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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들, 정치검찰이 미끼 특종 알고도 받아써”

[저자와의 대화] ‘정연주의 기록’ 펴낸 정연주 전 KBS 사장 오마이뉴스 김동환 권우성 기자l승인2011.09.05 13: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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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주의 기록-동아투위에서 노무현까지> 출판 기념 저자와의 대화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8월 말, 검찰은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단일화 과정에서 댓가성 거래가 있었다며 공식적으로 수사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 언론들은 매일 검찰에서 흘러나오는 수사 진척 상황을 받아썼고, 일부 언론은 사설을 통해 곽 교육감에게 사퇴를 종용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초기 언론 보도와는 다른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피의사실을 공표한 검찰과 이를 받아쓴 언론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 언론은 언제부터 이렇게 된 것일까? 최근 우리 시대 언론의 역사와 현실을 담은 책 <정연주의 기록>(유리창)을 쓴 정연주 전 KBS 사장은 지난 2일 오후 7시30분부터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60여 명의 독자들과 함께 토크쇼 방식으로 2시간 동안 '저자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오마이뉴스>와 인터넷서점 인터파크가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 정 전 사장은 자신이 겪었던 한국 언론의 근·현대사와 지금 사회에 필요한 바람직한 언론인의 역할에 대해 말했다.

사실보도와 권력 비판·감시 기능이 허약해진 한국 언론

“<동아일보> 기자로 언론인을 시작한 지 만 40년이 되었다”는 정 전 사장은 “자신이 처음 언론인이 되었을 때는 언론이 지금보다도 더 언론의 역할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날 유신 독재에 저항하는 농성장에서 ‘개와 기자는 접근 금지’라는 팻말을 발견하고는 언론인으로서 큰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함석헌 선생이 <씨알의 소리> 창간호에 '옛날 예수, 석가, 공자가 섰던 자리에 오늘날은 신문이 서 있습니다. 오늘의 종교는 신문입니다'라는 말을 썼습니다. 언론이 그렇게 중요하다는 얘긴데 당시 언론은 언론의 역할인 비판·감시 기능을 전혀 하지 못했어요. 그 부끄러움을 견디다 못해 1974년 10월 24일에 젊은 언론인들이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했지요. 그리고 이듬해 3월 17일에 동아일보에서만 140명이 넘는 젊은 언론인들이 해직됐습니다.”

<동아일보> 막내기자였던 정 전 사장은 해직되면서 감옥에 갇히기도 하고, 국기 문란자로 수배되어 떠돌아다니는 도망자 신세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흘러간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마칠 즈음 <한겨레신문>이 생겼고, 그는 11년 동안 워싱턴 특파원으로 다시 언론인이 될 수 있었다. 그 후 귀국해 <한겨레> 논설주간을 거친 정 전 사장은 시민사회의 추천을 받아 2003년에 KBS 사장이 되었다.

기자부터 언론사 사장까지 다양한 언론인 경험을 쌓고 오랜 기간 미국의 저널리즘을 겪은 정 전 사장이 본 한국 언론의 약점은 무엇일까? 그는 현재의 한국 언론에게 가장 필요한 점으로 전문성을 꼽았다. 사실보도와 권력에 대한 비판·감시 기능으로 무장하는 것이 언론인의 첫째 덕목인데 이 점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 정연주 전 KBS 사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국의 언론을 보면 사실보도를 안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습니다. 조·중·동은 수구 보수 이념을 지키기 위해서 4대강 사업 관련한 보도 안하잖아요? 요즘 방송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름에 더울 때 9시 뉴스 틀면 뉴스에서 매일 그렇게 덥다는 뉴스를 보냅니다. 방송사가 그러면 안 됩니다. 날씨기사가 매일 15분씩 나가다보면 진짜 중요한 기사는 못 나갑니다. 아주 중요한 뉴스들은 9시 30분 이후에 넣습니다. 그때는 지방에서 자기 지역 뉴스로 넘어가는 시간인데 그렇게 편성하면 지방사람들은 중앙의 중요한 뉴스를 못 보지요.”

또한 정 전 사장은 한국의 기자들이 정보를 독점하게 만드는 구조를 깨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기자라는 것이 증명만 되면 대부분의 국가 브리핑에 들어갈 수 있도록 열린 구조인 반면 한국은 등록된 출입처 기자들만 취재가 가능하다"며 "기자실이라는 독과점 시스템을 깨야한다”고 말했다.

정치검찰이 주는 미끼, 특종일 줄 알고 받아쓰는 언론들

정연주 전 사장은 사회자가 곽노현 교육감 사퇴와 관련한 물음에 "(곽 교육감이) 지금 사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대답하면서 한국 언론에 대한 쓴소리를 이어갔다. 정치적인 수사를 하는 검찰이 1차적인 문제지만 불성실한 언론 역시 문제를 확대시키고 있다는 얘기였다.

“나 자신이 정치검찰의 피해자입니다. KBS 배임사건 때 정치검찰의 언론플레이가 어떤 것인지 당해봐서 잘 알아요. 노무현 전 대통령, 한명숙 전 총리 검찰이 조사할 때 진보 언론, 수구 언론 가리지 않고 그저 검찰에서 주는 미끼가 특종인 줄 알고 전부 받아썼습니다. 자기들이 노력도 안하고 주는걸 그냥 주워 먹습니다. 지금 한국 언론 중에서는 그걸 다 가려서 하는 언론이 없습니다. 검찰이 흘리면 다 받아쓰고 검찰의 논리가 확대, 재생산 되지요. 지금 법은 공판중심주의 입니다. 재판정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지는 거에요. 곽노현 교육감의 진실은 잘 알지못하지만 검찰이 흘리는 것들이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없으며 그래서 재판도 안 갔는데 그만 두라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정 전 사장은 최근 언론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인 종합편성채널(종편)의 미래에 대해서도 답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거대 신문사들이 나눠가진 종편의 미래에 대해서 지상파와 같은 조건으로 경쟁만 시켜도 새로 들어오는 종편 채널 4개 가운데 3개는 죽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금 한국 방송 광고시장이 KBS, MBC, SBS 세 방송사만 가지고도 빠듯한 상태이기 때문에 새로 들어오는 종합편성채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보장할 수 있는 온갖 종류의 특혜를 요구하고 있다"며 "방송은 허가제라 3~4년마다 재허가를 받는데, 깨어있는 시민들이 눈에 불을 켜고 이들 방송들의 불공정 보도나 불법 행위들을 찾으면 방송 재허가를 못 받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가 언론인으로 살아온 반세기 가까운 우리 시대의 이야기들을 대학에 다니는 젊은 후배들에게 좀 더 자세히 알려주고 싶었다"는 머릿말로 시작하는 <정연주의 기록>. 지금도 권력에 맞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언론의 현주소를 보면 한국 언론의 부끄러운 과거를 적은 그의 기록은 우리 사회에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 정연주 전 KBS 사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이 기사는 오마이 뉴스(www.ohmynews.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오마이뉴스 김동환 권우성 기자  heaneye@ohm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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