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시한폭탄’ 위키리크스 폭로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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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3사, 메인뉴스에서 ‘BBK · FTA 의혹’ 외면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전문 내용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지상파 3사 메인뉴스는 위키리크스 폭로 내용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위키리크스가 외교전문을 공개한지 20여일이 지났지만 이를 다룬 보도는 1~2건에 불과하다. 지난 3일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전문은 25만 건으로 한국과 관련된 문서만 1만 4000여 건에 이른다.

지난해 말 공개된 외교문서와 달리 이번에는 이명박 정부 초기에 작성된 문서가 대거 포함돼 정치권도 긴장한 모습이다. 이미 한미 FTA의 이면합의 의혹과 BBK관련 핵심인사인 김경준 씨의 송환 연기 의혹 등 현 정부에 민감한 정보가 알려져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진실규명 요구가 거센 한미 FTA협상 관련 내용은 MBC만 유일하게 보도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5일 22번째 리포트에서 ‘위키리크스 “이대통령, 방미 전 소고기 개방 언질’ 기사를 내보냈다. <뉴스데스크>는 이날 기사 리포트에 ”숨겨진 비사가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지만 후속 보도는 없었다.

KBS <뉴스9>와 SBS <8시뉴스>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관련된 내용을 한차례 보도하는 데 그쳤다. 
또 폭로 내용에 침묵했던 방송 3사는 국감 쟁점으로 떠오른 문제를 가십성 기사로 처리했다. 이들 뉴스는 지난 19일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한미FTA 협상 문제를 전하면서도 외교부 간부를 빗댄 ‘매국노’ 발언에 초점을 맞췄다.

이날 KBS <뉴스 9>와 MBC <뉴스데스크>는 ‘매국노’라는 발언이 어떻게 나왔는지 생략한 채 ’고성’뿐 인 ‘파행’ 국감으로 치부했다. 특히 KBS <뉴스9>는 아예 위키리크스 단어를 빼고 ‘한미 FTA와 관련’으로 뭉뚱그려 표현했다. <뉴스데스크>도 ‘막말-반말 장관의 굴욕…정몽준 “무슨 궤변이야?”리포트에서 정몽준 의원의 반말과 ‘매국노’발언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고만 보도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런 보도 태도에 대해 “위키리크스의 충격적인 폭로 내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 주류 언론은 사실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며 “매국노 발언이 나오게 된 폭로 내용은 제대로 다루지 않은 채 ‘여야의 고성’, ‘국감 막말’ 등으로 사안을 호도하면서 본질을 비껴갔다”고 지적했다.

방송사가 위키리크스 폭로 내용에 침묵한 사이 SNS와 인터넷 상에서는 외교문서 내용을 알리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한국 관련 내용을 자발적으로 번역해 공유하는 사이트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 개설된 <위키리크스 한국>(www.wikileaks-kr.org)에는 누리꾼들이 번역을 완료한 문서 40여개가 올라왔다. 누리꾼들이 한미 FTA 등 현안에 관심을 보이면서 번역활동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움직임이 확산되는 배경에는 주류언론에 대한 실망이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외교전문을 번역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고 있는 김용진 KBS 기자는 “정권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내용이 많아 주류매체들이 보도를 꺼리는 게 아닌가 싶다”며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존재하는 언론이 뉴스 소비자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들이 결국 나서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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