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는 김재철에게 놀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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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는 김재철에게 놀아났다”
[인터뷰] 정대균 전국언론노조 진주MBC지부장
  • 정철운 기자
  • 승인 2011.08.10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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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균 진주MBC 노조위원장. ⓒ언론노조

지난 8일 오전 11시 40분 경 서울 광화문 방송통신위원회 14층 전체회의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의사봉을 세 번 두드리며 진주·창원MBC 통폐합을 허가했다. 전체회의를 방청한 정대균 진주MBC 노조위원장의 눈시울은 내내 붉었다. 회의가 끝나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일갈했다. “김재철에 놀아난 방통위는 각성하라!”

정대균 위원장은 이날 ‘언론동지’들과 함께 흘린 눈물을 삼키고, 새로운 싸움을 준비 중이다. 500여일 넘게 통폐합 반대투쟁을 하며 ‘해직언론인’이 되었지만 그에겐 아직 갈 길이 남아있다. 다음은 지난 9일 전화통화로 진행한 정대균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정대균 진주MBC 노조위원장. ⓒ언론노조

- 진주·창원MBC 통폐합 순간, 심경이 어땠나.

“전체회의에서 여당 측 위원들이 밝힌 주장은 대부분 허구였다. 그들이 말한 성공적 광역화 사례인 KBS 통합 건과 이번 지역MBC 통폐합 건은 아무 관련이 없다. 광역화가 세계적 추세라는 것도 거짓이었다. 더군다나 방통위는 합의제 정신을 무시했다. 이런 식의 방통위는 필요 없다. 조금 더 치밀하게 준비했으면 결과가 이렇게 나오진 않았을 걸 하는 생각도 맴돌았다.”

- 43년 역사의 방송사가 문을 닫았다. 상징성이 큰 사건 같다.

“1968년 서부경남지역 상공인들과 시민들이 지역 언론의 필요성을 느껴 주식을 모아 탄생한 게 진주민방(현 진주MBC)이다. 이후 진주MBC로 변경해 공영방송으로서 수십 년 간 서부경남지역의 여론을 대변해왔지만 대주주인 서울MBC와 김재철 사장의 일방강행으로 존폐 위기를 맞았다. 누차 강조하지만 경영면이나 지역방송의 역할 측면에서 보더라도 통합의 이유는 전혀 없다.”

- 진주 MBC 구성원들과 지역민의 반응은 어떤가.

“진주MBC 조합원들의 반응은 말로 얘기할 수 없다. 어제(8일) 많은 조합원들이 눈물 흘렸다. 어제는 퇴직한 선배들도 서울 방통위 앞에 많이 찾아와 함께했다. 선배들은 진주MBC를 지키겠다는 마음밖에 없었다. 한 선배가 나를 붙잡고 눈물을 흘리는데, 가슴이 메었다. 서부경남지역민들에게는 고맙고 죄송하다. 지역민들 볼 면목이 없다.”

- 방통위가 여러 권고안을 내놨지만 구색 맞추기라는 지적이 있다.

“권고안을 들여다볼수록 내용이 없다. 예를 들어 지역성 유지를 위해 지역보도 편성비율을 높인다고 하는데 창원MBC뉴스를 더 틀면 되는 문제다. 선언적인 문구도 많다.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 방통위의 이번 결정에 김재철 사장의 ‘사표 제출 파동’이 영향을 끼쳤다고 보나.

“상당히 영향을 주었다고 본다. 청와대도 내년 총선에서 영향을 줄 것을 고려해 지역MBC 통폐합 건을 미루자는 얘기가 있었다고 들었다. 그러나 통폐합 승인이 연기되면 김재철 사장은 그만 둬야 하는 상황이었다. 윗선에서 현재 김재철 만큼 MBC를 잘 장악한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를 살리려고 통폐합 건을 빨리 처리한 것 같다.”

- 향후 투쟁 계획은.

“진주·창원MBC 건은 탄원운동과 법적 소송 등을 시작할 예정이다. (통폐합 대상인) 강릉·삼척, 충주·청주MBC를 수시로 찾아 지역민들과 문제를 공유할 생각이다. 추가적인 광역화 논의에서 가장 우려되는 게 진주·창원 사례와 같은 지역여론 무시이기 때문에 앞으로 무시 못 할 지역민의 강한 여론을 모아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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