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2030년, 탈핵을 하자
상태바
[시론] 2030년, 탈핵을 하자
  • 하승수 정보공개센터 소장
  • 승인 2011.08.17 15: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승수 정보공개선터 소장

핵발전으로부터 벗어나는 ‘탈핵(脫核)’이, 현실성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기생산의 30% 이상을 핵발전에 의존하는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이런 의문은 당연하다.
그러나 핵발전을 하지 않거나 중단하는 나라들이 이미 현실에 존재하는 것을 보면, 탈핵이 무조건 불가능하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이미 안전하지도 않고 경제적이지도 않은 핵발전에서 벗어나는 것은 실제로 가능하다.

2022년까지 핵발전을 완전히 중단하기로 한 독일 사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KBS가 핵발전을 포기한 오스트리아의 사례를 보도하기도 했다. 오스트리아는 핵발전소를 다 지어놓고도 이를 가동하지 않고 재생 에너지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바꿨다. 비록 1조5000억 원을 들여 건설한 핵발전소이지만 국민투표를 통해 핵발전을 포기한 것이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문제는 ‘탈핵’을 하겠다는 의지이다. 탈핵을 하려면 여러 가지 어려운 장벽을 극복하고도 ‘탈핵’을 이루겠다는 사회적?정치적 의지가 필요하다. 정부의 몫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민들도 핵발전의 문제점에 대해 인식하고 스스로 에너지를 절감하고 탈핵을 위한 어려움도 같이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가장 시급한 것은 정부 정책의 변화다. 지금 21기의 핵발전소가 가동되고 있지만, 신고리 2, 3, 4호기, 신월성 1, 2호기, 신울진 1, 2호기가 추진 중에 있다. 수명이 만료된 고리1호기, 월성1호기의 가동은 연장되고 있다. 이런 핵발전 확대 중심의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는 것이 ‘탈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 기조가 전환되고 시민들의 참여가 일어난다면 우리나라도 핵발전에서 벗어날 수 있다. 따라서 필자는 2030년이라는 탈핵의 목표 연도를 설정하고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2030년이라는 목표 연도가 필요한 것은 ‘탈핵’을 하겠다는 의지를 모으고 단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합의된 목표 시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2030년이 되면 현재 가동 중인 핵발전소 21기 중에서 16기가 30년의 수명을 채우기 때문에 이 시점 정도면 ‘탈핵’을 하기에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재생 에너지 비중을 확대하기에 충분한 시간도 있다. 그래서 2030년을 목표로 설정하고 탈핵을 추진해야 한다.

물론 핵발전을 중단하려면 당장에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그 비용은 나중에 핵발전소를 해체하고 핵폐기물을 10만년 동안 보관해야 하는 비용에 비하면 감수할만한 비용이다. 무엇보다도 핵발전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하루속히 핵발전을 중단하는 수밖에 없다. 좀 더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의 예를 보더라도, 중요한 것은 시나리오가 아니라 의지다. 일정한 부담을 안고서라도 핵발전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나머지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다.

시간이 많은 것은 아니다. 지금도 핵발전소를 건설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최소한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고 수명이 만료된 핵발전소를 폐쇄하는 것은 당장 실행해야 한다. 그리고 핵발전 확대에 사용되고 있는 공적인 재원을 ‘탈핵’을 위해 사용하는 것도 시급하다.

 

▲ 하승수 정보공개센터 소장

 

이런 방향 전환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관료 조직들은 핵발전 확대를 계속 밀어붙이려고 할 것이고, 핵발전과 관련된 이익집단들의 반발도 클 것이다. 따라서 이런 관료 집단과 이익집단의 반발을 극복하고 ‘2030년 탈핵’이라는 전환을 하려면 내년 총선, 대선에서 ‘탈핵’이 주요 의제가 되는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 정도의 전환을 하려면 정치의 영역에서 결판이 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은 것은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의 문제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