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홍수, ‘제방’ 역할 미디어렙법 제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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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언론노조, 총파업 결의대회 열어 국회에 촉구

끈질기게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27일 오후 3시 55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 전국 각지에서 모인 약 500여 명의 언론 노동자들이 총파업 결의대회를 마친 후 한나라당 당사를 향해 거리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미디어렙법 YES!’, ‘조·중·동 직거래 NO!’가 적힌 손팻말을 쥐고 ‘정권연장 조·중·동 특혜 한나라당 심판하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한 걸음씩 나아갔다.

▲ 지난 27일 전국언론노동조합원들이 총파업결의대회를 마친 후 한나라당 당사를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이강택, 이하 언론노조) 소속 언론 노동자들은 이날 오후 2시 ‘조·중·동 방송 광고 직거래 금지 입법과 수신료 인상 날치기 반대 언론노조 총파업 선언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6월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끝내 조·중·동 광고 직거래를 금지하는 미디어렙 법안을 처리하지 않는다면 반(反)언론, 반(反)민주적인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며 6월 끝장투쟁을 7월 총파업 투쟁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자리에 모인 언론노동자들은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법에서 조·중·동이 제외시키고 ‘광고 직접 영업’이라는 특혜에 반발의 목소리를 높였다. 방송의 공공성을 해치고 지역 언론과 취약 매체에 대한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게 그 이유다. 때문에 이들은 조·중·동 방송의 광고 직거래가 ‘뒷거래’가 되지 않도록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을 미디어렙법 안에 포함시키자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정권 연장 조·중·동 특혜 한나라당 각성하라”

단식 농성에 돌입한 지 닷새째를 맞은 이강택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은)방송시장의 황폐화를 막아내는 ‘제방’이자 ‘댐’인 미디어렙에 마음대로 네 개의 구멍(종편)을 내고 있다”며 “광고시장은 약탈적으로 변하고, 취약매체는 존폐 위기에 놓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영방송 역할을 못하는 KBS에게는 수신료를 올려준답시고 언론구도를 통·폐합시켜 마구 바꿔놓으려 한다”면서 “우리의 자존심과 품위를 버리고 굴종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부터 우리의 몫과 정의를 바로 실현할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몸을 던져서라도 반드시 승리를 쟁취할 것이라며 굳은 결심을 내비쳤다.

▲ 지난 27일에 열린 조중동방송광고직접영업 반대 및 미디어렙법 제정을 위한 전국언론노동조합 총 파업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 ⓒ전국언론노동조합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격려사에서 “조·중·동은 ‘괴물’로 이미 신문시장에서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특혜’를 막아내지 못하면 국민이 희망도 앗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도 “살아있는 권력으로 국민을 짓밟는 조·중·동에 맞서 민주노동당과 연대해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는 올 하반기부터 종편 출범에 앞서 왜곡된 징조들을 꼬집었다. 이미 정치, 자본, 조·중·동과 같은 언론 권력이 삼각 동맹을 맺어 편법과 반(反)민주적인 행태를 벌이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의 발언에 따르면 지난 17일 각 신문사별로 지면에 대한항공의 신 항공기인 ‘A380’에 대한 광고가 대대적으로 실렸고, 광고 옆에는 사실상 홍보성 기사인 지면의 4분의 3정도 크기로 ‘얼마나 쾌적한 지’에 대한 내용이 실렸다.

정 대표는 “이러한 현상은 조·중·동 방송이 광고를 직접 영업했을 때 빈번하게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며 “자본에 대한 비판과 감시의 기능이 약화되고 자본의 비리와 부정을 덮어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수신료 인상, “합당한 절차를 통해 논의하라”

KBS 수신료 인상 날치기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언론 노동자들은 KBS가 수신료 인상의 선결조건인 공정방송 회복과 비정규 해고노동자 복직 등을 몸소 실천하고 합리적인 절차로 논의할 때 국민의 동의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데 뜻을 모았다.

수신료 인상에 대한 비판과 KBS의 친일파 백선엽 다큐멘터리 방영으로 논란의 홍역을 치르고 있는 엄경철 KBS 새 노조 위원장은 “KBS 종사자로서 수신료 인상에 대한 비판에 죄송함과 책임감을 느낀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엄 위원장은 “김인규 사장은 구체적이고 제대로 된 답으로 시민사회와 국민을 설득하라”며 “합리적인 절차로 수신료 인상 문제를 풀어가길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지난 27일에 열린 조중동방송광고직접영업 반대 및 미디어렙법 제정을 위한 전국언론노동조합 총 파업 결의대회 ⓒ전국언론노동조합

조준상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정치권에 일침을 가했다. 조 사무총장은 “(수신료 인상과 관련해)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은 ‘KBS가 자본으로 독립해야 한다’고 찬성하는데 실상 ‘정치로부터 독립 되지 않은 KBS’가 문제다. 결국 논리 없는 생떼쓰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국회에서 수신료 인상을 시도하기 전 절차부터 바로 잡으라”고 강조했다.

이번 결의대회에서 언론 노동자들은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 황우여 한나라당 의원, KBS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다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한 캐스팅 보트 김창수 자유선진당 의원의 트위터 계정으로 일제히 ‘미디어렙법 입법 및 KBS 수신료 날치기 인상’에 대한 항의의 글을 보냈다.

이날 아침 일찍 서울로 올라왔다는 표세호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은 “조·중·동의 광고 직거래는 언론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공통의 문제”라며 “(조·중·동의 광고 직접 영업이 허용될 경우) 생존권이 위협 당한 지역 언론은 점점 소통 창구가 막힐 것이고 지역 민주주의는 쇠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언론노조는 이번 결의대회에서 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조·중·동 방송 광고 직거래를 금지하는 미디어렙 법안 쟁취 △수신료 인상의 선결조건인 ‘공정방송 회복과 제작 자율성 보장 및 비정규 해고노동자 복직’의 논의 및 실천 △‘지역방송발전지원법’, ‘신문진흥특별법’ 쟁취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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