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미화’ 현실로 “교묘한 역사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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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논란 속에 방송된 '초대대통령 이승만' 1부

“매국노의 면죄부를 주는 방송이다.”

“교묘한 역사왜곡이다.”

논란 끝에 KBS 1TV <대한민국을 움직인 사람들 초대대통령 이승만>(1부 개화와 독립)이 방송된 이후 KBS 시청자 게시판과 인터넷에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KBS는 ‘이승만 다큐’에 대한 논란이 끝이질 않자 “이승만이 대한민국의 탄생의 주역인지, 반민주적 독재자인지 객관적으로 따져보자는 취지에서 방송을 기획하게 됐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지만 방송은 ‘건국의 아버지’에  무게가 실렸다.

이승만의 업적은 부풀리고 과오는 내레이션으로 단순 서술하거나 그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식이었다.

<1부 개화와 독립>은 고종폐위운동부터 임시정부 활동을 거쳐 이승만이 고국으로 돌아오기 직전까지를 담았다. 이날 방송은 이승만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부분은 축소하거나 그의  입장을 대변하는 태도를 취했다.

▲ KBS <대한민국을 움직인 사람들-이승만 편> 1~3부작 ⓒKBS

1908년 이승만이 미국인 스티븐스를 사살한 장인환 의사의 통역을 거부한 것에 대해서는 ‘신념’ 때문이었다고 그를 두둔했다.

신채호가 당시 “나라를 찾기도 전에 팔아먹으려 했다”라고 강하게 비판한 위임통치청원서 문제는 단순하게 사실을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다.  방송은 “‘장차 한국의 독립을 보장하는 조건하에 한국을 국제연맹의 위임통치를 원한다’는 위임통치청원서를 윌슨 대통령에게 보냈다”고 전한 뒤 주진오 상명대 교수의 인터뷰를 실었다.

  “구미열강이 통치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나. 제국주의 열강이라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주진오 상명대 교수는 평가했지만 임시정부 내에서 위임통치안이 어떤 파장을 일으켰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임시정부 내에서 박용만, 안창호와 노선 갈등이 있었다는 정도였다.

하지만 여러 문제를 일으킨 이승만은 결국 1919년 상해임시정부 대통령에서 탄핵당했다. 방송은 탄핵의 이유로 이승만이 각 국가 대통령에게 편지 보내면서 ‘프레지던트’라고 서명한 사건을 들었다. “집정관 총재를 영어로 번역하면 프레지던트”라는 이승만의 해명과 함께 상해 임정 동지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1913년 이승만이 하와이에 정착한 시기는 교육가로서의 면모를 강조했다. 당시 이승만에게 배운 학생의 인터뷰를 실으면서 “이승만이 남녀 한인기독학원을 설립해 당시 교포자녀들을 대상으로 교육에 힘썼다”고 했다.

이승만은 1930년 다시 하와이로 돌아와 동지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모았다. 동지회 회원의 자녀 입을 입어 “이승만이 회원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하와이에서 활동하던 시기에 이승만이 공동 의무금을 개인적으로 착복하는 문제로 분쟁을 일으킨 부분은 빠졌다.

대신 방송은 이승만의 민족 지도자와 엘리트의 면모를 부각하는 데 할애했다. 먼저 이승만의 하버드대 박사학위 논문에 대해  “미국학계에서 크게 기여 했다”며 장인섭 서울대 교수의 말을 빌어 "학술사적 의의가 높다"고 평가했다.

또 2·8독립선언과 관련해서는 “일본 YMCA에 이승만이 들렀을 때 그의 강연이 큰 감동을 남겼다”며 “이미 이승만을 민족 최고지도자로 인식했다”고 부연했다.

1933년 경 이승만이 출간한 <일본내막기>은 그의 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승만은 이 책에 “일본이 미국에 도전할 것이고 미일전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담았다.  방송은 “출간 당시 미국에서는 혹평이 쏟아졌지만 이승만의 경고대로 미일전쟁이 발발했다”고 그의 식견을 높이 평가했다.

<대한민국을 움직인 사람들 초대대통령>은 29일과 30일 <건국과 분단>, <3부 6·25와 4·19>가 연속 방송된다. <2부 건국과 분단>은 신탁통치를 둘러싼 이승만과 김구의 갈등, 대한민국의 탄생, 좌절된 반민특위 문제가 다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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