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따져보기] 오디션 프로그램의 ‘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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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따져보기] 오디션 프로그램의 ‘라이브’
  • 차우진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11.10.18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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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나는 가수다> ⓒMBC

지난 15일 KBS 2TV <TOP밴드>가 끝났다. MBC <나는 가수다>는 여전히 인기다. Mnet<슈퍼스타K>는 최종 결승을 앞두고 있다. KBS 2TV <불후의 명곡2-전설을 노래하다>에 출연한 가수 알리는 데뷔한 후 가장 많은 대중성을 얻고 있다. 차트에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에 해당 음원이나 출연 가수들의 노래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도 여전하다. 경쟁구도를 만들기 위해 과도한 편집이 시행되었다는 논란부터 타인의 노래를 통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것 등 오디션 프로그램은 리얼리티 쇼의 본질에 대한 것으로까지 소급되고 있다.

▲ MBC <나는 가수다> ⓒMBC

내 입장도 거기서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논의를 진행시키다보면 필연적으로 어떤 벽과 마주하게 된다. 우선 이런 프로그램들이 논의와는 무관하게 시청률과 대중적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것. 이때 나와 같은 평론가들이 만나게 되는 벽은 대중적 감수성과 비평적 관점 사이의 크레바스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간격은 대중성과 비평을 완전히 별개의 것으로 만들며 비평에 대한 불신과 대중성에 대한 의심을 확대시킨다.

대안은 무엇일까. 나도 잘 모르겠다.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이것 한 가지는 분명한 것 같다. 사람들이 뭔가를 좋아한다면 거기에 대한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것. 거기에 경험과 취향의 차이에 따른 관점의 부재가 작동하고 있다고 해도 그걸 탓할 수 없다는 것. 그러므로 나와 같은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왜 그걸 좋아하는지에 대해 더 생각하고 경험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이런 맥락에서 최근 음악 라이브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본질은 리얼리티 쇼에 있는 것이 아니라 라이브 쇼에 있다. 거기에 경쟁구도가 더해지는 것인데, 이것이 음악 쇼의 본질을 해치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왜 라이브를 더 좋아하는지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음악적으로 논할 게 별로 없는 김장훈과 싸이의 공연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게 단지 음악 공연이 버라이어티 쇼의 순간을 선사하기 때문일까. 그럴 수 있다. 상당한 비용과 장비와 효과가 동원되는 쇼의 스펙터클은 대중을 압도하고 거기서 그 시공간에서만 얻는 카타르시스가 존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래서 가수의 본질은 라이브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비평의 대상이 되는 건 결국 기록되고 대량 생산된 결과물, 상황이나 조건에 크게 영향 받지 않는 레코드여야 한다. 그 과정에 개입되는 여러 장치들은 그 결과에 따라 합당하게 수렴되어야 한다. 그래서 공연과 음반을 선호하는 것은 관점의 차이기도 하다.

어쨌든 사람들은 라이브를 좋아한다. 공연을 좋아하고 그에 대한 가치를 더 높게 매긴다. 혹자는 라이브를 진짜 음악으로 여기고 녹음에 여러 효과나 장치나 기술이 개입하는 레코드를 가짜로 여긴다. 나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라이브가 인간적으로 여겨지는 것에는 동의한다.

거기엔 사람이 있다. 사람이 하는 일이므로 그에 대한 가치가 더 높을 수 있다. 그래서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사람’에 대한 대중적 호응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진짜 음악이 있어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짜와 가짜를 나누는 것보다 사람의 일이 대중적으로 환기하는 효과에 대해 생각하는 게 더 생산적일 것이다. 아직까지, 그리고 한동안 예술은 사람이 관장할 수 있는 어떤 것, 수치화되고 계량될 수 없는 감수성의 영역에 놓여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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