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초 합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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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초 합법화
[글로벌] 프랑스= 표광민 통신원
  • 프랑스= 표광민 통신원
  • 승인 2011.08.0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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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표광민 통신원/ 프랑스 고등교육원(EPHE) 제 5분과 정치철학 박사과정
<르몽드> 8월 2일

노인은 소년에게 몰래 약을 먹인다. 노인은 약을 먹고 환각상태에 빠진 소년을 낙원처럼 꾸민 비밀스런 정원으로 옮긴다. 그 곳에서 마음껏 먹고 즐기던 소년이 다시 잠이 들면 노인은 소년을 본래의 장소로 데려온다. 눈을 뜬 소년에게 노인은, 그곳이 천국이었다고 말한다. 소년은 다시 천국에 가기 위해 목숨을 바쳐 알라의 뜻에 따르리라 맹세한다. 이렇게 소년은 죽음을 두려워 않는, 아니 오히려 죽음을 바라는 무서운 암살자가 된다.

일설에 따르면 이슬람의 한 분파는 위와 같은 속임수로 암살자들을 길러냈다고 한다. 이 때 사용된 환각제가 바로 하시시, 풀 같은 상태의 덩어리로 만들어진 대마 추출물이다. 대마초는 고대부터 환각제, 치료제 등으로 사용되어 왔으나 그 환각 성분 때문에 20세기에 와서는 많은 나라들에서 금지되었다.

▲ 8월 2일 인터넷판 <르몽드>
프랑스에서 대마초 합법화 문제가 갑작스레 화두가 되고 있다. 논란을 불러온 것은 지난 3일 <르몽드>(Le Monde)에 실린 한 인터뷰 내용이었다.

이 인터뷰에서 파리 1대학 교수인 경제학자 피에르 콥(Pierre Kopp)은 한해 8만명에 달하는 대마초 관련 범법자들을 체포하고 관리하는 데에 매해 300만 유로의 비용이 들고 있는데, 실상 대마초 소비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마초를 금지하는 현재의 방식은 비효율적이며 청소년 교육과 의료지원 등이 대마초 흡연 억제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대마초 유통을 양지에서 관리하면 세금으로 약 10억 유로 정도를 확보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급진적인 성향의 정치인들도 때맞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선두에 선 것은, 현재 파리 13구의 구청장이자 2000년대 초 내무부 장관을 역임한 사회당의 다니엘 바이양(Daniel Vaillant) 의원이다. 60대 초반의 중견 정치인인 바이양은 이미 2003년부터 정부 관리하에 대마초를 합법화할 것을 주장해 왔다.

그는 “4백만명의 프랑스인들이 종종 대마초를 피우고 있으며 의학적으로도 대마초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바이양 의원은 술이나 담배를 국가 관리 하에 판매하듯이, 환각성분제의 함량을 제한하여 대마초를 정부 감독하에 판매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의학계에서도 대마초 합법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아비뇽 중독센터의 질 아짤베르(Gilles Azalbert) 박사는 “술은 술 자체로 사람들을 죽이지만, 대마초는 그와 관련된 범죄들로 사람들을 죽인다”라고 말했다. 대마초가 문제가 아니라 대마초 금지법이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 프랑스=표광민 통신원/ 프랑스 고등교육원(EPHE) 제 5분과 정치철학 박사과정
물론 대마초 합법화론은 아직 소수의견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이 반향을 일으키는 것은, 더 이상 대마초 문제를 덮어놓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대마초 시장은 현재 연간 1000만 유로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마초 흡연 경험자 역시 1300만 명으로 추산된다.

더욱이 최근 들어 대마초를 집 안에서 직접 재배하여 흡연하거나 판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대마 씨앗과 재배 용품, 인공 조명기구 등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을 통한 금지 이외에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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