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방송시장, 돈 좇는 전쟁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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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방송시장, 돈 좇는 전쟁터
  • PD저널
  • 승인 2011.11.0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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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방송시장은 무법천지다. 피의 전투가 시작되고 있다. 방송이 한낱 돈벌이 수단인가.
조선.중앙.동아.매경 등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채널)은 ‘광고 직접영업’과 ‘황금번호 채널’이라는 양날의 칼을 벼리고 있다. 지상파 방송 SBS의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는 ‘광고 직접영업’을 위한 미디어크리에이트의 설립을 공식화했으며, 공영방송 MBC는 국회의 방송광고판매제도(미디어렙) 입법과정을 지켜보겠다며 자사 미디어렙 추진을 일단 보류했지만 여전히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종편채널인 TV조선, jTBC, 채널A, MBN이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과의 협상을 통해 케이블TV 황금 채널 15, 16, 17, 18번의 채널연번을 사실상 확정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종편 쪽에선 전국 동일한 번호로 편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방송통신 정책을 책임지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비난 여론이 거세다.

전국언론노조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최시중 위원장을 아예 종편채널 본부장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언론노조는 “최시중씨는 방통위원장에 거론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시민들의 거센 사퇴 요구를 받아왔다”며 “그러나 최씨는 자신을 향한 비판적 사퇴 요구를 거들떠 보지도 않은 채 ‘조중동 종편 특혜’로 마침표를 찍으려 들고 있다”고 밝혔다.

종편채널들이 발빠른 행보를 보이자 지상파 방송사들도 바빠졌다. 종편채널들이 12월 개국을 앞두고 광고설명회를 개최하며 직접영업에 뛰어들자 SBS도 독자 영업을 선언했다. MBC는 그 동안 ‘자사 미디어렙 설립’을 공식화 하지는 않았지만 실무진을 주축으로 자사 미디어렙 설립을 추진해 왔다가 김재철 사장의 보류 지시로 일단 국회 눈치를 보고 있다. SBS미디어홀딩스가 광고 직접영업에 뛰어들자 SBS 관련 주식들도 들썩였다가 태영건설의 세무조사로 주춤한 상태다. 태영건설은 사실상 SBS를 지배하고 있다.

방송사의 ‘광고 직접영업’은 비단 방송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방송사들이 앞다투어 광고를 직접 영업할 경우 필연적으로 광고와 보도의 뒷거래가 성행 할 것이고 이는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로 전달 될 것이다. 또한 광고를 따내기 위해 더욱 더 선정적인 프로그램이 난무할 것이며 광고인지 프로그램인지 그 정체성이 애매한 프로그램들이 더욱 더 많이 생겨날 것이다. 그야말로 돈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정글의 법칙, 약육강식만이 존재하는 방송생태계는 결국 모두가 살아남지 못하는 종말을 예고할 뿐이다. 지상파 방송의 책무도 공영방송의 정체성도 모두 잊고 오직 돈만 좇는 전쟁터를 누가 바라는가. 무법천지를 방관하는 국회와 방통위는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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