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연출노트 (21) 시트콤 김병욱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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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개발과 리얼리티 확보로 승부하라

|contsmark0|“아, 장모님은 왜 나만 갖고 그래요.”한동안 순풍 유행어와 신드롬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김병욱 pd가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라는 긴 제목으로 시청자들의 웃음을 또 다시 공략하고 있다. 시트콤의 춘추전국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무수한 시트콤 가운데서 자신의 색깔을 내며 성공 시트콤을 찍어내는 그에겐 어떤 노하우가 숨겨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contsmark1|그는 실패하는 시트콤의 조건으로 ‘말이 안 되는 설정’과 ‘과장된 연기’를 꼽는다. 시트콤이 드라마에 비해 열등한 장르로 취급당하는 이유는, 리얼리티 부재와 오버 연기가 원인이라는 것.
|contsmark2|그래서 그는 시트콤에서 가장 주력해야 할 것은 ‘캐릭터 개발’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캐릭터는 곧 정신세계라고 덧붙인다. 시트콤이 재밌으려면 대화가 웃겨야 하고, 그러려면 캐릭터가 재밌어야 하고, 캐릭터가 재밌다는 것은 그 사람의 정신세계가 웃겨야 한다는 것이다.
|contsmark3|그러나 대부분의 시트콤에선 캐릭터를 정신세계를 통해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말투나 행동에서 찾으려고 하기 때문에 시트콤 성공률이 낮아진다는 설명이다.
|contsmark4|“캐릭터는 살아 움직이는 사람이므로 그 인물에게 나름대로 생각하는 원리를 부여해야 합니다.”
|contsmark5|대부분의 시트콤이 주 5회 방송되는데, 1년이면 260회 방송을 해야 하는 연출가로서 소재빈곤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도 캐릭터 개발은 필수라고 주장한다. 고작해야 열댓 명인 등장인물이 각자 주인공인 줄거리를 만들어 방송한다면 그 시트콤은 석 달도 안돼서 소재빈곤에 시달리게 된다고. 각 캐릭터의 개성을 고려하여 다양하면서 치밀한 갈등을 창조해 내야 더 많은 인간관계가 설정되고 프로그램이 지루해지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contsmark6|“캐릭터가 든든하면 미달이나 정배 같은 아역이 주인공이 되어도 시청자들이 재밌게 볼 수 있습니다.”
|contsmark7|그는 두 번째로 ‘리얼리티’를 시트콤의 필수요소로 꼽는다. 현실을 코미디화시키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 맞어. 저런 사람 있어.” “아 저건 내 얘긴데…”라는 공감을 유도하려면 리얼리티 확보는 필수라는 것. 그의 시놉시스 안에는 ‘이야기는 엽기적이라도 거기에 반응하는 사람들은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원칙이 녹아있다.
|contsmark8|그래서 그는 배우들의 애드립을 제한하고, 개그맨을 통한 개그를 자제한다. 그의 시트콤에는 개그맨이 많이 등장하지 않으며, 출연자 중 개그맨(박미선, 이홍렬)이 섭외되더라도 그들에게는 웃기는 연기가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인, 진지한 연기를 주문한다. “시트콤은 애드립이 재밌어야 한다는 생각이 일반적인 것 같은데, 상황을 통해 재미를 주어야지 애드립이나 개그로 웃긴다면 시트콤이 아니죠.”
|contsmark9|그는 또 상황의 아이러니를 추구한다. 학창시절 너무나도 우울하고 염세적이었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그는 자신이 너무 오버해서 생각했던 것이 남에겐 코미디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희극과 비극의 경계가 없어진 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뒤늦게 자신에게 코미디 감각이 있음을 알게 됐다고 고백한다.
|contsmark10|“영규가 동네 반장이 되고서, 고개마루에 서서 클린턴이 취임사를 하듯 거창한 포부를 다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진짜 아무것도 아닌데, 너무너무 진지해서 웃기는 것, 너무 한심한데 자기 삶에 진지한 모습. 이러한 것들이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내 자신을 보면서 깨달았어요.”
|contsmark11|그리고 마지막으로 대본에 품을 많이 들일 것을 당부한다. 그는 직접 그가 대본을 쓴다. 물론 작가를 못미더워해서는 아니다. 그의 주위엔 순풍 때부터 함께 해온 작가들이 셋이나 있고, 눈만 마주쳐도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사이지만, 대본이 흔들리면 시트콤이 흔들린다는 생각 때문에 그는 작가들과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마지막으로 자신이 대본을 쓴다.
|contsmark12|코미디도 패션이기에 코미디 코드를 잘 알아야 하고, 코미디 냄새를 잘 맡을 수 있는 선천적인 코미디 감각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김 pd는 그런 감각을 키우기 위해 다른 작품들을 많이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생활주변의 무수한 아이템들을 어떻게 소재화해서 구성하는가는 결국 감각문제라는 것이다.
|contsmark13|자신의 프로그램을 가끔 본 사람이 “그거 재미없던데…” 라고 말할 때 가장 절망스럽다는 김 pd는 누가 언제보더라도 재밌는 방송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시트콤에 대한 철학과 열정이 남다른 김병욱 pd. 그가 메카폰을 잡는 한 안방극장 사람들은 억지웃음이 아닌 사람에 대한 이해를 찾으려 브라운관 앞으로 모여들 것이다.
|contsmark14|김혜원 기자
|contsmark15|경력
|contsmark16|1986. mbc 라디오국 pd 입사1991. sbs tv pd 입사1997. <디온 엔터테인먼트> 프로덕션 설립
|contsmark17|대표작품
|contsmark18|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sbs <좋은 친구들>, <천일야화>, , <순풍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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