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를 위한 영화 읽기‘난 삶이 두렵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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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고 두려운 성장의 아픔을 보여주는 영화

|contsmark0|다큐멘터리를 연출하는 사람으로써 작품 속의 인물들이 시간이 지나며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본다는 것은 기존 상업 방송의 시스템 속에서는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그것은 기존 상업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노에미 르보브스키(프랑스)감독이 1999년도에 만든 ‘난 삶이 두렵지 않아(la vie me fait pas peur)’는 분명 새로운 영화라고 할 수 있다.
|contsmark1|에밀리와 스텔라. 이네스, 마리온 13세 네 명의 소녀들은 학교 친구들이다. 영화는 13살 소녀들 각자의 가족 생활과 초등학교 생활부터 시작된다. 소녀들은 한가지씩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 정신 상태가 불안정한 엄마 때문에 항상 우울한 집안 분위기인 에밀리,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는 성격의 스텔라, 자신을 괴롭히는 오빠에 항상 시달리는 마리온 그리고 항상 어두운 이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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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삽화같은 느낌의 성장기
|contsmark4|그들은 어느날 이네스의 집에 모여 마녀들의 의식 같은 손가락에 피를 내어 우정을 변치 않는 맹세를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첫사랑이 다가오고 여름의 휴가기간 동안 첫 경험이 지나가고 어느덧 고등학교의 졸업시험이 다가온다. 고집이 센 마리온은 처녀성을 버리는데 강박증을 보이고, 이네스는 호르몬 분비 이상으로 병이 든다. 스텔라의 부모는 이혼을 하고 그들은 천천히 어른이 되어간다.
|contsmark5|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듯한 성장영화의 틀을 따르는 것 같지만, 노에미 로브브스키 감독은 이 모든 것을 앨범을 넘기듯 삽화같은 느낌으로 전달한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 그 아이들이 아픈 성장의 기록을 시간대별로 기록해놓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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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네 소녀가 발산하는 열기
|contsmark8|아무 것도 아닌 사소한 일에도 광분하듯이 반응하는 네 소녀들의 몸짓은 영화 전편에 걸쳐서 끝없는 에너지를 만들어 나가고, 영화는 그 에너지에 주변반응 하는 분자들과 화학반응 하여 소녀들을 시간 밖으로 몰아낸다.
|contsmark9|플롯은 무시되고 영화는 실존의 성장을 고스란히 영화 속으로 옮겨 놓은 듯한 고집스런 배치를 통하여 때로는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contsmark10|노에미 르보브스키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이 영화의 시작은 1995년 프랑스에서 방영된 ‘계집아이들’이란 텔레비전 영화였다. 그 영화를 연출한 르보브스키 감독은 그곳에서부터 새로운 영화를 만들 구상을 시작하였던 것이다.
|contsmark11|그러나 13세 소녀들은 이미 커버린 후였다. 노에미 르보브스키는 ‘계집아이들’에서 30여분을 편집하여 영화의 앞부분에 넣는 방법으로 연대기를 이어나가는 방법을 택했다. 영화 전반부 소녀들이 고속도로에서 히치하이커를 하는 장면에서 자동차 내부로 옮긴 아이들은 어느새 훌쩍 커버린 18세 소녀들이 되어 있었다. 노에미 로보브스키는 그렇게 현실의 시간을 고스란히 영화 속의 시간으로 옮겨온다.
|contsmark12|이 영화의 가장 커다란 아이디어는 그것이다. 프랑스의 예쁘게 조각된 미녀 배우들이 아닌 10대 초반 텔레비전에서 처음 선보인 소녀들이 들쑥날쑥 생긴 그대로의 모습으로 영화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자체에서 시간과 공간의 기억을 각인시켜 보려는 감독의 의도가 엿보이게 하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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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4|감독 자신의 자서전적 고백
|contsmark15|올해 37살인 노에미 로보브스키 감독은 개인적인 주관을 배제하기 위하여 여류소설가인 플로랑스 세이보스와 함께 공동으로 시나리오를 썼다고 하는데, 시간 속의 병치를 따라 고집스럽게 주인공들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는 영화는, 소녀들의 아픔과 그 아픔을 관통하는 사건들을 그 눈높이에서 재단한다.
|contsmark16|그것은 르보브스키 감독의 자서전적 고백이며 육체와 정신이 일치하지 않는 10대의 혼란과 정체성에 대한 경외로운 표시이기도 하다. 짜릿한 드라마 트루기도 없고, 가슴 적실만한 로맨스의 여운도 거칠게 도약하지만, ‘난 삶이 두렵지 않아’는 세상에 반응하는 성장다큐와도 같이 진실한 영화이다.
|contsmark17|‘르몽드’지는 이 영화를 가리켜 ‘보기 드문 진주와도 같은 영화’란 표현을 했다. 분명 이 영화 속에는 어른들이 침범할 수 없는 보석 같은 소녀들만의 영토가 존재한다. 그것은 경이로움으로 때로는 낯설음으로 존재한다. 우리는 그 영토 안에서 할퀴고, 꺾이며, 쉼 없이 상처받는 르보브스키 감독과 하나된 네 명의 소녀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에게 물어 보고 싶다.“근데 우리는 왜 항상 아파야 하는 거지?”
|contsmark18|최병화 itv 특집제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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