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이하 종편) 채널들이 하나둘씩 베일을 벗고 있다. 종편들은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위해 ‘가족’, ‘트렌디’, ‘판타지’, ‘정치’까지 다양한 소재를 내세우며 그간 감춰온 ‘드라마 라인업’을 공개하고 있다. TV에서 쉽사리 얼굴을 비치지 않은 톱스타들을 비롯해 정극만 선보인 대배우들의 시트콤 나들이까지 그야말로 ‘종편 드라마 라인업’이 시작됐다.
■ TV조선 승부수, ‘세상에 없던 이야기’= TV조선 선발투수로는 김수현 작가가 나선다. 김수현 작가는 개국 특집 3부작을 비롯해 내년 주말드라마까지 집필한다.
또 제작비만 150억 원이 투입되는 월화드라마 <한반도>(연출 이형민, 작가 윤선주)는 가상 통일 한국을 배경으로 남남북녀 서명준과 림진재의 사랑을 그린다. 배우 황정민과 김정은이 캐스팅돼 벌써 촬영에 들어갔으며 내년 1월 방영된다.
주말드라마 36부작 <고봉실 아줌마 구하기>(연출 윤상호, 극본 박은령)는 ‘쉰다섯 살 아줌마’인 고봉실이 빈털터리로 서울 이태원으로 상경하며 겪는 이야기다. 고봉실은 이태원의 이웃들의 고민을 풀어주고 그들의 ‘엄마’가 되어간다.
미니시리즈 <야경꾼 일지>는 조선시대 임금과 백성을 귀(鬼)로부터 보호하는 야경꾼이 등장하는 퓨전 판타지 사극이다. 일일드라마 <내 사랑 웬수>는 재벌가 막내딸이 서민 가정의 며느리로서 겪는 좌충우돌 시댁 적응기를 그린다.
또 한중일 합작드라마 <스트레인저6>도 선보인다. 김현준 콘텐츠본부장은 “오래전부터 사전 준비를 해왔고 경험과 노하우가 쌓여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으로 평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jTBC 승부수, ‘드라마 왕국’= jTBC는 여타 종편채널에 비해 탄력을 받은 상태다. 일일아침드라마부터 미니시리즈, 주말드라마, 시트콤 등 지상파 못지않다. 현재 대부분의 작품들이 제작에 돌입한 상태다. 마니아층을 겨냥한 노희경 작가의 20부작 월화드라마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 소리>(연출 김규태)는 정우성과 한지민의 출연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수목드라마 <발효가족>은 KBS <부활>, <마왕>의 콤비 박찬홍 PD와 김지우 작가가 나서며 주연은 송일국과 박진희로 낙점됐다. 주말드라마 <인수대비>(연출 이태곤, 극본 정하연)는 채시라, 김미숙 등이 출연한다.
또 일일아침드라마 <여자가 두 번 화장할 때>(연출 한정희, 극본 지상학)는 데니안과 임정은이, 내년 방영 예정인 <아내의 자격>(연출 안판석, 극본 정성주)은 김희애가 나선다. 아울러 시트콤 <청담동 살아요>는 배우 김혜자의 첫 시트콤 도전으로 벌써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유정준 드라마팀장은 “새로운 것에 대한 열정으로 모인 제작진과 배우들이 뭉쳤다”며 “(지상파처럼) 슈퍼 갑(甲)의 자세가 아닌 외주제작사마다 바쁘게 찾아다니는 등 을(乙), 정(丁)의 자세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 채널A 승부수, ‘따뜻함’= 채널A는 <천상의 화원>(연출 이종한, 극본 박정화·고은님)과 <컬러 오브 우먼>를 개국작으로 선보인다. <천상의 화원>은 강원도 산골을 배경으로 한 가족이 갈등을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출연진은 최불암, 유호정, 아역배우 김새론이다.
이를 두고 채널A 관계자는 “막장이나 선정성을 드러내는 것을 지양하되 깨끗하고 따뜻함을 선사하는 드라마를 선보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컬러 오브 우먼>은 실력과 미모를 내세우는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여자가 일과 사랑을 놓고 경쟁하는 모습을 그리는 트렌디 드라마다.
내년 초 방영되는 <타임슬립 닥터 진>은 21세기 의학 지식을 가진 의사가 19세기 말에 활동한다는 판타지 드라마다. 또 <아빠와 딸의 7일간>은 일본 원작의 리메이크 작품으로 18세 여고생과 47살 아빠가 영혼이 바뀌면서 겪는 소동을 그린다.
내년 3월 방영 예정인 50부작 <인간 박정희>(가제)는 이미 화젯거리다. 채널A는 개인의 공과는 물론 시대의 명암을 보여주겠다는 입장이지만 ‘정치드라마’를 넘어선 논란이 들끓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 MBN 승부수, ‘재미와 새로움’= MBN매일방송은 ‘시트콤’을 앞세운다. <뱀파이어 아이돌>(연출 이근욱, 극본 이성은·하철승)과 <왔어 왔어 제대로 왔어>(연출 김희원)는 모두 30분 분량의 120부작 일일시트콤이다. 주말시트콤으로 30분 분량의 50부작 <갈수록 기세등등>(연출 조진규, 극본 문선희·최대웅)을 선보인다.
<뱀파이어 아이돌>은 신동엽과 김수미가 부부로 출연하며 외계 뱀파이어별의 어수룩한 왕자가 지구에서 아이돌이 되기 위한 고군분투기를 그린다.
<왔어 왔어 제대로 왔어>는 한 마을에 어린 시절 친구인 남자 한 명과 여자 두 명이 한 집에 살게 되면서 기상천외한 사건을 담아내고, <갈수록 기세등등>은 군대시트콤으로 한 부대에서 근무하는 군인 가족의 유쾌한 이야기를 다룬다. 이 두 작품의 주인공으로 각각 배우 이수경과 박한별이 낙점됐다.
마정훈 드라마팀장은 “무리수를 두기보다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것”이라며 “‘시트콤’은 시청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고, 세트 촬영 위주라 차근차근 제작환경을 조성해나가며 촬영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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