쟁터에 있는 것처럼 결연했다.

제작진은 방송 도중 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유에 대해 한림대 아시아문화연구소 관계자의 입을 빌어 “한림대 동아시아문화연구소가 수집한 6·25영상 자료에 백선엽 장군이 가장 많이 등장한다”며 “미 1군에 배속된 한국군 1사단의 단장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그를 굳이 <전쟁과 군인>의 주인공으로 조명했는지 시청자들을 설득하지 않았다. 2부작이 방송되는 동안 그의 친일 전력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그의 친일 전력은 “만주군관학교에 입학해 일본군 장교가 됐다. 이 전력으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됐다”는 언급이 유일했다. 그가 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됐는지 간도특설대에서 그의 활동은 어땠는지에 대해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 지난 24일, 25일 양일간 방송된 KBS 1TV 625특별기획 <전쟁과 군인>에 출연한 백선엽. ⓒKBS

<전쟁과 군인>제작진은 그에게 친일 경력에 대해 물었지만 방송에서는 편집했다고 밝혔다. <전쟁과 군인>을 연출한 제작진은 “간도특설대 활동에 대해서 질문을 했는데 (그분은) 단연코 독립군과 싸운 적도 죽인 적도 없다고 했다”며 “만약에 이런 발언이 방송에 나간다면 또 다른 변명 거리로 비춰질 것 같아 뺐다”고 해명했다.

제작진은 “독립군을 실제로 죽였는지, 민간인을 잔인하게 고문을 했는지는 당사자가 말하지 않는 한 알 수 없다”며 “정확한 사실은 간도토벌대에서 근무했다는 사실밖에 없다”고 백선엽을 두둔했다.

그동안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KBS와 제작진은 “백선엽 씨를 미화할 의도는 없다며 방송을 보고 판단해 달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방송을 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우려를 넘어선 분노였다. 방송이 나간 이후 KBS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은 <전쟁과 군인>에 항의하는 글로 도배가 됐다.

'KBS가 어느 나라 방송이냐’라는 지적에서부터 제작진의 사과를 요구하거나 수신료 거부 운동에 나서자는 격한 반응도 나왔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이 내린 평가는 ‘친일파를 전쟁 영웅으로 만든 다큐멘터리’였다.

제작 단계부터 <전쟁과 군인>의 친일 미화 우려를 제기했던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 27일 성명을 내고 “회사 자체 심의에서도 백선엽 개인에 대한 영웅화 느낌이 짙다고 지적했다”며 “백선엽 다큐를 앞두고 사측은 줄곧 백선엽 개인을 미화하거나 영웅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회사의 자체 심의 평만 봐도 허언임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같은 날 논평을 통해 “수구 기득권 세력의 ‘대한민국 정통성 흔들기’가 얼마나 일사 분란 하게 벌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자, KBS가 특정 정권을 넘어 친일파에 뿌리를 둔 수구 기득권 세력의 나팔수 노릇까지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이어 “친일파 미화로 공영방송으로서 정체성을 내팽개친 KBS는 수신료 인상은커녕 존재의 이유를 묻게 한다”고 지적했다.

 


박수선 기자  susun@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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