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렙 법안 8월 처리, 모두 공감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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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한선교·종편 광고 직판 여부 등에 ‘이견’…언론인 ‘총파업’ 예고

여야 원내 지도부가 8월 임시국회에서 미디어렙 법안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합의’가 아닌 미디어렙 법안에 대한 ‘논의’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도청’ 의혹 논란 ‘한선교’ 어쩌나= 여야가 넘어야 할 첫 번째 산은 다름 아닌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여당 측 간사이자 법안심사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선교 의원이다.

여야는 8월 임시국회에서 각 상임위에서 여야 간사가 합의한 안건만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미디어렙 법안 처리의 키를 쥐고 있는 문방위는 아직까지도 여야 간사 간 면담 일정조차 잡고 있지 못한 상태다.

지난 6월 국회에서 불거진 민주당 국회 당 대표실 도청 의혹 사건과 관련해 한선교 의원의 적절성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는 게 민주당 문방위원들의 공통된 인식이기 때문이다. 한 의원은 도청 의혹이 제기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의 녹취록을 공개, 해당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의 조사 대상이 됐지만, 출석 요구에 일체 응하지 않고 있다.

▲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전국언론노조 지․본부장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민주당 문방위원들은 8월 국회 관련 대책 회의를 지난 10일 오후 진행하고 공동 명의로 성명을 내 한 의원의 경찰 출두와 문방위 퇴출을 주장했다.

이들은 “범죄자로 고발된 한선교 의원이 한나라당 간사로 있는 상태에선 원활한 상임위 회의 진행이 어렵다”며 “이 시점에서 한 의원은 문방위 간사직을 사퇴하고 문방위를 떠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문방위의 한 관계자는 “도청 의혹의 주요 인물인 한 의원과 일정과 안건 등을 논의하긴 어렵다”며 “8월 국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라도 한나라당 지도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지도부가 한 의원의 문방위 퇴출 등을 결단하기란 쉽지 않다. 한 의원이 도청 연루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 의원을 문방위에서 제외시킨다면 그에 대한 의혹을 에둘러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미디어렙 법안 ‘합의’ 의지 ‘불투명’= 더 문제는 한 의원 거취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미디어렙 법안에 대한 논의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종합편성채널 미디어렙 지정 여부에 대한 여야의 견해는 전혀 다르다.

민주당 등 야당은 사실상 지상파와 유사한 편성을 하는 종편채널이 광고를 직접 판매할 경우 대주주인 일간신문(조선·중앙·동아·매경)의 영향력을 그대로 가져올 것에 대한 우려를 전하고 있다. 때문에 종편채널 역시 지상파 방송과 마찬가지로 미디어렙을 통해 광고를 판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종편채널은 케이블을 플랫폼으로 하는 일개 PP(채널사용사업자)이며 신규 사업자로서의 ‘한계’도 있는 만큼, 현행법이 규제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직접 광고 영업을 허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이강택)와의 간담회에서 “미디어렙 법안 8월 국회 처리가 원칙”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종편채널의 미디어렙 지정에 대한 현업 언론인들의 요구에는  “가급적 언론계가 스스로 자율적인 합의안을 마련해 주길 바라고, 중립적인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거중조정을 해줄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조선·중앙·동아·매경 등 종편채널 사업자들은 이미 광고 직접 영업 준비 태세에 돌입했을 뿐 아니라,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이미 여러 차례 종편채널을 ‘신생아’에 비유하며 채널·광고 등에서 특혜를 줄 것임을 언급해 왔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이 “방통위는 결코 중립적인 지위에 있지 않다”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민주당은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언론노조와의 간담회에서 “지금 한나라당은 ‘각 언론사마다 이해가 다른 법안을 선거를 앞두고 어떻게 만들 수 있나’, ‘결국 미디어렙 법안을 못 만드는 것 아니냐’는 말을 공공연히 흘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디어렙 법안 대신 중소방송 지원법?= 김 원내대표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미디어렙 법안 입법 대신 지역·종교방송을 지원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선교 의원이 지난달 1일 국회에 제출한 방송통신기본법 개정안은 지상파와 종편·보도채널 사업자의 방송광고 매출액의 6%까지 징수하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의 범위를 7%까지 인상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기금 용도에 ‘종교 선교를 목적으로 하는 지상파 프로그램 제작 지원’을 신설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법안에 대해 종교방송 등은 중소방송 지원을 명목으로 정부가 방송을 직접 감시하고 관리·감독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도 중소방송사 방송광고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준비하고 있다. 이 법안은 미디어렙 법안이 제정될 때까지만 효력을 갖는 한시법으로, 지상파 방송과 종편채널 방송광고 전체 매출의 15% 이상을 중소방송사에 의무할당토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하지만 방송·언론계 안팎에선 해당 법안의 취지와는 별도로 입법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자칫 미디어렙 법안 처리를 막는 역할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강택 위원장은 “미디어렙 법안 입법이 어려우니 중소방송지원법이라도 마련하자는 식으로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되는 임시방편에 대해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며 “미디어렙 법안의 본질은 자본의 언론 통제를 막자는 것으로, 임시방편은 말 그대로 임시방편일 뿐이어서 본질에 대해 아무런 해결책도 제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설사 중소방송 지원 방안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조·중·동 종편채널은 이에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이른바 ‘현실적’이라는 이유로 목표를 분산시켜선 안 되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해 민주당이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방송·언론계 안팎의 이 같은 지적에 수긍하며 오는 20일 전까지 원내 지도부와 문방위원 연석회의 등을 열어 미디어렙 입법 문제를 핵심 이슈로 부각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당 내부에선 8월 국회에서 미디어렙 법안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정기국회(9월) 후반기에야 해당 논의를 다시 꺼내들 수밖에 없는 현실적 한계를 지적하며, 미디어렙 법안과 함께 중소방송 등을 위한 지원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처럼 미디어렙 법안 처리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언론노조는 8월 국회의 미디어렙 법안 입법을 위한 총력 투쟁을 예고하며 정치권을 압박하고 나섰다. 지난 8일부터 ‘조·중·동 종편 방송의 광고 직거래 저지를 위한 총파업 찬반 투표’에 들어간 것이다. 언론노조는 이달 18일까지 투표를 진행한 뒤 이달 말 총파업 투쟁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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