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를 위한 영화 읽기 "레이닝 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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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를 위한 영화 읽기 "레이닝 스톤"
아픈 삶 속에서도 소외되지 않은 웃음
  • 승인 2001.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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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삶이 너무 힘들고 고단할 때 영국인들은 ‘돌이 비처럼 쏟아지는 것 같다’는 표현을 쓴다고 한다. 비처럼 쏟아지는 돌을 맞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이 영화 ‘레이닝 스톤(raining stones)’을 권하고 싶다.
|contsmark1|영국 감독 켄 로치가 만든 ‘레이닝 스톤’은 힘들게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좌파영화의 십자군’이란 감독의 별명 때문인지 국내에는 딱 두 편만 개봉된 켄 로치의 영화를 보고 나면 힘들게 찾아 본 만큼 가슴 한 구석 시원한 빗줄기를 맞은 것 같은 느낌을 얻을 수 있으리라.
|contsmark2|영화 ‘레이닝 스톤’은 실업자 밥이 성찬식을 앞둔 딸에게 드레스를 사주기 위해 눈물나도록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유머와 위트를 섞어 따뜻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주인공 밥은 딸의 드레스 값을 마련하기 위해 친구와 함께 양을 훔쳐 정육점에 팔려다 자신의 트럭을 도둑맞기도 하고, 하수도 청소를 하다가 똥물을 뒤집어쓰는가 하면 보수당사의 잔디를 훔치는 일까지도 한다.
|contsmark3|영화 내내 진행되는 그의 좌충우돌 스토리를 보고 있노라면 때론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때론 콧날이 찡하기도 한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 웃음과 찡함, 때론 눈물까지도 함께 줄 수 있는 그 지점에 바로 켄 로치 영화의 매력이 숨어있다. 그런 켄 로치 영화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바로 이 영화 ‘레이닝 스톤’이다.
|contsmark4|‘영국 리얼리즘영화의 거장’ 혹은 ‘좌파감독’이라는 수식어에 현혹되어(?) 그의 영화가 사회적인 주제를 딱딱한 형식과 무거운 내용으로 채우고 있으리라 속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렇다고 그의 영화가 독특한 형식이나 충격적인 이슈를 내던지는 것도 아니다. 현란한 치장 같은 것은 더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contsmark5|하지만 켄 로치의 영화는 결코 무겁거나 지루하지 않다. 그는 영화를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강요하는(!) 무기로 사용하진 않는다. 그가 이 시대의 영화작가로 존경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듯 하다.
|contsmark6|이 영화 ‘레이닝 스톤’에서도 분명히 켄 로치는 높은 실업률에 고통받는 노동자를 양산해 낼 수밖에 없는 영국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적, 구조적 모순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contsmark7|하지만 그 모순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방식은 폭로(!)나 고발이 아니라 관객이 직접 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가장 현실에 가까운 영화적 사실을 재현해 내는 방식이다. 그의 다른 영화들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자신은 분명히 노동계급을 지지하고 그들의 편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에선 절대로 일방적인 편들기를 하지 않는다. 섣부른 풍자나 비판으로 현실을 오히려 더 비현실적으로 연출하는(!) 멍청한 짓을 하지는 않는다. 많은 이들에게 켄 로치의 영화가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contsmark8|그의 영화는 대부분 비전문 배우가 출연하고 다큐멘터리적인 터치와 스타일이 주된 특징을 이룬다. 하지만 상업영화의 장르적 요소를 일부 빌려오는 방식 등을 통해 보다 많은 관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극적인 재미와 친화성을 유지한다.
|contsmark9|켄 로치 영화의 결말은 포장되거나 은폐된 해피엔딩이나 비극이 아니다. 결론의 도출은 항상 관객들의 몫으로 남겨진다. 그리고 이처럼 열린 영화적 구조는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오는 여타 장르 영화의 비현실적 결말과는 질이 다른 카타르시스를 만끽하게 해 준다.
|contsmark10|이승훈ebs <한국영화걸작선> 연출|contsmark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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