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온갖 꼼수 동원하는 MBC 경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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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온갖 꼼수 동원하는 MBC 경영진
  • PD저널
  • 승인 2011.07.06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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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최근 이우용 라디오본부장과 이진숙 홍보국장에 대해 각각 근신 15일과 7일의 징계 결정을 내렸다. 라디오 1부장과 홍보시청자부장 역시 근신 처분을 받았다. 배우 김여진씨의 <손석희의 시선집중> 출연 관련 보고 누락 및 홍보 잘못의 책임을 물었다고 하는데 해당 간부들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를 통해 김씨의 방송 출연을 막겠다는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MBC 경영진이 그 과정에서 온갖 편법과 꼼수를 동원한 것으로 밝혀져 회사 내부는 물론 시민사회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규상 작가 및 출연진, 소재 선정 등의 사항에 대한 직접적인 권한과 책임은 부장에게 있다고 한다. <시선집중> 제작진 역시 이에 따라 김씨의 출연에 관해 담당 부장으로부터 승인을 얻었고, 회사의 정상적인 홍보 절차를 거쳐 외부에 이 사실을 공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까지는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게 MBC 구성원들의 판단이다.

그런데 김씨의 출연에 불만을 갖고 있던 경영진이 무리수를 두면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라디오와 홍보 라인의 간부들에 대한 책임을 물을만한 근거를 찾지 못해 쩔쩔매던 경영진이 내세운 것이라곤 “(프로그램 제작비 관리에 있어서) 배역 결정의 경미한 사항은 부장에게 전결권이 위임돼 있지만, 중요한 사항은 국장에게 있다”는 조항이었다고 한다. 한 달에 고작 두 번 출연하는 김씨를 대상으로 이 조항을 적용한 걸 보니 경영진의 사정이 얼마나 다급했는지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배경에는 최근 MBC가 개정을 시도하고 있는 방송심의규정의 ‘고정출연제한 심의조항’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르면 사회적 쟁점 등에 대해 찬반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출연자에 대해 사측이 너무나 쉽게 출연 불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돼 있다. 개인의 양심과 언론·표현의 자유에 정면 위배되는 ‘긴급조치’라는 반발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은 그대로 밀어붙일 태세이다. 본지는 지난 호 기사를 통해 이 조치가 현실화되면 평소 홍익대 청소노동자 문제, ‘반값 등록금’ 관련 이슈 등에서 활발한 사회적 발언을 해온 김씨가 제1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한 바 있고, 불행히도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김씨의 방송 출연이 불발되고, '살생부'에 오르는 출연자들이 늘수록 PD들은 상대적으로 제작현장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아마도 사측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이처럼 사전검열과 통제를 통해 PD들로부터 제작의 자율성을 빼앗는 일일 것이다. MBC는 김씨가 방송에 출연해서 안 되는 이유를 솔직하게 밝히고, 그 판단의 옳고 그름을 방송의 주인인 시청자들에게 물어야 한다. 더 이상의 편법과 꼼수로는 주인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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