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채널의 등장이 불안한 이유는 어떤 콘텐츠를 들고 나올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적에 대한 정보가 없어 작전을 짜는 것도 어렵다.”
지상파 방송이라는 우위를 점하고 있는 KBS, MBC, SBS 3사도 종편 개국을 느긋하게 지켜볼 수 없는 처지다. 종편채널의 광고 시청률이 지상파의 4분의 1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에도 방송사들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는 이런 ‘불확실성’ 때문이다.
종편 개국을 한달여 앞두고 방송 3사는 종편채널의 행보를 일단 관망하면서 전열을 정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방송사 관계자들은 종편채널의 등장으로 당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진 않겠지만 예능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MBC 한 고위 간부는 “무한경쟁체제에 접어들면서 광고주가 선호하는 장르와 프로그램에 치중하게 될 것 같다”며 “예능 프로그램이 늘고 교양 프로그램을 프라임 시간대에 편성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종편채널들이 구체적인 편성을 공개하지 않아 지상파 방송사에서 대응 편성을 거론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또 지상파 3사 경쟁체제에서 굳혀진 편성틀을 흔들만큼 종편의 출현이 위협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다.
우선 방송 3사는 시청률이 취약한 시간대를 보완하면서 종편이 들어올 ‘빈틈’을 막겠다는 계산이다. SBS 편성팀 관계자는 “종편 채널 몇 군데가 저녁 9시에 드라마, 10시 뉴스를 편성할 것으로 보여진다”며 “이렇게 되면 11시에 예능 콘텐츠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MBC는 내달 말로 예정된 개편에서 취약 시간대를 보완하겠다는 계획이다. MBC는 당장 대표 예능 프로그램인 <황금어장> ‘무릎팍도사’ 코너가 폐지되면서 후속 프로그램에 대한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MBC 편성국 관계자는 “우리가 종편 채널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위험이 가시화하거나 구체적으로 위협적인 게 나와야 한다”면서도 “이번 가을 개편에서는 취약 시간대 프로그램을 일부 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킬러콘텐츠를 개발하고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도 분주하다. KBS는 최근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예능국 간부(EP)를 늘렸다. 케이팝 공연 등 한류 기획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KBS 예능국 한 간부는 “종편 쪽에서는 형편이 어렵다고 이야기하지만 <슈퍼스타K>와 같은 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다는 불안이 있다”며 “종편에서 할 수 없는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해서라도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는 요구가 회사 내부에서 많다”고 전했다.
SBS는 이달에 새로 편성한 <정글의 법칙>을 예능과 다큐의 콜라보레이션이라고 소개했다. 다큐와 예능 전문팀이 만난 <정글의 법칙>은 리얼리티에 교양의 성격을 가미한 <짝>에서 한발 나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타 방송사와 차별화한 프로그램을 확대 재생산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지상파 PD는 “예능 전쟁판에서는 킬러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발전하기 위한 방법 이외에 특별한 대책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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