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디지털 전환 예산은 늘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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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 예산 1046억원 편성…지원규모 여전히 작아

아날로그 TV 방송 종료가 1년 2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이하 방통위)가 내년 디지털 전환 관련 예산을 1045억 7500만원 편성하는 등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을 완료한 외국의 사례와 비교할 때 여전히 지원 규모가 작다는 지적이다.

방통위는 최근 기획재정부와의 협의·조정을 통해 2012년 예산안(기금 포함)으로 8030억원을 확정하고, 이를 국회에 제출했다. 예산안에 따르면 방통위는 내년 12월 31일 오전 4시로 예정된 지상파 TV 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1045억 7500만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될 사업은 디지털 전환에 따른 취약계층 지원으로 총 777억 1800만원을 책정했는데 △저소득층 컨버터 보급 및 안테나 설치 지원(367억 4800만원) △디지털방송 지원센터 및 콜센터 구축(94억 8400만원) △읍·면·동 현장 지원(52억 9500만원) △직접수신 서민가구 지원(261억 9100만원) 등이다.

△디지털방송 수신환경 분석 및 정보 제공(1억 2000만원) △디지털방송 난시청 해소(25억원) △디지털방송 수신환경 개선 지원(6억 8000만원) △도심의 인위적 난시청 해소(7억원) 등 디지털 방송 수신환경 개선을 위해선 4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그밖에도 디지털 전환에 따른 시청자 지원(홍보)과 디지털전환 융자에 각각 58억 5700만원, 17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7월 13일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삼성전자물류센터(삼성전자로지텍)를 방문해 서울 지역에 배송될 예정인 취약계층 지원용 DTV를 배송 트럭에 직접 싣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저소득층 컨버터 보급 및 안테나 설치 지원과 관련한 부분으로, 방통위는 취약계층 외 소득 하위 수준 50%까지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방통위는 소득소준 하위 50%에 대해 디지털 컨버터 구입비 6만원 중 3만원을 지원하는 동시에 안테나 설치가 필요할 경우 설치비 9만원 중 1만 5000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상파 TV 방송을 직접 수신하는 가구가 기존의 아날로그 수상기로 디지털 방송을 수신하기 위해선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바꿔주는 컨버터가 필요하다. 컨버터로 직접 수신이 불가능한 가구는 디지털 신호를 잡을 수 있는 안테나를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방통위가 현재 실시 중인 취약계층 지원 대상자를 제외한 소득 하위 수준 50% 가구에 컨버터 보급과 안테나 설치 지원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방통위는 지난 7월부터 기초생활수급권자, 차상위계층, 시청각장애인, 국가유공자 등 취약계층 중 아날로그 수상기만 보유하고 지상파를 직접 수신하는 가구에 대해 컨버터를 무료로 제공하거나 디지털TV 구매 시 10만원을 지급하는 등의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미 디지털 전환을 완료한 나라들과 비교할 때 여전히 지원 규모가 작다는 것이다.

가장 빨리 디지털 전환을 완료한 미국의 경우 소득과 관계없이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컨버터를 구입할 수 있는 40달러짜리 쿠폰 2장을 제공했으며, 지난 7월 디지털 전환을 마친 일본도 디지털 수상기 구입 시 10%를 다른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에코 포인트’로 돌려주는 지원 정책을 펼쳤다.

이와 관련해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지금까지 있던 것보다 지원이 확대된 건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윤 소장은 그러나 “여전히 직접 수신 세대에 대해 지원이 확대·지원되는 건 문제”라며 유료방송을 통해 지상파 방송을 수신하는 저소득층과 일반 가구 등에 대한 지원 확대 필요성을 제기했다.

윤 소장은 “실례로 장애인의 경우 직접수신을 하지 않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들이 유료방송을 보는 건 난시청 때문에 직접 수신으로 지상파 방송을 보지 못하기 때문인데, 장애인의 경우 많은 분들이 유일한 오락 수단으로 TV시청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직접 수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디지털 전환 대상에서 배제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윤 소장은 디지털 전환에 대한 정부의 인식 부족도 지적했다. 윤 소장은 “방통위 쪽에서도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들었다”며 “디지털 전환은 나 하나가 빠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강제적으로 해야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정책 입안자들의 인식 수준에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방통위는 당초 디지털 전환 관련 예산에 1442억원을 투입할 예정이었으나, 기획재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400억원 가량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윤 소장은 “디지털 전환은 정부 차원에서 강제적으로 하는 일”이라며 “그런데도 (관련 정책을 집행하는) 방통위의 예산 확보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건 여전히 정책 입안자들이 디지털 전환이 얼마나 중요한 사업인지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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