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4대강’ 완공 앞두고 ‘관제성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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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스페셜’ 생태계 문제 제기하자 ‘억지균형’ 다큐 편성…내달 19일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16개의 보가 완공되는 내달 중순, KBS가 4대강 사업의 긍정적 효과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편성할 예정이어서 또다시 ‘관제 방송’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KBS 관계자들에 따르면 <영산강>(가제)은 내달 4대강 보 개방을 앞두고 치수관리 효과 등 4대강 사업의 긍정적인 측면을 담을 예정이다. 

<영산강>은 지난 8월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 문제를 다룬 <환경스페셜- 2부작 강과 생명> 에 대해 KBS와 여당 일각에서 볼멘소리가 나오자 ‘무마용’으로 기획된 것으로 풀이된다.  <영산강>으로 4대강 사업을 비판적인 시각에서 접근한 <강과 생명>과 균형을 맞추겠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김서호 KBS 다큐멘터리국 EP는 “<강과 생명>이 방송된 이후 사내에서 방송을 그렇게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강과 생명>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했다면, 이 프로그램은 4대강 사업의 필요성과 장점을 균형된 시각에서 담아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재 <영산강>은 외주에서 제작 중이다. <환경스페셜>팀은 이 기획을 제안 받았지만 프로그램 성격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환경스페셜> 관계자는 “2~3주 전쯤 기획회의에서 <강과 생명>과 다른 의도로 영산강을 해보자는 기획이 나왔다”며 “환경에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프로그램에서 하기에는 곤란한 아이템이었다”고 거절 이유를 말했다. 

▲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벌이는 경북 상주시 상주보 건설현장. ⓒ 낙동강 지키기 부산시민운동본부

<영산강>은 내용 뿐만 아니라 방송 시기도 4대강 사업의 보 개방 일정에 맞춰 다음달 19일 <환경스페셜>이 방송되는 시간대에 잠정 편성된 것으로 알려져 내부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정부는 지난 24일 금강 세종보를 시작으로 11월까지 단계적으로 보를 개방할 계획이다. 프로그램의 주된 무대가 된 영산강 죽산보는 다음달 8일, 영산강 승촌보는 다음달 22일 개방 행사를 갖는다.

전용길 KBS 콘텐츠본부장은 “4대강 사업이 시작했을 때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가 일부 있었다”며 “4대강 공사가 개방되는 시점에 맞춰 치수관리 효과와 함께 환경문제에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방송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KBS 내부에서는 “억지 균형을 맞추기 위해 4대강 사업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집 프로그램에서 주로 조명하는 영산강은 정부가 가장 원활하게 사업이 진행되는 지역으로 꼽고 있다. 

<환경스페셜> 한 관계자는 “영산강은 하구 둑을 인위적으로 설치해 오염된 것인데 둑을 철거하지도 않은 채 4대강 사업으로 강이 살아났다고 홍보하는 것은 사기”라며 “그나마 실추된 이미지를 조금 회복했는데 <환경스페셜>이 나가는 시간에 이런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것은  우리 프로그램을 욕보이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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