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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 대선이 다가오면서 정당들이 여러 가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한다', '정당 간에 통합을 하겠다', '연대-연합을 하겠다'는 등 여러 가지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정당에 한발도 걸치고 있지 않은 사람 입장에서는 언론 보도를 보고 “이번에는 또 이렇게 하나 보다”라고 고개를 갸우뚱할 뿐이다. 시민운동을 하며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지만, 정당의 당원이 된 적은 없었기 때문에 정당정치는 늘 ‘그들만의 리그’였을 뿐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생각이 바뀌고 있다. 내가 절실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들이 정치라는 공간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 현실을 더 이상 참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문제가 원자력 문제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 4개월이 지나가지만, 정치권에서는 사고 직후에 잠깐 이 문제를 가지고 왈가왈부했을 뿐이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에게는 이런 문제보다 당장 내년에 당선되는 것이 더 중요한 목표이다. 게다가 그들은 이런 저런 이해관계에 얽혀 있고,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연간 수십만 명이 교통사고로 죽는다고 자동차를 없애지는 않는다’는 정도의 인식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렇지만 교통사고는 비옥한 땅을 수백 년간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사람들에게 암을 일으키지도 않는다. 비교가 안 되는 걸 비교하는 궤변만 늘어놓는 것이다.

그렇지만 야당이라고 해서 원자력발전에서 벗어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원전 사고가 터져서 이슈가 되니까, 그 때만 잠깐 안전성에 대해 언급하고 정부를 비판했을 뿐이다. 실제로는 탈핵(脫核)을 하겠다는 의지도 없고, 대안도 없다. 그런 와중에 지금도 원자력발전소는 계속 건설되고 있고, 원자력발전 확대 정책은 그대로 추진되고 있다.

대개 국가의 계획이란 것은 변경되지 않으면 그냥 추진되는 것이다. 이미 세워진 국가 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원자력발전의 비중을 2010년 31.4%에서 2030년에는 59%까지 늘릴 예정이다. 현재 21기인 원전은 34기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를 위한 신규 발전소 건설, 부지 선정 등은 이미 추진되고 있다. 이것을 지금 막지 못하면 계획대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물론 원자력발전을 당장 중단하자는 것은 아니다. 독일의 사례에서 보듯이 상당한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고, 체계적인 계획과 실천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원자력발전의 확대 추세는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이런 답답함 때문에 정당에 대한 회의론자였던 나도 ‘좋은 정당’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내가 느끼는 절실한 문제를 정치라는 공간에서 풀어낼 수 있는 도구로서의 정당이다. 유권자 위에 군림하거나 유권자를 가르치려는 정당이 아니라 유권자의 참여 통로가 되는 정당이다. 나처럼 ‘탈핵’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는 사람들은 탈핵을, 비정규-저임금 노동의 문제를 극복하려는 사람들은 그 문제를, 아동 빈곤이나 청소년 인권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풀어놓고 같이 대안을 만들고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정당이 필요하다.

 

▲ 하승수 정보공개센터 소장

 

이런 정당은 기존의 엘리트 중심 정당, 크든 작든 정치적 기득권에 사로잡혀 있는 정당의 패러다임을 부정한다는 의미에서 ‘반(反)정당의 정당’(anti-party party)이라고 부를 수 있다. 사실 이런 것을 표방하면서 나온 정당이 서구의 녹색당이다. 이들은 기존 정당의 의제 뿐만 아니라 중앙집권적 조직 구조, 관료적 운영 방식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개념의 정치 조직을 주창했다. 그리고 다양한 시민사회운동, 풀뿌리 운동에 기반을 둔 독일 녹색당은 불가능해 보이던 ‘탈핵’을 이루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지금 우리에게도 이런 새로운 개념의 정당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정당이라면 나도 생애 최초로 당원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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