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행을 위해 지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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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정식 신임 MBC PD협회장

▲ 이정식 신임 MBC PD협회장. ⓒMBC PD협회

지난 18일 제 15대 신임 MBC PD협회장으로 이정식(사진) PD가 당선됐다. 이정식 PD는 1991년 MBC에 입사했다. 그의 동기는 ‘낙하산’ 김재철 사장 퇴진 투쟁으로 해고된 이근행 전 MBC노조위원장이다. 그가 협회장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이근행’이다. 인터뷰를 진행한 지난 25일은 이근행 위원장이 해고된 지 444일째 되던 날이었다. 

“내 동기이자 친구인 이근행이 고초를 겪고 있는 현실을 피하는 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이정식 PD는 한동안 보직부장을 맡으며 “내 한 몸만 책임지고 사는 게 참 편하다” 싶었다. 그런데 이근행을 비롯해 최승호, 한학수 등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할 PD들이 강제로 쫓겨나는 현실을 마냥 피할 수 없었다.

신임 PD협회장의 눈에 비친 MBC PD 사회는 유례없는 위기다. “시사교양국과 라디오본부의 경우 지속적인 회사와의 갈등 속에 PD 생활 자체가 힘들어요. 자부심을 갖기도 어렵죠. PD라면 마땅히 가져야 할 사회비판 인식에 근거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조차 어려워요. 프로그램에 대한 직접적인 외압이 뻔뻔하게, 지속적으로,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도 힘들었던 순간이 많았다. 2008년부터 2년 간 〈W〉 CP를 맡았던 그는 〈W〉 폐지논란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W〉 폐지로 PD들은 관심사에서 해외영역을 지워야 했어요. 리비아의 카다피를 반영할 수단을 잃어버렸죠.” 시청률 논리로 공영적 프로그램을 폐지한 결과는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돌아갔다. 그는 “경영진의 통제는 지극히 일부의 정파적 이해를 관철시켜 시사프로그램과 공영방송을 망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불과 며칠 전인 지난 23일 〈PD수첩〉 방송에서도 오세훈 서울시장의 얼굴이 대폭 삭제돼 편집권 침해 논란이 일었다. 두 달여 전에는 〈MBC스페셜-여의도 사모님들 편〉이 예고가 나갔는데도 불방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정식 협회장은 이 같은 사건들을 두고 “PD들이 누려야 할 자율성을 송두리째 말살시킨 아주 나쁜 선례”라고 비판했다.

그는 예능 PD들의 잇따른 이직이 “회사 책임”이라며 쓴 소리를 하기도 했다. “예전의 MBC는 자부심을 갖고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과연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곳인가, 적절한 보상을 주고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하는 곳인가에 대해 PD들이 회의적인 거죠. 예능 PD들의 이직은 회사가 등을 떠밀었다고 얘기할 정도입니다.”

이정식 협회장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구조적인 억압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다. 그는 “경영진이 사원에게 가하는 억압의 결과 제작현장에서의 자율성이나 비판정신은 무력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말했다. “지금까지 달라진 게 없기 때문에 지칠 수 없습니다. PD들은 지쳐선 안 됩니다. 협회는 제작 자율성을 위한 PD들의 노력을 적극 옹호할 것입니다.”

이정식 PD는 지금까지 〈이제는 말할 수 있다〉, 〈MBC 스페셜〉 등을 연출했다. 매 순간순간 사력을 다했기 때문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없다. 그는 늘 ‘현장’이 즐겁다. 협회장으로 선출된 지금도 〈MBC스페셜〉에서 학력중심사회 문제를 취재 중이다. 내달 9일 방송이 나가고 나면 본격적으로 협회 활동에 매진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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