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비판 언론에 줄소송 ‘재갈 물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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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비판 언론에 줄소송 ‘재갈 물리기’
중재 신청 없이 곧바로 소송…“스스로 언론 자유 저해하는 꼴”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1.08.1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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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KBS 사장이 KBS 이사들과의 회동에서 도청 의혹을 마치 시인한 것처럼 일부 언론이 보도하자 KBS가 “해당 언론사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자사 홈페이지에 게시했다.ⓒKBS홈페이지

도청 의혹에 휩싸인 KBS가 언론사를 상대로 줄소송에 나서면서 ‘비판 보도에 재갈 물리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KBS는 8월 들어 ‘도청 의혹’과 ‘수신료 문제’를 보도한 언론사 3곳에 정정보도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김인규 사장이 지난 6월 27일 KBS 이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도청 의혹을 시인한 것처럼 보도한 <한국일보>, <오마이뉴스>와 KBS노동조합의 민주당 규탄 집회에 회사가 직원들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미디어스>를 상대로 한 것이다.

또 지난 5일에는 공식 입장을 내고 <한국일보>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문제 삼으며 법적인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김인규 KBS 사장이 KBS 이사들과의 회동에서 도청 의혹을 마치 시인한 것처럼 일부 언론이 보도하자 KBS가 “해당 언론사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자사 홈페이지에 게시했다.ⓒKBS홈페이지

김인규 사장 출범 이후 언론 보도에 적극적인 대응을 해 온 KBS가 그동안 언론을 상대로 연 평균 3~5건 정도의 소송을 제기한 것에 비하면 이번 조치는 지나칠 정도다.

KBS는 이와 관련해 허위 보도와 명예훼손에 따른 정당한 소송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KBS의 대응 수준이 통상적인 수준을 벗어나면서 민감한 주제를 정면에서 다룬 언론에 대한 일종의 ‘손보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KBS가 정정보도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한국일보>와 <오마이뉴스>에 대해서는 언론중재위원회 중재 신청을 생략하고 민사소송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는 통상적인 언론 피해 구제 절차에도 벗어난 것이다.

장윤선 <오마이뉴스> 정치2팀장은 “보도가 나간 뒤 KBS측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전제한 뒤 “조심스러운 영역이라서 이사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충분히 취재했고 김인규 사장에게 수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하면서 반론을 듣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희정 <한국일보> 문화부장은 “이번 소송이 KBS 내부에서도 적절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들었다”며 “취재와 언론의 윤리를 따질만한 사안도 아닌데 김인규 사장 개인의 의도로 소송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라고 꼬집었다.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이강택)는 지난 16일 KBS의 ‘줄소송’과 관련해 “KBS는 ‘KBS 도청 연루 의혹’에 지금껏 뒷짐만 진 채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외면해왔다”며 “그 와중에도 뒷전에만 숨어있던 김인규 사장은 자신의 발언을 문제 삼은 언론사를 상대로 ‘나만 살고 보자’는 식으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비판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팩트를 기반으로 해야 하는데 최근에 KBS를 ‘봉’으로 보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면서 “언론중재위에서 결렬되는 경우가 많아 하루 빨리 판결을 받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였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언론의 자유를 지켜야 하는 언론사가 외부 비판을 ‘법대로’ 해결하려 한다는 측면에서 최근 KBS의 행보는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KBS를 출입하는 한 기자는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을 추구해야 하는 KBS가 국민의 수신료로 소송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외부의 비판 목소리를 차단하고 있다”라고 일축했다.

김창룡 인제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언론사 간의 법적 다툼에 대해 법원은 자신들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는 무기대등의 원칙에 입각해서 판결을 주저하는 편”이라며 소송의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김 교수는 이번 KBS의 소송과 관련해 “민주당 도청 건은 이미 공적인 관심사이기 때문에 당사자인 KBS는 충분히 해명과 설명을 해야 할 위치에 놓여 있다”며 “이를 비판하는 언론을 상대로 소송으로 갔다면 KBS가 스스로 언론의 자유를 저해하고 공영방송의 본분과 책임을 일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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