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불법파업’과 ‘불편한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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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불법파업’과 ‘불편한 파업’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1.08.30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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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BS 본관 사옥 ⓒKBS

“조합원의 근로조건과 무관하다. 파업의 기본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정치적 의도를 가진 불법파업이다.”

 언론노조 총파업에 불법의 낙인을 찍은 곳은 바로 KBS였다. 정부도, 경찰도 아닌 KBS에서 강경발언이 나왔다. 단순히 ‘협박용’ 이었을까.

KBS는 전국언론노조가 총파업에 나서자 이를 ‘불법파업’으로 규정했다. 언론노조 파업에 참여하는 언론노조 KBS본부(이하 KBS본부) 조합원을 엄정하게 다루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KBS는 지난 23일 언론노조 파업 출정식에 참가한 KBS본부 조합원들을 각 부서장을 통해 파악하기도 했다.
KBS본부는 이런 사측의 움직임에 ‘단체협약을 위반한 막무가내 칼춤’이라고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KBS본부는 지난 25일 성명을 내고 “김인규 사장이 직접 합의하고 서명한 단체협약에 근거해 소집한 것으로 회사는 이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이라며 “마치 자신들이 사법부 판사인양 조합원 총회를 불법이라고 자의적으로 단정 짓고, 참가자들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BS 본관 사옥 ⓒKBS

KBS노동조합이 지난 6월 수신료인상을 주장하면 민주당사 앞에서 벌였던 조합원 총회에 이번 총파업을 빗대 “노동관계법상 달리 취급될 수 있는가”라고도 따졌다.

강경대응으로 나오던 KBS는 돌연 “구체적인 징계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물러섰다. “KBS본부가 이번 파업 의미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파업 강도를 높일 것처럼 회사를 압박했는데 실제 파업 참여도가 낮다”는 이유였다.

이번 파업은 처음부터 사업장에 타격을 입히는 ‘전면파업’이 아니었다. KBS본부도 단체협약에 근거해 언론노조의 파업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파업’이라고 규정한 KBS도 이를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파업이 불편한 쪽은 시청자가 아니라 KBS사측이었을 것이다. 언론노조는 이번 총파업 요구사항으로 종편 광고 직거래 금지와 함께 ‘공정방송 파괴 부적격 사장 퇴출’과 ‘민주당 대표실 도청 의혹 진상 규명’도 내걸었다. KBS로선 달갑지 않은 구호다.

그래서 언론노조 파업에 참여한 80여개 사업장 가운데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게 아닐까. ‘정치파업’으로 봐야만 하는 속내가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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