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종편 직접광고영업 허용해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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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가 ‘공정방송 복원과 조중동 방송 광고 직거래 금지’를 내걸고 지난 23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정작 미디어렙 법안을 처리해야할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또다시 파행을 겪고 있다.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주장하는 민주당에 맞서 한나라당이 8월 국회에서는 결산심사만을 진행하자고 고집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광고 판매대행사, 미디어렙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건 지난 2008년 11월 헌법재판소가 한국방송광고공사의 방송광고 독점판매 제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부터다. 당시 헌재는 2009년 말까지 대체 입법을 마련하라고 주문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나라당의 무성의와 민주당의 무능함이 맞물리면서 결국 파국을 목전에 두게 되었다. 국회 스스로 직무유기를 저지른 꼴이다.

방송계는 당장 종합편성채널 개국이 코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이들의 광고영업을 규제할 미디어렙 법안을 만들지 못할 경우 종편채널이 직접 광고영업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SBS와 MBC 등도 자사 미디어렙 설립을 본격화하는 등 우리나라 방송광고 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지게 되고, 그 와중에 지역 및 종교방송 등 취약매체는 생존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 등 암울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지난해 한국방송광고공사의 방송광고 매출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지 금세 알 수 있다. 이른바 ‘끼워팔기’, 즉 연계판매 비율을 보면 지역MBC 19개사와 지역민방 9개사는 각각 38%와 22%에 이르고 종교방송은 무려 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광고시장에서 지상파 광고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해마다 줄어들어 지난해에는 불과 25.8%에 머물렀는데 이처럼 작아지는 파이를 놓고 종편채널까지 숟가락을 얹는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결국 아랫돌을 빼서 윗돌에 괴는 방법을 선택할 게 뻔하다. 지역 및 종교방송이 유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종편채널의 직접 광고영업의 문제는 또 있다.

종편채널까지 확보한 족벌신문사가 보도를 무기 삼아 기업을 압박할 수도 있고, 반대로 기업이 광고를 핑계 삼아 방송사를 관리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시청률을 이유로 오락 프로그램의 비중은 늘어나는 반면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편성은 축소될 가능성도 높다. 이와 같이 중소방송이 쇠퇴하고 중앙의 거대 방송사만 살아남는다면 결국 방송의 다양성과 지역성이 사라지는 등 한국 방송계에서는 일상적인 약탈이 빈번해지고 말 것이다. 국회는 더 이상 법안 처리를 미루지 말고 종편채널이라는 이름의 황소개구리에 의해서 방송광고 생태계가 무너지는 불행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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