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치된 방송’ 오명 속에 할 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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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치된 방송’ 오명 속에 할 말 했다
박수 받는 KBS 시사 ·교양프로그램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1.08.23 2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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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KBS TV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었던 아이템이 연달아 전파를 타면서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사진은 지난 21일 방송된 <KBS스페셜-쌍용자동차 해고 그후, 심리치료 8주간의 기록>. ⓒKBS

한진중공업 사태, 4대강 사업,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까지…….

좀처럼 KBS TV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었던 아이템이 연달아 전파를 타면서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모처럼 공영방송의 제 몫을 해냈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KBS는 지난 10일 방송된 <추적 60분-희망버스는 왜 한진중공업으로 갔나>를 시작으로 <환경스페셜-강과 생명>(10일, 17일), <KBS스페셜-쌍용자동차 해고 그 후, 심리 치유 8주간의 기록>(21일) 등 민감한 이슈를 다룬 프로그램을 연달아 내보냈다. 소재와 방식은 다르지만 4대강 사업과 기업 구조조정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프로그램이었다.

▲ 좀처럼 KBS TV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었던 아이템이 연달아 전파를 타면서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사진은 지난 21일 쌍용자동차 해고자 문제를 다룬  <KBS스페셜> . ⓒKBS

<추적 60분>은 지난달 30일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 영도로 향했다. <추적 60분>은 왜 희망버스는 한진중공업으로 향하는지,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85호 크레인에서 왜 내려오지 않는지,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는 피할 수 없었는지 이 세 가지 물음을 통해 한진중공업 사태의 해답을 찾아나갔다.

특히 제작진은 기업이 정리해고를 하기 위해 필요한 4가지 조건에 한진중공업이 해당되는지를 따져보았다. 강희중 <추적 60분> CP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도 다룰 건 다루자. 그리고 최대한 공정하게 접근하자’는 게 올해 <추적 60분>의 기본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2009년 쌍용자동차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의 삶을 추적한 <KBS 스페셜>은 ‘한진중공업의 미래’와 겹친다. 2000명이 넘는 대량 해고와 77일간의 파업이 할퀸 해고자의 삶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상태였다. 2년 동안 쌍용자동차에서 해고된 노동자 1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류지열 PD는 올 초에도 노동자 2명이 연달아 세상을 등지면서 쌍용자동차 해고자 문제를 다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류 PD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의 문제는 과거의 문제가 아니다”라며“구조조정이 곧 정리해고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한 정리해고를 누구나 당할 수 있다는 공감과 분노를 전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지난 10일과 17일 방송된 <환경스페셜-강과 생명>은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강과 생명이 어떻게 파헤쳐지고 있는지 담담히 기록했다. 1편 ‘모래 강의 신비’편을 연출한 손현철 PD는 “직설적인 반대가 아니라 우리의 소중한 것이 파괴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환경스페셜>에서 이미 다뤘어야 했는데 너무 늦게 다룬 측면이 있다”는 말했다.

2편 ‘침묵의 강’을 연출한 권혁만 PD는 “현장에서 서식지가 훼손되거나 어류들이 집단 폐사된 현실을 목격하면서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변화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느꼈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촬영을 시작했는데 이미 살아있는 강의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동태적인 수중 생태계를 정태적인 생태계로 바꾸는 보와 준설의 문제를 앞으로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기록해야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들 방송이 전파를 타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여러 번 시도 끝에 아이템이 통과된 이후에도 다른 아이템과 달리 엄격한 데스킹을 겪어야만 했다. <환경스페셜>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방송 시기가 여러 차례 연기되기도 했고, 쌍용자동차를 다룬 <KBS스페셜>은 방송을 위한 여러 차례의 설득 과정이 필요했다. 

이런 현실에 대한 KBS 안팎에서의 비판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트위터리안은 “쌍용자동차 해고자 문제를 다룬 방송을 보면서 ‘KBS에서 웬일로’ 라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했다. 정권에 상관없이 보도해야 할 것은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당연한 자세인데 씁쓸한 현실”이라고 평했다.

<환경스페셜>이 방송된 이후 KBS의 한 PD는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KBS 프로그램들은 순치될 만큼 순치됐고 거세될 만큼 거세됐다”고 밝힌 뒤 “<환경스페셜>이나 <추적 60분> 등 몇몇 교양 프로그램들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은 못했지만 공영방송의 가치는 일부나마 회복해 주었다”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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