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보도 행태, 내년 총·대선에서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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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MBC 등 현업 언론인도 우려… “괴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20일 전국언론노조와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 주최로 서울 태평로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긴급점검, 서울시장 선거 방송보도’ 토론회에선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 3사가 사실상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공조’를 하는 듯한 보도를 계속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네거티브(Negative: 부정적인) 선거와 보도의 공모자”(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라는 날선 비판까지 나왔을 정도다. 어쩌다 지상파 3사의 보도가 이런 비판을 받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일까. 이날 토론회에서 방송·언론인들 스스로 작금의 실태를 짚어봤다.

▲ 노종면 YTN 해직기자 ⓒ언론노조
△ 노종면 YTN 해직기자: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분리할 수 없는 이슈들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문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이슈 등이다. 하지만 이런 이슈들을 다루는 방송보도의 태도에는 상당한 문제들이 보인다.

먼저,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문제와 관련한 보도가 지난 8일 처음으로 나왔다. 의혹에 대한 보도였고 <시사IN>의 특종 보도였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 다음날인 9일 지상파 3사는 ‘의혹’을 뺀 채 보도를 했다.

오히려 해당 의혹보도에 대해 청와대가 해명한 것을 발표한 듯 보도했다. SBS와 MBC의 관련 보도 제목은 이 대통령이 퇴임 이후 내곡동으로 간다는 내용이었다. KBS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곡동 사저를 둘러싼 의혹이 아니라, 이 대통령이 퇴임 이후 내곡동으로 간다고 청와대가 발표했다는 식으로 보도의 성격 자체가 달라졌던 것이다.

이후 내곡동 사저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됐고 지난 17일 청와대가 백기를 들었다. 내곡동 사저 백지화 보도가 나왔다. 그것으로 과연 끝날 문제일까. 하지만 MBC <뉴스데스크>는 “일단락 됐다”는 표현을 했다. 반면 그날 아침신문들에선 민주당이 발표한 내용을 받아 청와대가 내곡동 부지에 대해 이미 지난 3월과 5월 감정평가를 의뢰했는데, 감정가 기준으로 볼 때 (이 대통령의 아들인) 이시형씨가 6억이나 싸게 (사저 부지를) 샀다고 보도했다.

이는 분명한 팩트(fact: 사실)로 청와대의 백지화 선언에도 불구, 덮을 수 없는 문제다. 그렇지만 지상파 3사는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청와대가 내곡동 사저 문제를 덮자고 한 순간부터 지상파 3사 또한 관련 보도를 더 이상 끌고 가고 싶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상파 3사의 이런 모습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지상파 방송들을 ‘편파 언론’이라고 규정하기 애매하다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개그콘서트> ‘애정남’을 패러디, 4개의 기준을 제시하겠다. 오늘(20일) 방송 보도가 이들 기준 중 3개만 충족해도 정상적인 언론이라 평가해도 무방하다. 아니면 (마음껏) 편파 언론이라고 불러도 된다.

먼저, 이명박 대통령의 논현동 자택의 공시지가가 지난해 35억 8000만원에서 올해 19억 6000만원으로 낮게 책정됐다. 이는 세금을 깎아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내용을 과연 오늘 방송들이 보도를 할까.

두 번째부터는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한 부분인데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다이아반지 관련 재산신고를 축소했고, 오늘 해당 사실을 인정했다는 내용이다. 세 번째는 나 후보가 변호사 시절 수임료를 직원 명의의 계좌로 받았다는 내용이다.

네 번째는 나 후보가 연회비만 1억원인 강남의 피부클리닉에 상시적으로 출입했다는 내용이다. 나 후보는 해당 클리닉에 출입한 사실은 인정했고, (연회비) 1억은 아니지만 실비를 냈다고 밝혔다. 과연 이 네 가지 문제를 오늘 방송뉴스에선 찾아볼 수 있을까.

▲ 엄경철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장 ⓒ언론노조
△ 엄경철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장: 내부자로서 KBS가 왜 이 지경이 됐는지, 그 원인에 대해 말할 필요를 느낀다. 권력에 의해 장악됐기 때문이라는 그런 단순한 문제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언론의 문제가 지나치게 정치적인 프레임으로 비쳐지고 있다. 실례로 정연주 전 사장이 쫓겨나고 김인규 사장이 오는 과정에서 새노조(전국언론노조 KBS본부)를 만들어 보도 프로그램을 비판·반대하던 가운데, 사측은 우리에게 “너희들은 왜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가. 선거에서 지지 않았나”라는 얘기를 했다.

그런데 언론의 문제가 왜 (여야의) 선거 승패의 문제인 건가. 권력의 문제로 환치하면 답이 없다. 여야 어떤 권력이 와도 언론이 지켜야 할 고유 가치에 대한 학습과 경험이 KBS엔 없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지켜야 할 자유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이며, 이는 가장 가치 있는 부분이다. 어떤 권력이 들어선다 하더라도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부분인 것이다.

