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제작기 SBS<그것이 알고싶다> ‘허가 받지 못한 희망 간디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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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간디학교를 다시 찾은 이유

|contsmark0|지난 6월 23일 ‘허가 받지 못한 희망 - 간디학교의 선택’(연출 장경수)이 방송되었고 9월 8일에 ‘허가 받지 못한 희망 2 - 간디학교의 위기’가 방송되었다. 첫 방송 후 채 석달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의 두 번째 방송이 - 그 사이 간디학교 교장이 초중등 교육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대안교육의 문제가 법원의 판단으로 넘어간 중요한 사실이 있었지만 -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그 부담을 부담하고도 남을 의미가 우리에게 있었다.
|contsmark1| 간디학교 사람들은 행복하다. 진짜로
|contsmark2|카메라 렌즈 30도의 바깥, 나머지 150도 안에서도 그들은 행복했다. 아이들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지, 이 행복한 꿈을 깨고 나면 다시 예전의 그 힘겹던 교실로 돌아가는 건 아닌지 불안할 때가 있다’고 했다. 교사들은 얼마나 행복하냐는 나의 썰렁한 질문에 ‘하늘 만큼, 땅 만큼’이라고 대답했다.
|contsmark3|서울에서 아예 학교 근처로 이사와 버린 학부모는 간디학교는 나의 종교라고 말했다. 이들은 거의 하루 종일 웃는다. 사람 사는 것에 희노애락이 있는데 어찌 하루 종일 웃을까 싶겠지만 정말 하루 종일 웃는다. 그것도 제대로 탁 트인 소리를 내면서 옆에 있는 사람들까지 시원하게 웃는다. 같이 웃다보면 내가 pd라는 것도, 뭐하러 왔는지도 잊어버린다. 웃는 사람들 사이로 어릴 적 보던 그 파란 하늘 흰 구름까지 보이면 그냥 하루가 지나간다.
|contsmark4|그런데 경남 도교육청은 이 학교를 당장 해산하란다. 시설이 모자라고 운영자금이 부족하니 아이들의 학습권을 보호할 수 없단다. 이렇게 마음놓고 웃어도 되는지 교육법에 적혀 있지 않아 잘 모르기 때문이란다. 교육부도 그 말씀이 맞는 말씀이라고 한다. 소가 웃을 일… 그래서 간디학교 사람들은 한번 더 웃는다.
|contsmark5| 간디학교 아이들은 공부를 잘할 준비가 되어 있다
|contsmark6|간디학교 한 학년은 20명. 성적순으로 세우지도 않지만 꼴찌라고 해봐야 20등이다. 명색이 교양pd라 지난 몇 년간 일반학교 수업시간을 여러 번 촬영했다. 교사 말을 듣는 아이는 40명중에 4, 5명 정도. (감히 pd가 옆에 있는데도…)
|contsmark7|그러나 간디학교는 거의 전원이 교사 말을 듣는다. 듣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이 얘기한다. 가끔 대담하게 선생님 바로 앞에서 책상에 엎드려 자는 놈 한, 둘 그리고 자연이 불러내 따로 공부시키는 놈이 한, 둘 있긴 하지만…
|contsmark8|어쨌든 간디학교 꼴찌의 수업태도가 일반학교 20등 보다 훨씬 좋다. 그러나 현실은 일반학교 20등이 간디학교 20등 보다 대학에 갈 확률이 훨씬 높다. 이유는 하나, 간디학교 아이들은 바쁘기 때문이다. 빨래도 해야하고 청소도 해야하고 열심히 공도 차야하고 밭도 갈아야 하고 음악도 들어야 하고 만화부터 철학서적까지 좋은 책도 봐야하고 친구들과 많은 얘기를 해야되기 때문이다.
|contsmark9|‘얼마나 어려운 대학 공부인데 감히 오전 수업만으로…’ 괘씸죄에 걸린 간디학교 아이들은 대학 문턱 넘기가 힘들다. 고2, 고3때 이미 공부가 지긋지긋해진 일반학교 아이들이 어렵지 않게 받아내는 대학 졸업장이건만, 맘껏 놀면서 공부도 재미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간디학교 아이들은 받을 자격조차 주지 않는다. 졸업장 받기 힘들테니 아예 안들어 오는 게 낫겠다고 대학은 충고해준다. 고맙게도…
|contsmark10|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은 시간
|contsmark11|나는 요즘도 가끔 고등학생이 되어 시험을 치는 꿈을 꾼다. 답안지에 답을 옮겨쓰려는 순간, 종이 울린다든지 아니면 아는 문제가 하나도 없어 땀만 뻘뻘 흘리다 깨버리는 개꿈이다. 나이 40을 넘겨서까지 이런 꿈을 꾸다니, 창피해서 어디 가서 얘기도 못할 꿈을…
|contsmark12|그러나 간디학교 선생님들 역시 나와 비슷한 꿈을 꾼다고 했다. 같이 낄낄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왜 한 달에 70만원의 월급으로 산청 골짜기에 묻혀 있는지 물어 보지 않아도 되었다. 왜 석 달도 안돼서 또 간디학교를 취재하러 왔는지 답하지 않아도 되었다.
|contsmark13|최상재 sbs 교양국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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