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은 전 지구적 차원에서 하지만, 접촉은 지역에서 한다”라는 명제는 세월이 흘러도 유효하다. 특히 시민들의 구체적인 생활양식의 정도나 범위가 특정 지역의 권력이나 제도에 의해 좌우되는 의존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이 명제의 타당성은 더욱 선명해 진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이른바 지방자치제 국가이다. 이는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거창한 슬로건을 국민적 합의에 의해 이끌어 낸 성과라기 보다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갖는 역사적 특수성에서 기인한 것이다. 국가의 형성 자체가 포장마차 몇대 정도의 지역에서 시작되어 연방으로 확산된 데 따른 결과일 뿐이라는 얘기다.
미국 지역 언론(Local Media)의 강점은 이러한 역사적 특수성에 있다. 전 지구촌의 소식이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시대에 ‘지역 언론’이 과연 언제까지 생존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제기된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하지만 여전히 ‘접촉의 한계’를 뛰어넘기 힘들다는 특수성은 이러한 의문을 무색하게 한다. 따라서 특정 국가의 지역 언론의 위상은 그 나라 국민들의 구체적인 생활상을 반영할 뿐 아니라, 그 국민들의 소소한 생활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창구이기도 하다.
여러 항목과 지수가 있지만, 미국인들이 뉴스 속보를 가장 많이 접하는 매체는 인터넷이 아닌 지역 TV 방송이었다.(*표 참조) 특히 날씨와 교통정보, 뉴스 속보와 관련해서는 지역 TV 방송이 모든 매체 중 압도적인 위치에 있는 것(55%)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지역의 시정문제나 도시 발전 문제, 교육과 사회보장, 그리고 문화생활과 관련해서는 지역 신문이 우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신문이 없다면 지역 사회에 대한 정보 취득에 상당한 어려움을 느끼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자도 69%나 됐다.
지역 경제와 음식점 등 레저와 유흥에 관한 정보취득 방식으로는 인터넷이 1위를 차지했다. 라디오는 교통정보 취득율이 가장 높은 매체로 나타났고, 지역 행사는 시민들 간의 ‘입소문’으로 전달되는 비율이 가장 높다는 것도 흥미로운 측면이다.
전체적으로 평가해 보면, 한 마디로 정보 대상에 따라 소비자의 사용매체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조사 대상자의 64%가 특정한 정보 취득을 위해 일주일에 3가지 이상의 매체를 활용한다고 답했다.
지역 언론의 생명은 지역이라는 인간의 가장 기초적인 생활공간이 얼마나 활성화되어 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그러한 면에서 지역 언론이 가야할 길은 사실은 너무도 분명하다. 풀뿌리 민주주의와 시민사회 영역의 확대, 지역 언론이 가져야 할 미래의 방향과 서로 다른 길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