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용기가 많이 필요한 ‘조롱’이었다. “실제로 나가서 (조롱 제스처를)날리는 것은 트위터로 날리는 것과 달랐다.” 탁현민씨는 “아직 MBC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상스러운 욕을 해야 한다는 데 부담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공지영씨나 조국씨가 하기에 적합한 퍼포먼스는 아니었다”며 웃은 뒤 “콘텐츠 기획자로서 저항예술을 한다는 측면에서 퍼포먼스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공지영 소설가, 조국 교수 등 여러 인사들과는 ‘트위터’로 ‘출연거부’의 뜻을 모았다.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탁현민씨는 “(출연거부가) 오히려 제작진을 궁색하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가 ‘차선책’을 선택한 결과, 제정임 교수 등 여러 뜻 있는 지식인들이 출연거부에 동참하며 이들은 하나의 운동, 하나의 여론을 만들어냈다. 이들은 MBC 경영진의 ‘무리수’와 ‘무능함’을 비판했다.
“김재철 사장은 ‘친MB’로부터 벗어나는 순간 권력기반을 잃어버린다는 두려움이 큰 것 같다. 또 김재철 사장은 MBC 사장을 ‘거쳐 가는 자리’ 정도로 보고 정치적 욕심을 위해 최대한의 충성심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는 “오만한 언론은 민심에 둔감하다”며 “MBC가 ‘소셜테이너 출연 금지 규정’을 끝내 포기하지 않으면 스스로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에 따르면 출연자를 둘러싼 정치적 공정성은 결국 제작진이 판단할 문제다. “해당 조항의 가장 큰 문제는 방송의 외적 활동까지 문제 삼아 출연을 막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파를 가리지 않고 제작진이 판단하는 수준에서 출연진이 나올 수 있게끔 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경영진의 논리라면 김여진 씨의 토론 맞상대였던 전원책 변호사 역시 출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작진에게 자율성을 줘야 한다.”
탁현민씨는 앞으로 조항의 위법성을 지적하는 헌법소원을 고민 중이다. 조롱이 아닌 ‘연대’를 위한 퍼포먼스도 이어나갈 생각이다. “결국은 내부에 있는 분들이 격렬하게 싸워야 한다. 우리는 바깥에서 연대할 수 있는 방법들 찾을 생각이다.” 그는 집회나 시위와 같은 방식 말고 MBC에 대한 애정을 표현할 수 있는 퍼포먼스를 기획 중이다. 장미 한 송이를 놓거나, MBC를 응원하는 포스트잇을 붙이는 식이다. ‘애청자’는 지치지 않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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