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16개의 보가 완공되는 내달 중순, KBS가 4대강 사업의 긍정적 효과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편성할 예정이어서 또다시 ‘관제 방송’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KBS 관계자들에 따르면 <영산강>(가제)은 내달 4대강 보 개방을 앞두고 치수관리 효과 등 4대강 사업의 긍정적인 측면을 담을 예정이다.
<영산강>은 지난 8월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 문제를 다룬 <환경스페셜- 2부작 강과 생명> 에 대해 KBS와 여당 일각에서 볼멘소리가 나오자 ‘무마용’으로 기획된 것으로 풀이된다. <영산강>으로 4대강 사업을 비판적인 시각에서 접근한 <강과 생명>과 균형을 맞추겠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김서호 KBS 다큐멘터리국 EP는 “<강과 생명>이 방송된 이후 사내에서 방송을 그렇게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강과 생명>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했다면, 이 프로그램은 4대강 사업의 필요성과 장점을 균형된 시각에서 담아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재 <영산강>은 외주에서 제작 중이다. <환경스페셜>팀은 이 기획을 제안 받았지만 프로그램 성격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환경스페셜> 관계자는 “2~3주 전쯤 기획회의에서 <강과 생명>과 다른 의도로 영산강을 해보자는 기획이 나왔다”며 “환경에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프로그램에서 하기에는 곤란한 아이템이었다”고 거절 이유를 말했다.
<영산강>은 내용 뿐만 아니라 방송 시기도 4대강 사업의 보 개방 일정에 맞춰 다음달 19일 <환경스페셜>이 방송되는 시간대에 잠정 편성된 것으로 알려져 내부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정부는 지난 24일 금강 세종보를 시작으로 11월까지 단계적으로 보를 개방할 계획이다. 프로그램의 주된 무대가 된 영산강 죽산보는 다음달 8일, 영산강 승촌보는 다음달 22일 개방 행사를 갖는다.
전용길 KBS 콘텐츠본부장은 “4대강 사업이 시작했을 때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가 일부 있었다”며 “4대강 공사가 개방되는 시점에 맞춰 치수관리 효과와 함께 환경문제에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방송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KBS 내부에서는 “억지 균형을 맞추기 위해 4대강 사업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집 프로그램에서 주로 조명하는 영산강은 정부가 가장 원활하게 사업이 진행되는 지역으로 꼽고 있다.
<환경스페셜> 한 관계자는 “영산강은 하구 둑을 인위적으로 설치해 오염된 것인데 둑을 철거하지도 않은 채 4대강 사업으로 강이 살아났다고 홍보하는 것은 사기”라며 “그나마 실추된 이미지를 조금 회복했는데 <환경스페셜>이 나가는 시간에 이런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것은 우리 프로그램을 욕보이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