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제작기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지하드, 테러리즘인가 이슬람 성전인가’
상태바
프로그램제작기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지하드, 테러리즘인가 이슬람 성전인가’
테러리스트(?)를 꿈꾸는 아랍의 젊은이
  • 승인 2001.10.1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ontsmark0|우리가 ‘사이다’지역의 팔레스타인 난민촌을 찾은 날, 그곳에서는 난민촌내의 팔레스타인 무장조직이 외신기자들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었다. 언론의 미국 테러 관련 보도에 대한 입장발표였는데 자신들은 이번 테러와 관련이 없지만 이번 사건을 빌미로 자신들의 정당한 무장활동을 테러리즘으로 비난하고 공격한다면 끝까지 응전하겠다는 과격한 내용이었다.
|contsmark1|긴장된 분위기 속에 우리는 난민촌내의 한 가족을 방문했다. 예루살렘 부근 마을 출신의 아자리 할아버지. 그는 49년에 고향을 떠나 이후 50여년을 이곳 난민촌에서만 살았고 지금은 아들, 며느리, 손자… 17명과 함께 살고 있었다.
|contsmark2|70세의 노령이지만 아자리 할아버지는 50년전의 고향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올리브, 오이 농사를 지으며 살았던 얘기,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잔치를 벌이던 얘기, 지금이라도 찾아 갈 수 있을 정도로 마을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는 얘기… 그리고는 옆 동네에 살았던 유대인 중에는 자신의 어릴 적 친구들도 많았는데 당시엔 그들이 자신과 뭐가 다른지 모르고 살았다고 했다.
|contsmark3|
|contsmark4|무장활동을 숙명으로 여기는 사이다 지역 사람들
|contsmark5|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외국에서 유대인들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키부츠’라는 농장이 생기면서 자신들이 하나둘씩 쫓겨나기 시작했다고 기억했다. 하루 5번의 예배에서 죽어서라도 고향에 갈 수 있게 해달라고 ‘알라’에게 기도하고 고향얘기에 몇 번씩 눈시울을 붉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우리 주위의 실향민 할아버지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다.
|contsmark6|그 집엔 큰 눈과 깊은 쌍꺼풀이 인상적인 여자아이가 있었다. 15살의 마르샤. 그녀는 할아버지와의 인터뷰 내내 우리 주위를 맴돌며 관심을 보였는데 오랜만에 보는 외지인에 대한 호기심 때문인 듯 했다. 자신이 숙제하는 모습을 찍어달라고 스스로 연출도 하고, 어른들이 외부인에게 보여주기를 꺼린다는 난민증도 스스럼없이 보여주고… 그녀의 꿈은 스튜어디스가 되는 것. 세상 이곳저곳을 맘대로 다녀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취재팀에게 반문했다.
|contsmark7|
|contsmark8|지하드(이슬람성전) 전사를 꿈꾸는 젊은이
|contsmark9|난민촌 밖으로 나가 본 일이 손에 꼽을 정도라는 그녀에게, 스튜어디스라는 직업은 울타리 속 난민생활의 답답함을 떨쳐버릴 수 있는 돌파구로 보이는 듯 했다. 취재팀을 에스코트하던 un직원이 난민의 신분으로 스튜어디스가 되기란 불가능하다고 귀뜸을 했지만 인터뷰 후 악수를 나누면서 멋있는 스튜어디스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말 할 수밖에 없었다.
|contsmark10|마르샤와 그렇게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 그녀의 오빠, 아흐마드가 학교에서 돌아왔다. 17살이지만 180cm가 넘고 pd의 2배는 될 듯한 주먹을 가진 건장한 청년이었지만, 이슬람권에서는 금기시한다는 부엌일도 하고 여동생의 숙제도 도와주는 자상한 성격을 가진 친구였다.
|contsmark11|할아버지와 가족들도 자랑이 대단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학교에서 1등을 놓치지 않는 수재라는 것이었다. 아흐마드의 엄마는 대학에 보내 컴퓨터를 가르치고 싶은데 형편이 되지 않는다고 취재팀에게 하소연하면서 방송이 나가면 혹시 한국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나오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였다.
|contsmark12|“저의 꿈은 지하드(이슬람 성전) 전사입니다.” 그런데 정작 아흐마드는 학교를 마치면 대학에 가기보다는 무장전사가 되고싶다고 했다. 자신들의 모든 고통이 결국 이스라엘이라는 존재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이스라엘과 싸우는건 정당한 저항이자 해방운동이라고 했다.
|contsmark13|따라서 전사가 되는 건 팔레스타인 젊은이의 의무라고 했다. 팔레스타인 전사… 우리가 흔히들 ‘테러리스트’와 동일시하는 무장조직의 전사.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이 갖는 증오에 대해서는 미리 들은바 있었지만 사람좋게 생긴 모범생 아흐마드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의외였고 충격이었다.
|contsmark14|싱긋싱긋 웃으면서 취재팀에게 장난도 곧잘 거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보는 10대의 젊은이인데… 하지만 그의 이글거리는 눈빛은 그의 말이 단순히 젊은이의 호기로만 보기에는 너무 강렬했다.
|contsmark15|헤어지면서 자신의 모습을 나중에 tv에서 보게 될 거라는 그의 농담에 우리는 웃음으로 답했지만 그냥 농담만으로 받아들이기엔 그 말의 의미가 너무 무거웠다.
|contsmark16|방송이 나간 다음날, 미국의 폭격으로 전쟁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라크와 아랍의 무장조직들이 거론되면서 확전의 가능성이 얘기되어지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이번 기회에 그동안 눈에 가시 같았던 아랍의 ‘테러리스트들(?)’을 한번에 없애버리겠다는 욕심에 전쟁이 커지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생각인 듯하다.
|contsmark17|우리가 만났던 아흐마드와 그의 가족과 친구들이 이런 전쟁의 희생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고 혹 이런 폭력의 악순환 속에서 그들이 진짜 반인륜의 ‘테러리스트’로 자라지 않을까 걱정된다.
|contsmark18|최태환sbs 제작본부 pd
|contsmark19||contsmark20|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