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승만 다큐’ 방송에 PD협회 긴급 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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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승만은 되고 정율성은 안 되는 이유 밝혀라”

KBS PD들이 26일 긴급 총회를 열고 논란 끝에 방송되는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사람들- 초대 대통령>(이하 이승만 편)과 불방된 <KBS 스페셜-대륙에 떨친 한일 투쟁혼 음악가 정율성>(이하 정율성 편)을 경영진이 “일관된 기준 없이 정치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날 KBS PD협회 긴급총회는 지난 23일 KBS가 ‘이승만 미화’ 논란을 빚은 ‘이승만 편’을 오늘 28일 3부작으로 방송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KBS는 ‘이승만 편’과 달리 지난달 여당측의 이사들의 입김으로 불방된 항일음악가 정율성을 조명한 ‘정율성 편’에 대해선  한달째 “현재 상태론 방송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중 잣대로 방송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총회에 참석한 PD들은 먼저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사람들> 기획 의도와 후속 기획이 분명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사람들> 팀에 합류했던 A PD는 “조명할 인물을 검토하는데 이승만은 어느 순번에도 들지 않았다”며 “이승만은 아무리 생각해도 첫 타자는 아니라고 윗선에 의견을 전달했더니 바로  그 팀이 해체됐다”고 전했다.

 

▲ 오는 28~30일 KBS 1TV에서 방송될 <대한민국을 움직인 사람들-이승만 편>1~3부작 관련사진 ⓒKBS

 

그는 “아이템이 선정되고 방송하는 과정에는 일련의 시스템이 있다”며 “최근 2년동안 관리직들은 정치적인 판단을 근거로 방송을 좌지우지하면서 우리들도 결국 한계치에 왔다”고 말했다.

총회에 참석해 경영진의 입장을 전달한 전용길 콘텐츠본부장은 “어쨌든 대한민국을 건국한 초대 대통령을 방송 못할 이유는 없다”며 “어느 한 쪽에 치우치거나 균형감을 잃지 않는 방송이 될 것”이라고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전 본부장은 “이승만과 반대쪽에 서서 대립각을 세웠던 김구를 후속 인물로 다루면 논란이 상쇄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KBS는 이승만 후속 인물로 백범 김구를 선정하고 내년 4월경 방송을 내보낼 예정이다.

전본부장의 해명에도 김구를 선정한 것도 결국 경영진의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이 잇달았다. 또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사람들> 3,4편의 인물로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과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으로 결정된 사실이 이 자리에서 알려져 이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전 본부장은 “김구 다음으로 이 기획에서 다뤄야 할 인물로 박정희와 김대중을 하고 싶지만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상황을 고려하면 논란이 클 것”이라며 “경제인으로 하면 공격을 피해갈 수 있을까 해서 내년 하반기 경제인 시리즈로 정주영과 이병철이 나가는 것로 확정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경 김인규 사장이 ‘이승만 편’제작을 제안한 자리에 있었다는 B PD는 “당시 사장이 이승만을 다뤄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한 자리에서 박정희, 김대중, 이병철, 정주영도 함께 거론됐다”며 “1, 2편은 정치인, 3, 4편은 경제인으로 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는 기획이냐”고 반문했다. 

C PD는 “5년마다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이렇게 중요한 인물을 다 빼면 이 기획은 도대체 언제 종영이 되는 거냐”고 꼬집었다.

비판이 이어지자 전 본부장은 “다큐멘터리국장과 함께 후속 인물을 정한 것인데, 더 좋은 아이템이 나오면 바꿀 수도 있다”고 물러섰다.

전 본부장은 ‘정율성 편’ 방송 시기에 대해서는 보강 촬영을 전제로 한중 수교 20년을 맞는 내년에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여전히 이념의 틀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일부 있고 이들을 의식 안할 수는 없다”며 “모택동 대장정 이후 정율성의 행적 등 구체적인 팩트 확인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불행히도 갈등의 앙금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갈등을 극대화하는 것보다 봉합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율성 편을 연출한 한 PD는 “사장과 본부장이 승낙한 아이템을 이사장과 이사가 반대해 못나가고 있다”며 “분단시대에 상처를 주는 아이템이라는 이야기를 납득할 수 없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E PD는 “이승만 편은 방송하고 정율성 편은 방송을 못한다는 경영진의 기준이 매우 자의적”이라며 “앞으로 조금이라도 정치적인 색채가 있는 프로그램은 이렇게 휘둘릴 것이 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오전 4·19민주혁명회 등 4·19단체는 이날 오전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승만 편 방송 취소를 촉구했다.
 
이들은 “공영방송인 KBS가 독재자 이승만의 공로만을 내세워 칭송하는 다큐멘터리를 방송하려는 시도는 세계역사 흐름을 역행하는 기획”이라며 ”민주주의 정통성에 대한 모독이자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행위인 이승만 다큐멘터리 방송은 즉각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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