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라디오’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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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라디오’의 습격
[정철운의 무한맵] 팟캐스트 1위 ‘김어준의 나는 꼼수다’ 인기 요인 분석
  • 정철운 기자
  • 승인 2011.07.04 15: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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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정치 분야 1위를 기록 중인 <김어준의 나는 꼼수다>.
말 그대로 ‘습격’이다. ‘딴지라디오-김어준의 나는 꼼수다’(이하 ‘나는 꼼수다’)가 애플 온라인 서비스 ‘아이툰즈’(iTunes) 팟캐스트 뉴스 및 정치 분야에서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 KBS <박경철의 경제포커스>를 비롯한 지상파 프로그램을 가뿐히 제치고 매주 1위를 기록 중이다. 7월 1일 현재 팟캐스트 전체 순위에서도 SBS <두시탈출 컬투쇼>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모두 방송 두 달 만의 일이다. 팟캐스트 청취 순위를 지상파 프로그램이 독식하는 점을 볼 때 1인 미디어 ‘나는 꼼수다’의 성공은 놀랍다. 

‘나는 꼼수다’는 아이폰 사용자라면 누구나 무료로 들을 수 있고, 다운로드도 가능하다. 지난 4월 28일부터 시작한 방송은 6월 30일 8회분까지 ‘무사히’ 마친 상태.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정봉주 전 17대 국회의원, 김용민 시사평론가가 고정패널로 등장해 1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쉼 없이 떠든다. 이들은 ‘연관 검색어로 이명박이 등장할 수 있는 모든 아이템’을 ‘꼼수’의 시각에서 파헤친다. 유료 광고 없고, 심의도 없고, 대본도 없고, 가끔 욕도 하는 ‘막 나가는’ 스타일이 청취자를 붙잡았다.

▲ 팟캐스트 정치 분야 1위를 기록 중인 <김어준의 나는 꼼수다>.
‘나는 꼼수다’는 기성 언론이 잘 다루지 않는 이슈만을 다룬다. 첫 회에선 BBK 의혹을 특집으로 다뤘다. 방송은 지금껏 에리카 김이 올해 초 한국에 다녀간 배경, 김경준이 모종의 계약으로 미국에 송환될 수 있는 개연성, 지난 달 김경준 측이 굳이 주지 않아도 될 140억원을 다스(이명박 대통령 친인척 소유회사)에 주게 된 맥락 등을 꼼꼼히 따졌다. BBK 의혹을 제기한 <시사IN> 보도가 무혐의 판결을 받은 그날 ‘서태지·이지아’ 건이 세상에 등장한 ‘우연’에 대해서도 소설을 썼다. 그러나 논거는 충분했고 귀는 솔깃했다.

현재까지 <나는 꼼수다>의 사회적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다. 당장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투표 속내가 뻔히 드러났다. 정상회담을 ‘구걸’했던 이명박 정부의 외교 꼼수가 얼마나 수준 낮은 것인지도 밝혀졌다. 문재인의 ‘운명’이 차기 대통령일 수 있다는 주장에 많은 이들이 관심 갖게 됐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기억에서 잊혀져가던 이명박 대통령의 BBK 주가조작 연루의혹 사건을 머릿속에 새롭게 ‘세팅’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나는 꼼수다’로 학습된 시민들은 정부와 언론을 이성적으로 불신하기 시작했다. 

‘나는 꼼수다’의 인기는 기성 언론이 다루지 않거나, 혹은 다루지 못하는 내용을 지속적으로 ‘긁으면서’ 비롯됐다. 이명박 정부 이후 표현의 자유 위축과 자기검열을 거듭해 온 언론은 오늘날 권력에 ‘딴죽’ 거리는 능력을 상실했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는 꼼수다’라는 ‘대안매체’가 탄생했다는 지적이다. 김어준 총수는 <PD저널>과의 통화에서 “만약 한국사회에서 탐사저널리즘이 충분히 작동하고 있었다면 따로 ( ‘나는 꼼수다’가) 있을 이유가 없거니와 재미도 없었을 것”이라 말했다. 

‘나는 꼼수다’는 언론을 불신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언론이 지적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여러 개연성과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프로그램 목적이 ‘이명박 대통령 헌정방송’이라고 밝힌 점에서는 기성언론을 풍자하는 모습도 보인다. 김어준 총수는 ‘나는 꼼수다’의 인기 요인에 대해 “권력이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명분의 이면에 있는 욕망을 드러내 진짜 이유가 뭔지를 들려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나는 꼼수다’의 인기에 주목해야 하는 것은 “진실에 대한 시민들의 결핍”(김어준)이다.

그러나 최근 방송사의 현실은 어떠한가. 노동이나 인권 아이템을 다룬 KBS · MBC 라디오 프로그램은 줄줄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불공정성을 이유로 징계위기에 놓였다. 소셜테이너로 활약하는 프로그램 진행자들에게는 객관성 잣대를 통해 ‘입막음’을 유도하고 있다. 방송사 내부 성원이 외부에서 경영진을 비판하면 ‘회사명예실추’를 이유로 징계를 받을 판이다. ‘낙하산’ 사장에 의해 방송은 권력의 사유물이 되었고 탐사저널리즘으로 이름을 날리던 PD들은 보복성 징계로 비제작부서나 지방으로 쫓겨나야 했다.

때문에  ‘나는 꼼수다’의 높은 인기는 엄혹한 방송현실을 역으로 반증해서 씁쓸하다. 현실을 바꾸려면 언론인들의 ‘집단적 각성’이 필요하다. 김어준은 “( ‘나는 꼼수다’의) 인기는 다 각하 때문”이라며 공을 돌렸다. 기존의 언론 역시 각하의 덕을 보며 인기를 누릴 필요가 있다. 예컨대 YTN <돌발영상>이 다시 돌아오고, 최승호 MBC PD가 <PD수첩>에 복귀하는 식이다. 만약 시민들에게 외면 받는 ‘꼼수’짓만 계속 한다면, 언론은  ‘나는 꼼수다’의 치솟는 인기를 바라보기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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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한빈 2011-07-04 23:25:57
시간나실때 꼬~옥 한번 들어보세요...정치를 떠나서 재미 있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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