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따져보기]‘슈스케’가 던지는 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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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따져보기]‘슈스케’가 던지는 명제
  • 위근우 <10아시아> 기자
  • 승인 2011.09.05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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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 <슈퍼스타 K3>의 출연자 손예림
위근우 <10 아시아> 기자

Mnet <슈퍼스타 K 3>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3회 만에 시청률은 9.9%를 기록하며 ‘사실상’ 두 자리에 근접했고, 손예림이나 신지수 등 예선에서 발군의 실력이나 인상적 순간을 만든 도전자들에 대한 기사와 영상이 인터넷을 가득 채운다.

시즌2의 신드롬에 비쳐볼 때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지만 <슈퍼스타 K3>는 역대 시리즈 중, 아니 지난 1년 동안 우후죽순 쏟아져 나왔던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 중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비교적 간단하다. 사람들이 지난 시즌에 이어 걸고 있는 기대를 120퍼센트 만족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 Mnet <슈퍼스타 K3>의 출연자 손예림

간단함. 말하고 싶은 건 이것이다. <슈퍼스타 K 3>의 성공 이유는 간단하다. 시즌2 때 잘하던 걸 더 잘하고 있을 뿐이다. 예선 참가자들의 실력은 어느 때보다 탁월하며, 그런 그들의 실력과 캐릭터를 절묘하게 연결해 이슈 메이킹하는 편집의 악랄함 역시 한 수 높아졌다.

요컨대 <슈퍼스타 K 3>는 그냥 되게 재밌고 잘 만든 쇼다. 중요한 건 퀄리티이지 서바이벌이라는 포맷 자체가 아니다. 그리고 서바이벌 쇼가 휩쓸었던 지난 1년이 잊고 있던 건 바로 이 간단하고 당연한 명제다.

방송에 대한 글을 쓰는 입장으로서 그동안 다른 매체나 방송에서 최근의 서바이벌 쇼 트렌드에 대한 사회학적 맥락에 대한 글이나 멘트를 수없이 요청 받았었다. 그리고 글쓴이 외에도 수많은 이들이 그에 대한 의견을 수없이 많이 내놓았다. 그 의견 대부분은 유효하다.

하지만 지금 와 말하건대, 이 포맷의 난립을 사회학적 맥락에서 찾는 순간 이미 현상의 본질로부터 한참 멀어진다. 경쟁으로 내몰리는 한국 사회의 맥락에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시대의 대체물로서의 서바이벌 쇼가 인기를 얻는 건 사실이지만 이런 경쟁 체제로 사회가 재편된 건 사실 너무 오랜 일이다.

이것은 미술사의 언어로 치면 사회사적 맥락보다는 양식사적 맥락으로 접근하는 게 더 정확하다는 게 솔직한 의견이다. <슈퍼스타 K2>라는, 굉장히 재밌고 잘 만든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리고 그 성공을 보고 MBC <위대한 탄생>이 급하게 등장했다.

▲ 위근우 <10 아시아> 기자
선수를 뺏긴 다른 지상파들은 다른 분야, 가령 연기(SBS <기적의 오디션), 밴드(KBS 2TV <TOP 밴드>) 등 다른 분야로 서바이벌을 확장했다. 이것이 가장 간단하고 선명한 설명이 아닐까. KBS 2TV<도전자> 같은, 도저히 의미도 재미도 없는 프로그램이 등장하는 건, 이 시대 경쟁의 논리가 저열해서가 아니라 제대로 된 기획 없이 남들 다 하는 포맷을 가져와서 생기는 재앙에 가깝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은 <슈퍼스타 K3>에 대한 것도, 서바이벌 쇼에 대한 것도 아닌, 방송에 대한 분석과 글쓰기에 대한 글이다. 때론 간단하게 설명될 수 있는 현상에 수많은 의미 부여가 더해지며 오히려 본질이 가려지는 경우가 있다. 이 코너의 제목이기도 한 ‘방송 따져보기’가 ‘방송 굳이 따져보기’가 될 필요는 없다. 오컴의 면도날은 방송에 대한 비평에서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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