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개국을 앞둔 종합편성채널들이 광고 직접 영업의 시동을 걸고 나섰지만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전재희, 이하 문방위)의 미디어렙 법안 논의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지난 9월 26일 법안심사소위원회(위원장 허원제, 이하 법안소위)를 13분 간 개최했던 여야 의원들은 5일 다시 한 번 미디어렙 법안 논의를 위한 법안소위를 열 계획이지만, 갖가지 쟁점들에 대한 ‘합의’를 보긴 어려울 전망이다. 여야는 여전히 공·민영 미디어렙의 수와 종편채널의 미디어렙 지정 여부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늦어도 10월 내 미디어렙 법안을 처리할 것”(이두아 공보부대표)이라는 공식 입장과 달리 현재까지도 미디어렙법 관련 당론조차 정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종편채널의 개별 광고영업을 묵인하기 위한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한나라당 문방위원들은 미디어렙법과 관련한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자 <한국일보> 1면 기사에 따르면 문방위 소속 여야 의원 27명을 대상으로 미디어렙법 입법 방향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문방위의 과반 이상(16명)을 점하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의 62.5%(10명)가 답변을 유보했다.
그러나 설문에 응답한 한나라당 의원 6명 중 5명은 종편채널의 광고 직거래 허용에 ‘찬성’했다. 이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9월 22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미디어렙법과 관련한 방통위의 입장이 없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현재 종편채널의 광고영업이 자율로 보장된 것을 다른 기관 규제의 틀에 넣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이런 가운데 종편채널들은 광고 직접 영업에 본격 나서고 있다. 먼저 5일 <동아일보> 종편채널인 채널A가 광고주와 광고회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연다. <중앙일보> 종편채널인 jTBC도 6일 설명회를 계획하고 있으며, <매일경제> 종편채널인 MBN과 <조선일보> 종편채널인 TV조선 역시 이달 중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들 종편채널은 기업 광고 담당자들에게 주요주주인 일간 신문들과의 광고 연계를 앞세우며 많을 경우 지상파 방송의 절반 정도를 자신들에게 배정해줄 것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지난 7월 자사 미디어렙 설립에 나선 SBS미디어홀딩스(SBS 지주회사)는 직접 영업을 위해 국회 국정감사 종료 이후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에 인력과 시스템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낼 것으로 전해졌다. MBC도 종편채널 출범 이전 자사 미디어렙을 통한 광고 직접 영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종편채널은 물론 지상파 방송사들까지도 광고 직접 영업 채비를 서두르자 지역·종교방송 등 취약 매체들은 정책 당국의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9월 28일 지역민방 임·직원들은 결의문을 내고 “방송의 공익성을 하향평준화 시키는 사업자들을 방통위가 규제, 권고해 달라”고 촉구했다.
미디어렙법 입법을 우선 촉구해왔던 야당도 취약매체 보호책 마련을 고민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문방위의 한 관계자는 “여당이 당론조사 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는 만큼, 종편의 광고 직접 영업이 가시화 되는 상황에서 미디어렙법 입법과 함께 취약매체 지원 방안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 된 게 아닐지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7월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올려 종교방송을 지원하는 법안을 제출한 바 있다.
한편 전국언론노조, 조중동방송 퇴출 무한행동, 조중동방송 저지 네트워크 등은 5일 오후 3시 30분 채널A의 광고 설명회가 예정된 서울 하얏트 호텔 앞에서 ‘편파·왜곡보도, 선정성 조장, 광고주압박 채널A 직접영업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