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 찾아 일주일 동거동락, 밤낮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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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남규홍 SBS <짝> PD

“조금 과장하면 3분마다 기자들로부터 전화를 받아요. 오늘은 전화가 안 오는 편이네요.” 지난 15일 SBS 사옥에서 만난 남규홍 SBS PD는 쏟아지는 기자들의 취재 요청으로 바빴다.

그는 <짝> 방송이 나가고 여유가 생기는 목요일에 인터뷰를 한두 건씩 소화하고 있다고 했다. ‘할 이야기도 없다’는 남 PD를 언론에서 이토록 찾는 이유는 SBS <짝>이 요즘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6박 7일 동안 남녀가 짝을 찾는 과정을 담은 <짝>은 매회 화제를 낳고 있다. 다큐멘터리를 가미한 새로운 짝짓기 프로그램인 <짝>은 6개월 만에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제작진이 마련한 ‘애정촌’은 ‘짝’을 찾는 출연자들이 오로지 짝을 찾는 데 몰두하는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짝을 찾고자 하는 욕구는 눈물, 질투, 배신 등 적나라한 감정으로 표출된다. 그리고 출연자들의 연애와 결혼에 대한 간절함은 시청자들의 엿보기 심리를 자극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 남규홍 SBS <짝> PD
지금은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불과 3개월까지만 해도 사정이 달랐다. 제작진 교체가 거론될 정도로 <짝>은 위태로웠다. 올 초 방송된 <SBS 스페셜-나는 한국인이다 ‘짝’>의 호평에 힘입어 지난 3월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됐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러나 남 PD는 초조해하지 않았다.

 

“시청률이 저조했던 초기에도 좌절 하지 않았어요. 반응이 오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6개월 내에 경쟁 프로그램인 MBC <황금어장>을 따라잡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지금까지는 순조로운 편이죠.”

현재 <짝>은 동시간대 시청률 1위인 SBS <황금어장>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지난 14일 ‘만혼’특집을 선보인 <짝> 시청률은 9.6%(TNms 집계)을 기록하며 <황금어장>( 11.3%)과 차이를 좁혔다.

인기 프로그램으로 떠오르기까지 <짝>은 여러 번의 시행착오와 변화를 겪었다. 초반에는 여러 출연자들 비중을 고르게 담으면서 속도감 있는 편집을 선보였다가 요즘에는 선택과 집중이 뚜렷해졌다. 속도감은 줄었지만 시청자들이 감정이입할 수 있는 공간은 커졌다.

남 PD는 “포맷은 바뀌지 않았지만 노하우가 쌓인 것”이라고 말했다. “13기 정도 했으면 노련해질 타이밍이죠.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인데 스토리를 만들거나 출연자들의 심리묘사를 보여주는 기술이 생긴 것 같아요.”

유명세 탓인지 논란도 뒤따랐다. ‘조작 의혹’, ‘특정 출연자 중심의 편집’ 등이 불거진 것이다. 그는 “언론의 보도나 시청자들의 지적이 느슨해진 마음가짐을 다잡게 한다”면서도 “조작은 있을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짝>은 6박 7일 동안 애정촌에서 벌어지는 드라마를 2시간짜리로 집약한 것입니다.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정리하는 거죠. 이 과정에서 스스로의 캐릭터와 이야기를 만드느냐에 따라 주연과 조연, 단역으로 자연스럽게 나뉘는 겁니다.”

그래서 출연자를 선정하는 기준도 캐릭터가 확실하거나 매력이 있는지 여부를 최우선에 둔다. 보통 100명 이상 보는 면접을 개별 면접으로 진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출연자들끼리 어떤 ‘화학작용’을 일으킬 것인가도 고려사항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더라도 애정촌에 들어가면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는 출연자가 나타난다. “애정촌에 들어가면 캐스팅할 때와 상황이 또 달라집니다. 애정촌에 가서 맹활약하는 출연자들이 있어요. 출연자에 대한 선입견 없이 일주일 동안 직접 겪으면서 판단하는 방법밖에 없죠.”

시청자와 네티즌의 관심은 <짝>이 방송된 다음까지 이어진다. 얼마나 많은 커플이 탄생하느냐다. 실제 연인으로 발전한 출연자도 생기고 있다. 하지만 남 PD는 ‘커플’ 탄생 소식을 ‘남일처럼’ 듣는다고.

“사귀고 있는 커플도 있지만 헤어진 출연자들이 훨씬 많습니다. ‘짝’이 서로 바뀐 경우도 있고요. 그런데 우리가 결혼정보회사는 아니잖아요. 몇 커플이 탄생하느냐 보다는 그들이 짝을 찾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더 중요합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담담히 방송을 만들어가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남 PD는 인터뷰 도중 <짝>의 ‘진정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가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진정성은 무엇일까.

“대한민국에서 짝을 찾는 과정을 일주일씩 찍어본 프로그램이 있나요. 애정촌은 취침시간과 기상시간이 없습니다. 출연자들이 밤을 새우면 제작진도 잠을 못잡니다. 미련스러울 정도로 우직하게 찍는 거죠. 출연자들의 간절함과 제작진들의 진정성이 시청자들에게도 전달될 거라고 생각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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