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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개편 누구를 위한 무한경쟁인가?

|contsmark0|해마다 늦어지던 방송사들의 정기개편이 올해에는 겨울을 목전에 둔 11월에야 시행될 예정이다. 몇 년 후에는 봄개편, 가을개편이란 말이 여름개편, 겨울개편으로 불려져야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시기의 늦고 빠름이 아니다. 문제는 끊임없는 외주제작 비율의 확대와 시청률 지상주의가 이번 개편을 특징짓고 있다는 것이다.
|contsmark1|이번 개편을 맞아 방송 3사는 방송위원회가 고시한 ‘방송프로그램의 편성비율’에 따라 외주제작 편성비율을 최소 26%, 최대 31.4%로 끌어 올렸다. 이미 제작 비용이 저렴하고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교양프로그램들과 소위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의 많은 부분이 외주제작으로 대체되고 있다.
|contsmark2|개편 때마다 2%씩 외주제작 편성비율을 높여야하는 현행 방송법상 몇 년 후면 40%에 가까운 방송프로그램이 외주프로그램으로 채워질 것이다. 일선 교양프로듀서들은 이제 잃을 것은 다 잃어버려 더 이상 잃어버릴 것이 없다고 자포자기한 지 오래다.
|contsmark3|하지만 문제는 단지 pd들의 사기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매년 300분씩을 외주제작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제 그 영역은 드라마, 예능, 보도 프로그램으로 확대될 것이고 또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contsmark4|애당초 영상산업의 진흥을 명분으로 시작된 외주제작 비율 확대는 외주제작사들로 하여금 저가경쟁을 강요받게 하였고, 우리 프로듀서들도 제작비 절감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그 결과가 방송의 질 저하와 제작 환경의 열악함으로 이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contsmark5|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외주제작 비율 확대라는 상황을 이용한 방송에 대한 통제방식의 변화이다. 거대방송사의 자본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외주제작사는 그 관계에 있어서 불평등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통제의 용이성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contsmark6|방송사에서는 제작자들이 편성규약제정 등 방송제작에 있어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보호막을 일정 정도 가질 수 있는 반면, 외주제작사의 종사자들은 그 독립성 유지를 위한 법적, 제도적인 무방비 상태에 처해 있다. 이 말은 곧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물리적, 폭압적인 통제 방식이 자본을 통한 교묘한 통제의 방식으로 전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점이 바로 외주제작 비율확대의 가장 큰 ‘장점(?)’이요 ‘덕목(?)’일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
|contsmark7|외주제작 비율확대와 더불어 시청률지상주의와 광고판매압박은 우리 프로듀서들의 숨통을 더욱 옥죄고 있다. 시청률이 프로그램의 존폐를 좌우하는 첫 번째 요소가 된 것은 벌써 오래된 일이고, 우리는 이번 개편을 통해 또 다시 확인하게 될 것이다.
|contsmark8|세계와 인간과 방송에 대한 철학이나 비전보다는 오로지 시청률과 광고판매가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공영방송과 상업방송의 구분은 무색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방송프로듀서로서의 본연의 임무를 생각할 여유조차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번 개편과 더불어 이제 우리는 본격적인 무한경쟁의 시대로 진입할 것이다.
|contsmark9|점점 더 싸늘해지는 계절만큼이나 개편을 맞이하는 우리 프로듀서들의 마음도 을씨년스러워지고 있다. 앞으로 우리에게 밀어닥칠 방송환경의 변화는 겨울만큼이나 매섭고 차디찬 그것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contsmark10|하지만 끝없는 시청률 경쟁과 상업적 성과, 그 무소불위의 칼날과 엄청난 잣대가 우리가 만들어왔고 만들어야할 프로그램을 난도질하고 재단할 때 우리 프로듀서는 또 다시 무기력하게 길들어질 것인가? 방송의 공영성과 사회적 책임이 신자유주의적인 무한경쟁의 전장에서 고사하고 있는 지금 학계와 시민단체는 방관만 하고 있을 것인가? 이제 학계, 시민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방송을 끝없는 경쟁과 시청률 싸움의 전장에서 끌어낼 새로운 방안을 모색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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