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촛불 악몽 시달린 MB 의식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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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촛불 악몽 시달린 MB 의식한 결과”
언론학자들, 대법원 판결 무시한 MBC 경영진 조치에 일침
  • 정철운·방연주 기자
  • 승인 2011.09.2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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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대법원 무죄 판결 이후 사과방송에 이어 제작진 중징계에 나선 MBC에 대해 언론학자들의 비판여론이 거세다. 언론 3학회(한국언론학회, 한국방송학회, 한국언론정보학회) 전·현직 학회장을 비롯해 언론학자들에게 〈PD수첩〉 대법원 판결 이후 MBC의 태도에 대한 견해를 물은 결과 “대법원 판결과 배치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MBC 경영진은 지난 2일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판결 이후 지난 5일 〈뉴스데스크〉에서 사과방송을 내고 “〈PD수첩〉의 잘못된 정보가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는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또 지난 6일에는 주요 일간지에 사과광고를 게재했으며, 20일에는 제작진 5명에 대해 “회사의 명예를 실추했다”는 이유로 정직 3개월 등의 중징계를 내렸다.  

언론학자들은 <PD수첩-광우병 편>에 대한 MBC 경영진의 대응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 같은 MBC의 모습에 2기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한 이효성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장은 “대법원 판결 취지는 〈PD수첩〉이 언론으로서 권력 견제 기능을 했다는 데 손을 들어준 것”이라며 “MBC가 벌인 사과 행위는 오히려 거꾸로 나아가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효성 교수는 “일부 과장 보도와 관련한 판결에 대해서도 확대 해석할 필요 없이 언론 본연의 기능인 감시와 비판 기능에 좀 더 충실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 되는데 이번 처사는 언론이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되지 못한 채 개인의 영달을 누리는 풍토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승수 한국언론정보학회장(전북대 신문방송학과)은 “경영진은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제작진이 마치 패소한 것처럼 오해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김 학회장은 “이명박 정부 방송장악의 시작과 끝이라 할 수 있는 〈PD수첩〉 사건이 무죄판결로 마무리 됐는데 경영진은 뭐가 두려운지 제작진의 트집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PD수첩〉의 사실오류와 보도과정에서의 문제점에 다소 비판적 입장을 보인 중도 성향의 언론학자들 역시 경영진의 태도에 대해 우려의 뜻을 내비쳤다.

권혁남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 34대 언론학회장)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제작진과 경영진 모두 아전인수 격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경영진의 행보는 2008년 촛불의 악몽에 시달리는 현 정권에 지나치게 맞춰준 것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이번 사례가 “경영진의 정치적 독립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준다”고도 덧붙였다.  

▲ MBC 제작진이 지난 2일 대법원 앞에서 무죄 판결 이후 기자회견을 갖는 모습. ⓒ언론노조

송해룡 성균관대 교수(신문방송학, 차기 방송학회장)는 “팩트(사실)가 부풀려지는 문제는 조심해야 한다. 사과방송은 잘한 것”이라 평가했다. 송 교수는 제작진에 대한 사측의 징계에 대해서는 “내규에 따라 일정한 조치를 받는 것에 대해 외부인이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뒤 “그러나 경영진의 이번 조치가 저널리스트의 자유 활동을 축소해선 안 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제작진의 자유의지는 존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진만 강원대 교수(신문방송학, 20대 방송학회장) 또한 “제작진이 대법원 판결로 승리했다 말하는 것은 넌센스지만 사측의 대응도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현 언론학회장과 방송학회장인 양승목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와 김훈순 이화여대 교수(언론홍보영상학)는 개인의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인터뷰를 고사했다.

MBC의 이번 조치가 ‘여론을 거스르는 행위’라는 날선 비판은 이어졌다. 강상현 연세대 교수(신문방송학, 9대 언론정보학회장)는 “대법원은 부분적 실수가 있을지언정 취재보도 자유의 중요성을 인정해 MBC의 손을 들어줬는데 경영진은 판결의 핵심은 빼고 부분적으로 잘못된 부분만 계속 사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강 교수는 “대법원 판결과 배치되는 경영진의 사과방송으로 국민들은 정부가 이겼다고 생각하는 등 엄청난 혼란을 겪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광고홍보학,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또한 “경영진이 대법원 판결을 정치적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판결의 핵심은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 언론의 당연한 책무이며 명예훼손에 해당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제작진을 위축시키는 경영진의 움직임은 정치·자본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를 부정하는 것으로, 이는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며 경영진의 즉각 사과와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김영주 경남대 교수(신문방송학, 8대 언론정보학회장)는 “대법원의 무죄판결을 받기까지 제작진이 상당히 고생을 많이 했는데 경영진이 위로는 못할망정 징계를 주고 있다”며 “공영방송 MBC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학계의 비판으로 MBC 경영진의 입장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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