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따져보기]밤새지 않고 드라마를 찍는 세 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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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따져보기]밤새지 않고 드라마를 찍는 세 가지 방법
  • 조민준 전 월간〈드라마틱〉편집장
  • 승인 2011.09.1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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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준 전 월간〈드라마틱〉편집장
SBS 금요드라마 <뮤지컬> ⓒSBS

참으로 금세 잊혀졌다. 한 여배우의 드라마 촬영현장 이탈 소동이 당사자의 사과로 마무리 된 것이 지난달 18일이었으니, 딱 한 달 만이다. 당시에는 이 사건을 계기로 드라마 촬영여건 개선을 위한 현실적인 노력들이 뒤따를 것으로 일말의 기대를 품었으나 역시나 직접적인 결과로서의 변화 조짐은 나타나지 않았다.

늘 이야기해왔지만 이 모든 병폐는 방송사들의 ‘치킨게임’(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는 게임이론)에서 비롯되었다. 물론 개선을 시도하지 못하는 것에는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제약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어떤 해법은 방송사들의 결단만으로도 충분히 이끌어낼 수 있는 것들이다.

오늘 또다시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어떻게 하면 시간에 쫓겨 쪽대본으로 밤을 새 가며 드라마를 만들지 않아도 되는지. 당위만을 설파하기에 앞서 실현 가능한 개선안들을 하나하나 짚어보자는 거다.

먼저 미니시리즈를 제때 방영하기 위해 일주일 내내 현장에서 밤을 샌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단골로 나오는 해법이 ‘사전제작제’다. 현재 미니시리즈의 편성이 확정되는 시기는 평균적으로 방영 석 달 이내다. 만약 편성 시기를 두세 달만 당겨 주어도, 고작 4회 분량 정도만 찍어놓고 나머지는 시간에 쫓기며 드라마를 촬영해야 하는 현 상황은 개선할 수 있다.

물론 한정된 제작예산 탓에 지정일수(평균 90~100일 가량) 안에 미니시리즈 전체를 촬영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사전제작 시스템 하에서도 문제로 남는다. 예외적으로 이르게 편성이 잡힌 드라마 현장에서도 밤을 새는 일은 여전히 일어난다. 하지만 일단 편성 확정시기를 대략 5~6개월 전으로 정착시킨다면 한정된 제작기간을 주 5일 촬영과 같이 융통성 있게 안배하는 방법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 SBS 금요드라마 <뮤지컬> ⓒSBS

다음은 ‘회당 방영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현재 광고시간과 오프닝, 엔딩을 제외한 미니시리즈 한 회의 러닝타임은 65분을 넘어간다. 1990년대까지 드라마 한 회의 평균 방영시간이 50분 내외였던 것을 감안하면 무려 30퍼센트 가량 늘어난 셈이다. 늘어난 시간만큼만 줄여도 드라마 제작진과 배우들은 잠을 더 잘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방영시간을 늘리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늘어난 시간만큼 더 많은 광고를 유치하기 위한 목적에 있는 탓에 이 또한 쉽지 않은 결정이다. 광고가 줄어들면 제작비도 줄어들 테고, 이미 천정부지로 솟아버린 톱스타들의 출연료도 감당하기 쉽지 않다. 대안은 중간광고 도입과 간접광고 허용범위의 확대다. 하지만 무척 논쟁적인 화두라 앞으로도 더 많은 시간동안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할 것이다.

▲ 조민준 전 월간〈드라마틱〉편집장
마지막 대안은 ‘주 1회 미니시리즈’로의 전환이다. 근본적으로 시스템을 바꾸어야 하는 대공사이지만 지금까지 브레이크 없이 달려온 한국 드라마 제작현실에서 그나마 큰 출혈 없이 이행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굳이 회당 방영시간을 줄일 필요도 없고, 사전제작을 해야 할 필요도 없다. 한정된 제작기간도 훨씬 여유 있게 안배해서 쓸 수 있다. 방송사들도 시청률에 대한 위험부담을 분산시킬 수 있고, 제작사들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 세 가지 안 중 하나만이라도 실행에 옮기면 되는 일이다. 다행히도 최근 SBS는 금요드라마 <뮤지컬>을 통해 사전제작·주1회 드라마 포맷을 시도했고 타 방송사에서도 유사한 실험을 선보일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러한 시도들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드라마 제작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끄는 흐름으로 이어지길 진심으로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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