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제작기 MBC <전파견문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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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제작기 MBC <전파견문록>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
  • 승인 2001.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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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전파견문록>이라는 프로그램 아세요?” “그게 뭐죠? 들어본 것 같은데” “토요일 밤에 하는 거구요, 이경규, 김용만, 김국진씨가 나와서 7살 정도의 어린이가 내는 문제를 맞히는 프로그램이요” “아 그거요. 지난번에 한번 봤는데 진짜 문제가 기발하더라구요. 근데 그거 진짜 아이들이 내는 거 맞아요?”
|contsmark1|출연게스트를 섭외한다든지, 아이들 섭외를 위해 유치원에 전화를 걸때마다 의례히 나누는 대화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안다고는 하지만, 프로그램을 시작한지 근 2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이런 질문을 받는걸 보면 <전파견문록>이라는 제목과 ‘아이들의 눈 높이 세상으로 떠나보는 여행’ 이라는 프로그램 내용이 일맥상통하지 못하는 게 그 이유인 것 같다.
|contsmark2|더듬어보자면 <전파견문록>은 1999년 10월에 첫 방송이 되었는데 초창기에는 스포츠 대결과 흥미를 끌만한 직업에 도전해보는 코너로 이루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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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아이들의 상상력에 출연자도 감동
|contsmark5|그러다가 2000년에 들어서면서 어린이가 어른에게 내는 퀴즈 형식으로 큰 가닥을 잡게되었다. 사실 이 코너를 시도해보기까지는 모태가 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99년 토요일 저녁 방송되었던 <베스트 토요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김경식, 정선희 사회로 어린이들끼리 문제를 내고 맞히는 ‘날아라 병아리’라는 코너가 있었다.
|contsmark6|그때 매주 유치원에 가서 아이들을 만나면서, 순수하고 기발했던 아이들의 생각이 고정관념에 박혀있는 어른들의 사고방식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기억이 있어서 그 아이템을 스튜디오에 들여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발단이 되었다.
|contsmark7|우선 그때 출연했던 어린이 중에 한 명을 불러서 단어를 10개정도 주고 어른들에게 문제를 내게 했다. 그때 낸 것 중에 하나가 ‘싸우고 나서 하는 것’이라는 문제가 있었는데 정답이 ‘반성’이라는 얘기를 듣고 모두가 감동(?)했던 적이 있었다.
|contsmark8|사실 지금의 방식, 즉 어린이가 문제를 내면 시청자와 방청객과 상대팀에게는 정답이 공개되고 그 후에는 어린이가 낸 문제와 상대팀의 힌트를 통해 맞히는 방식은 그 후의 일이다.
|contsmark9|‘나는 답을 아는데 상대방은 모른다’의 상황은 알 듯 모를 듯한 힌트를 주는 과정에서 결국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게 되는 엉뚱한 상황으로 진행되게 되고 그 과정을 지켜보는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또 다른 쾌감과 재미를 얻게되는 것이다.
|contsmark10|사실 <전파견문록>의 형식은 퀴즈 프로그램 형식을 빌은 토크쇼라고 생각되는데 출연 게스트들은 물론이고 고정 출연자인 김국진, 김용만에게도 모든 내용은 사전에 알려주지 않는 게 원칙이다.
|contsmark11|간혹 시청자들 중에는 답을 너무 빨리 맞춘다든가 하는 이유로 사전에 답을 아는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데, 그건 아마도 녹화시간의 절반 가량이 편집되기 때문에 과정이 많이 생략되어 그렇지 않나 생각한다. 어쨌든간에 예측되지 않은 상황과 애드립의 연속으로 녹화가 되고 그게 다듬어져서 방송이 되기 때문에 말 그대로 대본 없는 ‘시트콤’의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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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3|대본없는 시트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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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5|이제 <전파견문록>이 11월쯤에는 100회를 맞는데 그 동안 무수히 많은 게스트와 어린이 출연자가 거쳐갔지만 제작진입장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소중한 보물은 아이들이다. 나는 거의 매주 아이들을 만나보면서 그들의 무한한 상상력과 고정관념을 뒤엎는 생각에 또 한번 놀라고 감동받는다.
|contsmark16|이제 이만큼 했으면 (이제까지의 방송된 단어 수는 500개가 넘는다) 바닥이 날만도 한데 어린이만의 ‘순수한’ 언어는 아직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설마 그걸 아이들이 다 만든 문제일까?’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게 물어오는 사람들에게 난 이렇게 대답한다. ‘그럼 문제 한번 만들어보시겠어요?’
|contsmark17|신기하게도 아이들이 낸 문제들은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고 단순하게 보이는데 사실은 어떤 어른들도 어린이처럼 표현하고 묘사하긴 쉽지 않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표현한 단어에는 어른 세계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강한 호기심이 깃들여있다.
|contsmark18|‘아빠가 출장가면 집에 남는 거예요 - 걱정’ ‘어른들은 술 마시고 힘이 없으면 이걸 해요 - 어깨동무’ 또 한편의 시 같은 문제도 있다. ‘친구랑 놀다가 헤어지기 싫은 것 - 정’ ‘하늘의 풍경 - 날씨’ ‘이 속에 사람들이 많이 있어요 - 추억’ 등등
|contsmark19|누구나 지나왔지만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어린 시절, 그 때의 순수한 감성과 마음들을 간직할 수 있다면 모두다 행복해지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추억과 경험은 가슴깊이 아로새겨져 지금의 ‘나’를 만들고 있는 중요한 원천이 된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contsmark20|난 가끔 내 어린 시절 흑백사진 속의 내 모습 속에서 잃어버리고 있었던 ‘나’를 다시 찾곤 한다. 그리고 피터팬이 될 수 없는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을 다시 한번 힘껏 안아주고 싶다. 그들 모두 현재의 우리와 같은 어른이 될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에 말이다.
|contsmark21|사화경 mbc 예능국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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