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서의 책읽기 ‘이슬람 문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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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의 책읽기 ‘이슬람 문명사’
‘문명 충돌’을 이해하는 지름길
  • 승인 2001.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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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우리의 상식 수준에서 ‘이슬람’을 통해 연상되는 낱말 잇기 퀴즈를 한다면? ‘꾸란’, ‘메카’ 같은 이슬람과 관련된 고유명사를 골라 낸 뒤에, ‘극단주의’ 또는 ‘과격함’같은 단어를 선택할 것이다.
|contsmark1|지난 9월 11일 터진 미국 테러의 배후가 일부 이슬람 세력임을 입증하는 증거가 쌓여가면서, 이슬람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은 더욱 더 굳어질 전망이다. 그런데 정말 ‘이슬람’은 그렇게 과격하고 저돌적이고 ‘모’아니면 ‘도’를 요구하는 융통성 없는 종교이고 문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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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서구의 시각으로 보아온 이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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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객관적인 시각으로 이슬람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오늘날 횡행하는 이슬람에 대한 왜곡된 상은 대부분 ‘서구 문명’의 굴절된 렌즈를 통과하면서 생긴 것임을 알 수 있다. 문명으로서의 ‘이슬람’은 중간적인(intermediate) 성격을 띤 문명이다.
|contsmark6|시간적으로는 헬레니즘 같은 고대 문명과 근대 여명기의 가운데서 과도기를 담당했고, 공간적으로는 지중해 유럽 문명과 아시아의 중국 문명 사이에 위치하면서 양쪽의 활력과 장점을 받아서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contsmark7|만약 이슬람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듯이 그렇게 ‘극단적’이고 ‘포용력이 없었다면’ 결코 하나의 문명으로 지금까지 살아 남지 못했을 것이다. 굳이 ‘굳어진 것은 모두 사라진다’라는 경구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현재 이슬람의 팽창 속도를 보면 그것이 얼마나 유연한 체계인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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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중간적인 문명’에서 ‘극단의 문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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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1|그러면 왜 이슬람은 다른 종교나 문명에 비해 과격하고 폭력적으로 보이는가? 그것은 유럽 주도의 서구 문명의 팽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4세기 이후의 이슬람권은 크게 4개의 제국과 다수의 군소 국가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contsmark12|이집트의 맘룩 왕조, 이란의 사파비 왕조, 터키 반도 중심의 오스만 터키 제국, 북부 인도의 무갈 제국이 4대 제국이고,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로 진출한 이슬람 교도들이 세운 무슬림 국가들이 군소 제국이다.
|contsmark13|15세기 말 이래 유럽은 바다와 육지 두 방향을 통해 팽창하면서 이슬람 세계를 잠식해 들어갔다. 러시아의 영토 확장으로 인한 크림 반도, 중앙아시아의 무슬림 국가의 러시아 제국 내 편입, 인도 무갈 제국의 영국 식민지화, 1차 세계 대전 후 오스만 터키 제국의 쇠락이 그 대표적인 예다.
|contsmark14|중동의 이슬람 국가에는 친서방적인 정권이 들어섰고 (후에 이란 혁명으로 무너진 이란의 팔레비 왕조, 사우디의 사우드 왕조), 2차 세계 대전 후에는 서방의 도움으로 팔레스타인인의 영토에 이스라엘이라는 국가가 폭력적으로 세워졌다. 이집트가 자국 영토를 지나는 수에즈 운하를 영국과 프랑스로부터 되찾은 것이 1956년의 일이다.
|contsmark15|이 정도 사정을 알고 나면 ‘이슬람’이 왜 그렇게 서구에 적대적이고 또 때로는 과격하게 폭발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결국 일부 ‘이슬람’권의 과격함은 서구 중심의 세계 구도 속에서 탄생한, 서구의 자업자득의 부산물이다.
|contsmark16|최근 이슬람에 관한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영국의 세계적인 중동사 연구가 버나드 루이스가 엮은 ‘이슬람 문명사’를 능가하는 책은 없다. 이슬람의 종교와 역사는 물론 도시, 신비주의, 음악, 전쟁 무기 등에 관한 전문적인 연구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최고의 이슬람 입문서다.
|contsmark17|거기다 역자가 한국 최고의 중앙아시아사 연구자인 김호동 교수라 번역에 대한 신뢰감까지 더해진다. 정말 ‘이슬람’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다른 책에 시간 낭비하지 말고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contsmark18|손현철/kbs 기획제작국 pd|contsmark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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