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하다”, “상쾌하다” 지난달 18일부터 첫 방송을 시작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연출을 맡은 최영인 PD는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지만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라며 시원스레 답했다. 인터뷰 내내 거침없이 답하는 최영인 PD를 지난 8일 오후 서울 목동에 위치한 SBS 사옥 내 한 카페에서 만났다.
최 PD는 <힐링캠프>를 두고 “누군가의 옷을 벗게 하는데 바람을 불게 하는 게 아니라 햇볕을 비춰서 벗게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소위 게스트를 향한 ‘햇볕 정책’이라는 것이다.
그간 폭로와 독설로 버무려진 토크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면 ‘힐링(healing, 치유)’은 그야말로 ‘편안함’을 선사한다. ‘만남’이란 소재를 중심축으로 내세워 툭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치유의 첫 단계인 셈이다.
최 PD는 “토크쇼의 골자는 ‘이야기’이다”라고 강조하며 프로그램 구석구석 ‘토크 장치’를 숨겨놓았다. 예컨대 ‘나를 객관적으로 보기’ 코너 중 ‘좋아요 vs. 싫어요’에서는 사전에 100명을 대상으로 게스트의 어떤 면이 좋고 싫은지 한 줄로 설명한다.
최 PD는 “게스트가 대중의 관심을 받는 게 직업인지라 자신에 대한 평가를 두고 불안 반 설렘 반의 모습을 보인다”며 “배우 엄지원 씨는 녹화를 끝내고 100명에게 받은 내용을 보고 싶어해 다 가져갔다”고 밝혔다.
이 같은 토크장치가 일명 ‘토크 트리거(trigger)’로 도화선 역할을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코너로 만들어진 토크 장치들이 게스트와 제작진이 사전 인터뷰에서 갇히지 않도록 예상 밖의 에피소드를 만들어내 현장감을 북돋는다는 것이다.
최 PD는 “지성 씨의 경우 녹화하는 와중에 자신이 어려웠던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레 부모님 이혼사실을 꺼내 다들 깜짝 놀랐다”며 말했다.
이처럼 토크쇼의 분위기가 무르익는 데에는 탁 트인 ‘공간’도 한 몫 한다.
“보통 게스트들이 무언가 말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기 마련이거든요. <힐링캠프>는 스튜디오가 아닌 탁 트인 야외에서 토크쇼를 하잖아요. 별게 아닌 것처럼 보여도 진행자, 게스트, 심지어 제작진까지 모두 ‘자연’속에서 무장해제 되는 게 있어요. 어느 순간 분위기를 타고 이야기를 술술 꺼내는 거죠”
이러한 노하우는 최 PD의 ‘토크쇼 계보’를 잇는 22년차 연출 경력과 <야심만만> 때부터 함께 해온 오래된 한 팀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최 PD의 손을 거친 프로그램만 해도 <진실게임>, <야심만만 1,2>, <밤이면 밤마다> 등이 있다.
“예전에는 연예정보 프로그램이 거의 없어서 토크쇼에서 게스트가 조금 이야기해도 많이 이야기한 것 같았죠. 요즘은 확연히 달라요. 인터넷 보면 다 나오잖아요. 이젠 핵심을 건드리는 게 필요하죠”
최 PD는 진행자 강호동과 김구라의 등장으로 게스트에 대한 칭찬 일색의 토크쇼에서 독설과 정곡을 찌르는 토크쇼로 변화했다면 근래에는 매니아 취향에 따라 다양한 주제 및 게스트 조합으로 꾸며진 토크쇼들이 공존하게 됐다며 토크쇼의 변천사를 쭉 훑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편안함’으로 토크쇼의 작은 균열을 만들고자 한 최 PD는 <힐링캠프>에 대해 아예 걱정이 없진 않다. 그럼에도 사람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 걸 워낙 좋아하니 오히려 남들보다 스트레스가 덜하진 않겠냐며 맞받아친 최 PD는 <힐링캠프>에 대한 이정표를 분명히 가리켰다.
“시청자들이 잘 모르는 게스트가 나와도 <힐링캠프>를 보면 늘 들을만한 이야기가 있더라는 식의 신뢰감을 심어주고 싶어요. ‘나와 다르지 않구나’ 하는 그런 거요. 아직 시청자들에게 그러한 기대감을 주기에 미흡하지만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죠. 시청률도 좀 더 나오면 좋고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