하지만 권력이 이를 건드려도 KBS의 신뢰도는 1위다. (오늘) KBS <뉴스 9> 뉴스엔 (KBS가) 신뢰도 1위를 했다는 내용이 보도될 예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KBS 내부 구성원들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학습하지 못했다. 적어도 20년 이상 된 KBS 유전자가 몸에 박힌 선배 그룹들에선 더더욱 그렇다. 이들은 작금의 보도들이 심각하게 잘못인지, 권력의 편을 들고 있는 것인지 등을 인식하지 않고 있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오늘 민주당이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와 관련해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내용은 속보성이 중요한 낮 12시에 방송되는 뉴스에 보도하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KBS는 이 기사를 쓰지 않았다. 왜 그런가 알아 봤더니 이에 대한 한나라당의 반응이 없어서 기사를 못 쓰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뉴스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대로 드러내는 한 풍경이다. 상황 자체의 중요성이 아니라 정치적 프레임을 보고 있는 것이다. 공정성이라는 프레임을 그런 식으로 환치시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KBS 취재기자 중 내곡동 사저를 직접 가서 본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촬영기자만 가서 찍어왔을 뿐, 취재기자는 단 한 사람도 가보지 않았다. 어떤 기자가 내곡동 사저에 대해 취재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의견을 내면 ‘반(反) MB’로 낙인찍히는, 그래서 그런 발언을 하는 것 자체가 개인에게 엄청난 부담이 되는 정치적 프레임이 형성됐다.

KBS 간부들은 직책을 역할이 아닌 자리로 본다.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해 거쳐야 할 자리로 보기 때문에 어떤 보도를, 뉴스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철학이 없다. 노조가 공정방송위원회에서 정부 정책이나 입장을 단순 전달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질타하면 사측 간부들은 대놓고 “당신들은 정부를 안 믿는 것인가”, “대한민국 국민이 맞나” 등의 반응을 보인다.

KBS의 잘못된 인식 중 하나가 ‘KBS 저널리즘’이 따로 있다는 인식이다. 저널리즘이면 저널리즘이지, KBS 저널리즘이 따로 있지 않은데 그런 얘길 한다. 오는 22일 4대강 통수식 생중계도 KBS니까 해야 한다, 뭐가 잘못이냐 등의 인식이 바로 그런 것이다. 정부 홍보가 아니라 국가기간방송이니 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것이 바로 KBS 저널리즘의 한 단면이다.

무조건 정부의 편을 드는 게 아니라 ‘KBS 저널리즘’이라는 자기 확신, 합리화를 앞세워 “정부·국가=공익”이라는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 지금 타파해야 할 건 권력의 문제가 아닌 KBS 내부의 이러한 원칙이다.

▲ 이용마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홍보국장 ⓒ언론노조
△이용마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홍보국장: 부끄러울 뿐이다. KBS에선 (구성원들을 향해) 왜 패배를 인정하지 않냐고 한다는데, MBC는 이미 패배를 인정하는 듯한 분위기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보도와 관련해 MBC에선 야권 단일 후보인 박원순 후보 측에서 제기하는 나경원 후보 관련 의혹에 대해 (나 후보 측의) 반론을 전하지 않는다. 반론이 나와봤자 나 후보에게 불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참여정부 시절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하면 이에 앞서 언론이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해 검증을 하고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하면 보도를 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어느 순간부터 사라지고 인사청문회에서 나오는 말들만 중계방송 하고 있다. 그런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선 검증을 많이 하고 있다. 야권 후보에 대해서만 말이다. 하지만 (취재를 통해) 사전 검증을 한 보도는 아니다.

실례로 박원순 후보의 병역 의혹을 보자. 나경원 후보 측에선 양손입적을 문제 삼는데, 박 후보가 자기 의지로 입양이 됐던 게 아니지 않나. 기자들도 다 안다. 하지만 기사를 쓴다. 왜? 여당에서 의혹을 제기하니까. 그리고 박 후보 측의 반론을 받아준 뒤, 자기는 기자로서 할 얘기 다했다며 뒤로 피해 있다.

일련의 과정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고 본다.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관련 지상파 3사의 첫 보도를 떠올려 보자. 통상 이런 보도는 맨 처음 사저를 찾아가 스케치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 보도 때도 그랬다. 사저를 찾아가서 예정지를 보여준 뒤, 이 일대가 어떻게 개발될 지 전달한다. 그리고 그와 관련해 의혹이 있다면 그 의혹을 보도하는 식이다. 하지만 내곡동 사저와 관련해 지상파 3사의 보도는 단순 청와대 발표처럼 처리됐다. KBS·MBC·SBS의 정치부장이 왜 이렇게 똑같이 맞춰 보도한 것일까. 보이지 않는 손이 분명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지상파 3사의 보도 행태는 내년 총·대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것이다. 현 정권은 3년에 걸쳐 언론을 장악했고, 지금 그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레임덕 시기다. 하지만 3년 동안 꾸준히 언론을 장악했고 지금 그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내년 총·대선 판세가 달라질 것 같으니 MBC와 KBS가 달라질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여전히 정권은 KBS 사장 등에 대한 임명권을 쥐고 있고, 아무리 레임덕이라도 내년까진 자리를 지킨다. 그렇기에 보이지 않는 손에 기자들이 잘 대응해야만 하는데, 유감스럽게도 그러지 못하고 있다.

또 당장 나경원·박원순 후보의 선거운동 관련 기사 하나만 놓고 보면 이 기사가 뭐가 편향적인가하고 생각될 수 있는 요소도 있다. 기자 한 명이 쓰는 기사들은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식이다. 하지만 그 조각들을 맞춰보니 코끼리가 아닌 괴물이 탄생하고 있다. 각자 자신이 맡고 있는 부분만 만지니 실체를 모르는 것이다.

때문에 언론노조에서도 선거 관련 보도에 대해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내부에서도 민주언론실천위원회(민실위) 등의 차원에서 대응을 하겠지만, 뭔가 더 힘있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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