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손배소송에 승소한 최승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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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대비와 복합적인 점검 필수”

지난달 26일 법원은 서울 광림교회가 MBC ‘2000년 한국의 대형교회’와 관련, MBC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최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법원의 방영금지 결정에 대해 제기한 이의신청이 기각되는 상황에서 나와 방송가의 이목을 끌고 있다. 또 이번 판결은 영생교 사건을 제외하고는 종교단체가 제기한 소송에서 방송사가 승소한 사례가 없었던 전례를 깼다는 점에서 또 한번 주목을 받는다.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최승호 PD를 만나 이번 판결이 있기까지의 과정과 의의를 들어보았다. - 승소 후 소감은 이번 판결로 나의 보도가 진실됐음이 증명돼서 우선 기쁘다. 또 사이비 교단이 아닌 대형교회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겼다는 것도 기쁘다. 판결이 교회가 변해야 하는 이유를 확산시키고, 교회 내부에서 개혁하기를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 종교집단을 취재할 때, 취재 이후에 생길지도 모르는 법률적 대응을 두려워해서 접근을 꺼리는 후배들에게 이번 판결이 용기가 됐으면 좋겠다. - 승소 배경은 무엇이라 보나종교단체를 다룰 땐 항상 조심스럽지만, 상대가 사이비 교단이 아니라 한국교단 권력의 핵심이었기 때문에 사전대비를 충실히 하려고 노력했다. 더불어 법률적 문제에 대한 대비를 많이 했다. 그래서 내용 중 법적으로 인증이 안 되거나, 안 하려고 드는 부분은 배제했다. ‘우리가 보도한 내용은 최소한의 진실이다’라는 것을 성의 있게 보도하려고 노력했고, 그런 측면들이 재판부에 인정이 된 것 같다. 또 소송 과정 중에 상대 쪽에서 협상하려 했던 사실도 재판에 유리하게 작용했던 것 같다. 제작시에도 송사를 염두에 두었나 그렇다. 처음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이 들어왔을 때 각 부분에 변호사를 선임해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을 검토했다. 방송 내용의 진실성 여부를 내부적으로 심사하는 노력을 많이 했다. 10여 명의 시민위원을 포함해 20여 명이 심사를 벌였고(역대 사상최대 인원이었다), 완제품을 만드는 순간까지 심사위원과 변호사가 늘 붙어 있었다. - 동료 PD에게 도움이 될만한 것이 있다면 사전에 최대한 많이 복합적인 점검과정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것들이 있다면 설사 명예훼손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위법성 조각사유(위법성 조각사유 ; 형식적으로 위법성이 있다 하더라도 위법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 방송내용과 관련한 소송에서는 내용이 공익적이고,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다면 인정됨)에 의해 구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PD 스스로(특히 고발 프로 PD라면)가 사전에 꼼꼼히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방송사내에 있는 자문 변호사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취재해서 방송하기도 힘든 시간에 변호사 조언을 방송에 반영하기란 힘들고, 변호사의 지적을 다 반영하다보면 프로그램의 취지가 약해지기도 하지만 그런 행동들이 보도의 객관성을 높일 수 있다. 그리고 방송 후 사후관리도 중요하다. 소송이 벌어질 만한 민감한 사안들은 취재자료를 버리지 않고 보관하는 것이 중요하다. - 언론 상대 소송이 급증하고 있는데 고발프로 제작자들이 유념해야 할 것은방송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내가 고발하고자 하는 것은 어느 한 개인을 매장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기에, 그가 반사회적인 행위를 하게 된 행동원리를 충분한 취재를 통해서 찾아내야 한다. 고발의 목적을 생각한다면 고발당하는 상대방을 없어져야 할 존재인 양 선정적으로 묘사할 필요가 없다. 고발당한 사람은 인터뷰를 꺼리고 숨어버리는 경우가 많은 데, 그렇다고 그냥 방송하면 문제가 되기 쉽다. 이번에도 10차례 넘는 전화통화와 방문을 통해 마지막에 광림교회 인터뷰를 따냈었는데, 그것이 고발당한 사람에게 반론의 기회를 부여했던 것으로 여겨져 분쟁의 소지를 줄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노력들이 법정에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 것 같다. 고발하고자 했던 기본취지를 잃지 않는 가운데, 고발당한 사람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노력을 해야, 보도자로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김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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