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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없는 즐김 ‘배리어 프리’ 선보인다

[인터뷰] 다큐멘터리 ‘달팽이의 별’ 이승준 독립PD 방연주 기자l승인2011.10.27 10: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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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 중복장애인 영찬과 척추장애인 순호가 있다. 이들은 부부다. 서로 말을 걸땐 상대의 손등 위에 자신의 손을 얹는다. 그리고 상대 손가락을 타자기 치듯 두드린다. 두드림이 말을 대신해 이들의 대화가 이어진다.

영찬과 순호의 고요한 대화를 담아낸 <달팽이의 별>(Planet of snail)이 내달 16일부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제24회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IDFA)의 장편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아시아 지역에서 경쟁부문에 오른 작품으론 유일하다. <달팽이의 별>은 이미 제작 전부터 여러 제작지원 공모에 선정되며 화제를 모았다. 이 작품을 연출한 이승준 PD를 지난 21일 오후 서울 서교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 이승준 독립PD

이승준 PD는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장편경쟁부문 초청을 두고) 다큐멘터리의 거장 감독의 작품과 나란히 경쟁부문에 올라 영광스럽다”면서 “수상 여부보다 다큐멘터리 관계자와 해외 관객들이 작품을 어떻게 볼 지가 궁금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달팽이’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장애를 앓는 이들이 스스로를 빗댄 말이다. <달팽이의 별>은 영찬과 순호의 일상을 지긋이 따라간다. 이들의 일상은 더디지만 지극히 보편적이다. 밥 먹고, 설거지하고, 깜빡이는 형광등을 갈아 끼우고, 서로 대화를 나눈다. 자신이 쓴 글을 직접 독백하는 영찬의 목소리가 다큐멘터리의 울림을 더한다.

이 PD는 “그들의 삶이 굉장히 단조로워 ‘내가 뭘 찍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책이나 잡지를 뒤져 아이템을 찾아내기보다 자신이 직접 보고, 경험한 것들 안에서 아이템을 뽑아낸다는 이 PD는 “막상 그 친구들을 계속 만나보니까 인간적인 매력과 일상 속 거대한 이야기를 찾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시청각 중복장애인의 일상을 담은 <달팽이의 별>은 사전단계부터 주목을 받았다. 2009년 EBS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EIDF) 사전제작지원 당선과 더불어 미국 선댄스 다큐멘터리펀드, 핀란드 영상위원회 및 YLE방송국, 노르웨이 NRK방송국 등의 작품 공모에서 높은 경쟁률을 뚫고 제작 지원을 받았다.

이처럼 여러 기대를 안은 <달팽이의 별>은 2009년 1월 기획에 들어가 올해 4월이 되어서야 최종 마무리 작업을 끝마쳤다. 긴 시간 공들인만큼 <달팽이의 별>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뚜렷하다.

“무엇보다 그 친구들(영찬과 순호)에게 느낀 매력이 크죠. 우리들은 대개 세상의 표면만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또 ‘이게 중요한 거야’라고 여기며 살잖아요. 근데 그 친구들은 우리가 별로 중요하다고 여기지 않거나 느끼지 못한 부분들을 갖고 있어요. 우리가 놓친 부분들을 지닌 그들의 모습을 관객들과 나누고 싶었죠.” 

   
▲ 다큐멘터리 <달팽이의 별>(Planet of snail)의 장면 중 일부 캡쳐 화면

 <달팽이의 별>은 영찬의 시청각 중복장애에 대한 아픔을 직접 드러내기보다 그의 말과 행동에 주목한다. 영찬이 겨울바다를 향해 “바람부는 냉장고”라고 툭 던지는 말 한 마디와 그의 독백은 문학적이다. 베란다 난간에 매달린 빗방울을 손끝으로 느끼기 위해 몰두하는 그의 모습을 담아낸 카메라 앵글에서 PD의 시선이 엿보인다.

“영화제 다니며 만난 사람들이 작품을 보고서 ‘너무 밝은 거 아니냐’고 말하곤 해요. 그렇지만 관객들이 일상 속에서 그들의 아픔을 상상할 수 있으리라 여겼어요. 대중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이니까 관심 있는 관객들이 보겠죠. 영찬의 독백과 그들이 나누는 대화 속에서 드러나지 않은 아픔이 관객들에게도 전해지리라 봐요.”

<달팽이의 별>은 내년 봄 국내 개봉 예정이다. 시청각 장애인들을 위해 한글자막과 음성해설을 삽입한 ‘배리어 프리(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Barrier Free)’버전으로 재가공해 선보인다. ‘배리어 프리’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개념으로 주인공의 행동거지, 대화, 풍경 등을 세밀하게 묘사해 시청각 장애인이 영상물을 보다 더 즐길 수 있게끔 화면해설을 담은 방식이다.

이 PD는 “기존 화면해설이 ‘두 명의 남자와 여자가 걸어온다’는 식이라면 배리어 프리는 ‘키가 큰 남자와 그보다 어깨 정도의 키의 여자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천천히 걸어간다’는 식”이라며 “일반 관객뿐 아니라 장애가 있는 분 모두 함께 다큐멘터리를 즐기면서 볼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방연주 기자  nalav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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