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렙 입법 지연…종편만 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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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렙 입법 지연…종편만 웃을까
수신료 파동 속 종편 직접 광고영업 제어 실패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1.06.28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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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한나라당의 KBS 수신료 인상안의 강행 처리를 저지하겠다며 28일 오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회의장을 점거하고 의원총회를 진행하고 잇다. KBS 카메라 두 대가 이 모습을 좌우에서 잡고 있다.

마지막에 웃는 건 종합편성채널인 걸까. 한나라당의 일방주의와 민주당의 갈지(之)자 행보로 6월 국회의 모든 초점이 KBS 수신료 인상에만 맞춰지더니 결국 미디어렙 법안은 몇 번 논의조차 못한 채 뒤로 밀려났다. 6월 국회 개회 전 방송·언론인들이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이 현실로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수신료 인상 논의에 휩쓸려 뒷전으로 밀려났던 미디어렙 법안은 지난 27일에야 여야 논의 테이블에 처음으로 올랐다. 하지만 종편채널의 광고영업을 미디어렙에 위탁할 것인가 문제를 놓고 여야는 이견만 확인한 채 논의를 끝냈다.

이처럼 법적 공백상태가 해결되지 못함에 따라 올해 하반기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종편채널은 주요주주인 대형 신문사(조선·중앙·동아·매경)의 영향력을 앞세워 광고 직접영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KBS 수신료 인상안의 강행 처리를 저지하겠다며 28일 오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회의장을 점거하고 의원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KBS 카메라 두 대가 이 모습을 좌우에서 잡고 있다.
■미디어렙 논의 ‘공회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전재희, 이하 문방위) 법안심사소위원회(위원장 한선교, 이하 법안소위)는 전체회의를 하루 앞둔 지난 27일에야 처음으로 미디어렙 법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수신료 인상안 처리에만 팔을 걷어붙였던 한나라당은 미디어렙 법안에 대해선 당론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현행법이 유료방송의 광고 직접영업을 보장하고 있는 만큼, 케이블을 플랫폼으로 하는 종편채널 또한 마찬가지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입장만을 강조했을 뿐이다.

반면 민주당은 종편채널이 주요주주인 거대 신문사들이 이미 확보하고 있는 보도에서의 영향력을 앞세워 광고 직접영업을 하게 될 경우 방송광고 시장의 교란이 불가피하다며 종편채널의 미디어렙 지정을 주장했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여야는 28일 오전 법안소위를 열어 논의를 재개했지만 공회전만 거듭했을 뿐이다.

미디어렙 법안의 6월 국회 처리가 무산됨에 따라 종편채널들은 이르면 당장 내달부터 광고 직접영업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이하 방통위) 또한 SBS와 MBC 등 지상파 방송의 독자 미디어렙 설립 요구를 막을 명분이 없어진다.

실제로 그간 미디어렙 법안 처리 과정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던 지상파 방송사들은 종편채널들이 광고 직접영업에 나설 경우 더 이상 두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당장 방송가 주변에선 오는 9월께 SBS가 직접 광고영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회가 지역방송 지원을 위한 법안 등을 처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종편채널에 이어 지상파 방송까지 직접 광고영업에 뛰어들 경우, 지역·종교방송 등 취약매체들이 설 자리는 없어질 수밖에 없다.

지역방송의 한 관계자는 “국회가 조·중·동 방송의 광고 직거래 차단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미디어렙 법안을 만들어내지 못함으로써, 지역방송 등은 약탈적 현실에 직면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신료 당장 처리는 막았지만…”= 한나라당은 당초 28일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KBS 수신료 인상안을 처리할 계획이었다.

이날 오전 법안소위를 끝마치고 민주당 문방위 간사인 김재윤 의원은 한나라당 간사인 한선교 의원에게 7~8월 사이 KBS의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 확보 등을 위한 방안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법 개정안 등을 논의한 후 정기국회(9월)에서 처리하는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한 의원은 이날 처리를 끝내겠다며 제안을 거부했다. 결국 민주당은 이날 회의가 예정된 오후 2시 문방위 회의실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진행한 후 문방위원장석 점거에 나섰다.

점거 과정에서 민주당은 KBS의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 확보 등 선결요건 충족을 전제로 8월 임시국회에서 KBS 수신료 인상안을 논의하는 안을 한나라당 재차 제시했으나, 한나라당은 끝내 이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문방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KBS 수신료 인상안을 처리하지 못하게 됐다.

언론·시민단체는 민주당이 여당의 수신료 인상안 강행처리를 당장 저지한 데 대해선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수신료 파동에 휩쓸려 종편채널의 직접 광고영업을 제어하는 방향의 미디어렙 법안 제정의 기회를 놓친 건 아닌지 의문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21일 법안소위에서 야당의 질의권도 보장하지 않은 채 수신료 인상안을 강행처리했고, 지난 22일엔 여야 논의를 통해 수신료 인상안을 처리하겠다던 당초의 합의를 뭉개고 수신료 인상안 문방위 전체회의에 상정했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일방통행을 두고 여의도 정가 안팎에선 “수신료 날치기를 앞세워 조·중·동 종편의 먹을거리를 마련해주기 위한 일종의 사보타주(태업) 아니냐”는 의문이 흘러나왔다. 이런 의문은 직접 광고영업 보장으로 종편채널을 지원하겠다는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구상과 맞물려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이강택)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정당한 절차를 무시하고 KBS 수신료 인상안을 강행처리를 시도함으로써 미디어렙 입법을 위한 공론의 장을 사실상 봉쇄하고, 친권력·친자본 언론만이 생존할 수 있는 미디어렙 입법을 고집해 조·중·동 종편채널을 비호하고 있다”며 내년 총선에서의 낙선 운동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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