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PD들이 ‘레드카드’를 들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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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이 지난 8일부터 ‘공정방송 복원과 조중동 방송 광고 직거래 저지’를 목표로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굳이 언론노조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지금의 한국 언론, 특히 방송이 처한 현실은 너무도 참담해 그 실상을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 4일부터 사흘간 <한국일보>가 보도한 ‘위기의 공영방송’ 기획 시리즈 설문에 참여한 언론학자 42명 가운데 무려 64%가 KBS와 MBC의 공영성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양대 공영방송사의 정치적 편향성이 SBS보다 심각하게 높다는 결과 또한 가히 충격적이다. 학자들은 이 같은 결과의 1차적인 원인으로 “친정부 인사들이 조직을 장악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언론학자들의 평가는 제작현장에 있는 PD들의 여론에 비해 오히려 후한 게 아닌가 싶다. 올해 초 언론노조 KBS본부가 PD와 기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94%가 현 정부 출범 이후 KBS의 공정성 악화를 우려한 바 있다. 김인규 사장 체제의 KBS에서는 고발 프로그램의 실종 및 ‘친일 독재 미화 방송’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 대표실 도청 의혹에 휘말리면서 공영방송의 존립근거마저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MBC라고 상황은 다르지 않다. 창사 이래 초유의 3선 사장 노릇을 하고 있는 김재철 사장 등장 이후 불방을 밥 먹듯 하고, PD들에 대한 보복인사와 징계가 이어졌다. 이른바 ‘소셜테이너’의 출연을 원천봉쇄한 ‘고정출연제한 심의조항’을 신설하는 등 대놓고 블랙리스트를 만들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가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을 자랑하는 낙하산 사장들이 불과 1~2년 안에 공영방송 내부를 이렇게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 사이 청와대와 방송통신위원회, 그리고 정부·여당은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각종 특혜 지원을 통해 공영방송에 대한 외곽 때리기를 계속 하고 있다.

그러나 그 결과 가장 전면적이고, 직접적인 피해는 지역과 종교방송에 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방송광고공사에 따르면 2010년 지역방송과 종교방송의 광고 매출 가운데 자체 판매율은 18~25%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통위의 구상대로 종편 광고 직거래를 허용할 경우 가뜩이나 생존력이 취약한 이들 방송은 바로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와 같이 공영방송을 친정부 기관으로 만들고, 지역과 종교방송을 말살시키려는 획책에 대해 PD들은 당장 '레드카드'를 들어야 할 것이다. 방송의 공정성과 다양성은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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