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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 휴머니즘의 이중성

|contsmark0|느닷없이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새로운 바람. 그것은 우선 휴머니즘의 바람이다.
|contsmark1|곳곳에서 테러희생자 위령제가 열리는가 하면 모든 지면과 화면이 ‘인륜’이라는 단어로 뒤덮여 버렸다. 11년 전, 미군의 폭격에 정말 무고한, 아니 최소한 이번 테러 희생자들과 똑같이 무고한 이라크 시민 10만이 죽었을 때 눈 하나 깜짝않던 이 땅의 언론이!
|contsmark2|어디 그 뿐인가. 도시 전체가 폐허가 될 정도로 동족들이 죽어 나자빠졌어도 지금껏 항의 한 번 안하고(1951~53 평양), 이번 사망자의 수십배 수백배의 백의민족이 굶어 죽어도 알량한 상호주의의 빗장을 풀지 않고 있는 이 땅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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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그 바람은 또한 순진함의 바람이다.
|contsmark5|미국이 발표하는 것은 무엇이든 진실로 치부된다. 증거 운운은 심히 불경스러운 일이다. 그들이 심증을 가지기만 하면 빈 라덴이든 사담 후세인이든 아니면 하마스든 즉시 범인이 되고 악마로 믿어진다.
|contsmark6|명백한 물증이 있는 탈세혐의 수사에 대해서도 그 의도의 순수성을 문제삼으며 형평성 시비를 걸고, 동족에게 지원되는 쌀 한 톨에 대해서까지도 완벽한 투명성을 요구해온 이 의심많은 나라에서!
|contsmark7|그것도 세계 각지에서 백색테러를 자행하고 이를 상대방에 뒤집어 씌워 온 (예를 들어 통킹만 사건, 피그만 침공, 파나마 사기극…) cia의,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검증되지 않은 그들의 일방적 발표에 대해 대다수의 신문과 방송은 최소한의 의혹도 제기하지 않는다.
|contsmark8|아랍인들이 테러행위를 했다면 그들은 왜 하나뿐인 목숨을 바쳐가면서, 세계 여론의 역풍을 각오하면서 까지 극단적인 항전을 하는지, 과연 어떻게 해야 이와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을 수 있는지 하는 균형잡힌 성찰의 단서는 의도적으로(!) 가려진다.
|contsmark9|그러나 이제 그 새로운 바람에서는 참을 수 없는 악취가 풍겨나오고 있다. 아니 사실은 애초부터 그것은 증오와 폭력의 바람일 뿐이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진짜 범인이든 아니든, 어디서 얼마만큼 많은 사람이 무고하게 다치고 죽든, 무제한의 린치가 허용되는 정글의 바람이 아니었던가?
|contsmark10|그런데도 200여만 실업자가 넘쳐나고 있는, 눈만 뜨면 남침야욕을 경계(?)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무죄추정의 원칙을 받들어 모신다는 이 나라의 정부는 국민의 혈세와 군대를 동원해 ‘몰매’에 가담하겠다고 공언했다.
|contsmark11|이 땅의 언론들은 이슬람교도들과 아프간 사람들을 ‘미개한 돌아이들’로 멋대로 빚어가며, 10년전 이라크에서와 같이, 강자에 의해서 저질러질 첨단 전자오락형 살육을 중계해 손님 끌 채비를 완료했다. 이렇게 흥미있는 오락이 준비돼고 있다며 흥행성적을 높이기에만 열중하고 있다.
|contsmark12|이제는 솔직히 말하자. 그 바람은 미친 바람이라고. 균형감각을 상실한 그래서 보편성이 부재한 휴머니즘은 값싼 심정주의에 다름아니며, 마땅히 제기해야 할 의문조차 묻지 못하는 순진함이란 결국 비굴함에 지나지 않는다고.
|contsmark13|지구 반대편의 대국과 자신이 살고 있는 땅 사이의 거리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우리 의식세계의 식민성. 글로벌 거대매체에 빌붙어 그 거리를 더욱 좁게 느끼도록 만들고 있는 상업주의 언론권력. 21세기에도 여전히 지구촌을 횡행하며 휴머니즘을 조소하는 야만적 힘의 논리.
|contsmark14|pd는 자율적 판단과 사고의 다양성을 생명으로 한다고 했던가. 뒤틀려진 이 땅의 휴머니즘을 바로 펴 문명을 가장한 야만을 석발해내는 것. 그것은 이제부터 우리 pd들이 떠맡아야할 책임이자 사명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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