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싫지만 비전 없는 MBC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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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싫지만 비전 없는 MBC보단…”
5년차 예능PD 이탈에 내부 ‘술렁’
  • 정철운 기자
  • 승인 2011.08.16 2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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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MBC 사옥.
MBC 예능본부가 총체적 위기에 놓였다. PD들이 줄줄이 빠져나가면서다. 올해 들어 jTBC(중앙일보 종합편성채널)로만 다섯 명의 예능 PD가 나갔다. 남아있는 예능 PD들은 선후배들이 회사를 떠나며 ‘MBC 예능’이란 자존심에 상처를 받고 있지만 “붙잡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들이 종편채널의 장밋빛 미래가 아닌, MBC의 구조적 한계에 염증을 느껴 회사를 떠났다고 보기 때문이다.

MBC는 올해 초 <황금어장>과 <무한도전>을 기획한 여운혁 PD를 비롯해 <위대한 탄생>과 <황금어장>의 임정아 PD, <추억이 빛나는 밤에>의 성치경 PD가 jTBC로 이직했다. 지난 11일에는 입사 5년차인 김노은, 방현영 PD가 jTBC행을 알렸다. 이들은 <황금어장>, <일밤> 등의 조연출을 맡아왔다. MBC 예능본부는 애사심이 강한 시기라 할 수 있는 5년차 PD들마저 회사를 떠나자 술렁이는 분위기다.
▲ 여의도 MBC 사옥.

외부에서는 종편의 가능성을 보고 예능 PD들이 이직했다고 보지만, ‘이직 러시’의 본질은 내부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내부에선 새로운 예능프로그램을 시도하지 않는 경영진의 ‘안정주의’로 인해 MBC 예능이 딜레마에 빠져있다고 말한다. 일례로 <무한도전>, <황금어장>, <놀러와> 등 인기 예능프로그램들은 5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그래서 요즘 입봉(감독으로 처음 연출을 맡는 것) PD 대부분은 자기 프로그램을 제작할 여지가 없어 입봉 뒤에도 사실상 조연출 역할을 맡고 있다. 이와 관련 MBC의 모 예능 PD는 최근의 이직 러시를 두고 “돈의 문제가 아닌 기회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PD는 “PD들에게 가장 자극적인 유혹은 ‘너 하고 싶은 거 해줄게’다. MBC는 현재 젊고 참신한 PD들에게 자체 제작 능력을 향상시킬 기회를 주지 못하고 있다”며 “이직한 PD들은 제작기회를 주겠다는 종편의 사탕발림에 넘어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jTBC로 이직한 MBC의 모 예능 PD는 <PD저널>과의 통화에서 “종편의 비전을 크게 생각해서 나간 것은 아니다. 이직 이유는 다른 PD들의 (기회 문제) 이야기가 맞다”고 밝혔다.

프로그램의 ‘현실 안주’는 당장에 안정적인 시청률을 낼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제작 능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지적의 배경에는 김재철 사장의 ‘시청률 지상주의’가 있다. 김 사장은 지난해 말 Mnet <슈퍼스타K>가 성공하자 <김혜수의 W> 등 시사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위대한 탄생>을 급조해 시청률을 올렸다. 최근에는 시청률이 떨어진 <놀러와>를 폐지시킨다는 얘기도 거론되고 있다.

프로그램의 존폐 여부를 시청률로만 결정하고 <나는 가수다>의 김영희 PD 경우처럼 논란이 되면 담당 PD를 경질하는 경영진의 모습에서 장기적인 비전을 찾을 수 없다는 게 예능 PD들의 주장이다. 더욱이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R등급’ 인사평가 제도는 제작현실과 전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예능 PD는 “만약 시청률이 안 나온다는 이유로 R등급을 준다면 그 조직은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기 어렵다”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MBC 예능 PD들은 김재철 사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지상파 프리미엄’을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고 지적한다. MBC 한 예능 PD는 “간부들이 제작 마인드가 없다. 우리를 소모품으로만 본다. 회사는 장기적인 비전이 없다. 그냥 돈 되는 것만 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 PD는 “내부에선 이제 돈 주면 (종편채널로) 간다는 분위기다. 충성도가 완전 바닥”이라며 “조중동을 싫어해도 간부들의 독선을 보면 마음이 바뀌기 마련”이라고 털어놨다.

이런 상황에서 ‘황금채널’ 배정에 지상파보다 제재도 덜 받는 jTBC 등 종편채널로 눈이 갈 수 밖에 없다는 게 PD들 생각이다. 이와 관련 한 예능 PD는 “젊은 PD들이 자체제작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실전의 장을 케이블채널 등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MBC가 최근 부족한 인력을 메우고자 경력 PD 다섯 명을 채용했지만 현 상황으로는 예능 PD들의 추가이탈이 불가피해 보여 ‘땜질 처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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