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따져보기] 코미디 선순환을 일으키는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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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따져보기] 코미디 선순환을 일으키는 열쇠
  • 위근우 <10 아시아> 기자
  • 승인 2011.10.10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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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코미디 빅리그>

tvN <코미디 빅리그>는 최근 코미디 프로그램 중 가장 흥미로운 프로그램이다. 가장 재밌는 건 여전히 KBS <개그 콘서트>지만. 그러고 보니 이 둘을 제외하면 무슨 코미디가 있는가 싶긴 하지만 어쨌든 <개그 콘서트> 이후 챙겨볼만한 혹은 본 이후 그에 대해 이야기할만한 코미디가 등장했다는 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개그 콘서트>의 중흥을 이끌었던 김석현 PD가 기획하고 연출한다는 것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던 <코미디 빅리그>는 상당히 튼실한 완성도도 완성도지만 결과물보다도 그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때문에 흥미롭다. 지난해 KBS 연예대상에서 최우수상을 탄 ‘달인’의 김병만이 SBS와 MBC에 코미디를 살려달라고 일갈한지 10개월이 지났지만 올해 2월 시작한 MBC <웃고 또 웃고>는 전성기 <개그야>의 위상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SBS는 이제야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2기 격인 <개그투나잇> 런칭을 준비하고 있다.

▲ tvN <코미디 빅리그>

 

사실 이러한 지상파 2사의 부침에도 불구하고 과연 이것이 경영진의 노력, 편성에서의 배려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었다. 중요한 건 개그맨의 아이디어와 연기력 아닌가. 다른 무엇보다 KBS 공채에 뛰어난 인력이 몰리는 게 <개그 콘서트> 독주의 가장 큰 이유이지 않은가. <코미디 빅리그>에서 최하 그룹을 도저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꽃등심’ 팀(전환규, 이국주)의 부진을 보면 이 역시 어느 정도는 진실일 것이다.

하지만 <코미디 빅리그>에는 최근 ‘옹달샘’(유세윤, 장동민, 유상무) 팀의 독주를 막은 ‘졸탄’ 팀(이재형, 한현민, 정진욱)이 있고, 현재 최종 승점 2위를 달리고 있는 신예들 ‘아3인’ 팀(이상준, 예제형, 문규박)이 있다. 왜 이 정도의 코미디를 SBS와 MBC에서는 볼 수 없었는가. 이게 중요하다.

승점제를 이용한 리그 제도 및 재방송 불가 팀 선정, 최종 우승상금, 토요일 밤의 편성까지 이 프로그램의 포맷은 개그맨들의 동기부여를 위한 요소들로 가득하다. 실제로 김석현 PD는 <코미디 빅리그> 제작발표회에서 “원래 있던 회사들이 개그맨들에게 큰 비전을 제시해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쪽보다 내가 제시하는 비전이 더 클 것”이라 말한 바 있다.

요컨대 <코미디 빅리그>의 선전은 투자가 있을 때 결과가 나온다는 아주 오래된, 하지만 최근에는 잊혀졌던 명제를 다시금 증명하고 있다. 방송사의 경영진들이 어떤 프로그램을 폐지하거나 좋은 편성을 주지 않을 때 하는 가장 흔한 말은 ‘수익성이 없어서’이지만 능력 있는 경영진이란 투자를 통해 창작자의 능력을 고취시키고 좋은 프로그램으로 수익을 내야 한다.

이것은 윤리적 차원의 문제가 아닌 실용적 차원의 문제다. 과거 방송사들의 단막극들이 폐지될 때 당장의 수익성에 급급하다가는 방송 인력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처럼.

다행히 오는 11월 앞서 말한 <개그투나잇>이 런칭한다. 이 프로그램이 SBS 개그맨들에게 제대로 된 동기부여가 되고, 궁극적으로는 <개그콘서트> 독주 체제에 균열도 일으키며 웃음을 위한 건강한 경쟁의 토대가 마련되면 좋겠다. 단순히 재밌는 것을 원하는 시청자의 입장으로서 그렇다. 재밌는 걸 만든다면 채널을 고정할 것이고 시청률이 오를 것이고 수익성이 생길 것이다. 그 선순환의 첫 고리를 경영진들이 만들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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